유진투자증권 유동성 위기 겪자 주식매각… 미공개 정보 이용‘의혹’
신예기업인 유진그룹을 ‘M&A업계 지존’으로 격상시킨 유진투자증권(옛 서울증권)이 졸지에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그룹 계열사 임원들조차 손을 뗀 모습이다. 실제 유진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들은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지난해 말 일제히 팔아치웠다. 유진투자증권의 현 상황을 되짚어 봤다. 계열사 CEO들, 매각설로 단기급등 때 지분 매도로 이익 챙겨
유진그룹 M&A 실패로 손실, 임직원은 지분매도로 배불려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에겐 늘 따라다니는 별명이 있다. ‘M&A의 귀재’가 바로 그것이다. 유 회장이 이 같은 별명을 갖게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수의지를 밝힌 곳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먹어치운 까닭이다. 유진투자증권 또한 유 회장 별명 짓기에 한몫 톡톡히 했단 평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유진투자증권 인수는 유 회장에게 큰 재앙이 됐다.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줄곧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려 온 탓이다.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한 지 2년도 채 안 되 도로 토해낸 데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유진투자증권을 산 곳은 르네상스PEF(사모펀드). 당초 주식시장에서는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르네상스PEF보다 적은 가격을 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르네상스PEF가 유진그룹에 제시한 가격은 1200억~1300억원선. 이는 2006년 유진그룹이 유진투자증권 사들일 때 들인 1800억원보다 한참 낮은 금액이다. 유 회장으로선 1년 9개월 만에 500억원을 까먹은 셈이다.
임원에게도 버림받은 유투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유진투자증권을 사면서 유 회장은 말 그대로 ‘밑진 장사’를 한 반면, 그룹 임직원들은 ‘남는 장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유진그룹 계열 임원들은 갖고 있던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잇달아 팔아치웠다.
그러나 그 시기가 적절치 않았단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진 임원들이 주식을 판 때는 유진투자증권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말.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였다.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제일 먼저 판 사람은 김동건 유진자산운용 사장. 김 사장은 유진투자증권 재매각설이 나돈 지난해 9월 29일 갖고 있던 자사주 11만9753주를 모조리 팔아치웠다. 유진투자증권이 가망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눈치 챈 것이다.
김 사장에 이어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내다판 사람은 다름 아닌 박광준 부사장이다. 어처구니없게도 박 부사장은 유진투자증권의 ‘넘버2’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7일 갖고 있던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11만9753주 모두를 장내 매도했다.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이 이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그나마 양심 임원으론 류영철 유진투자선물 대표를 비롯해 강진순 유진투자증권 상무와 이정식 상무가 꼽힌다. 이들은 유진투자증권 매각이 확실시 된 지난해 12월 말께 자사주를 시장에 내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류영철 대표가 자사주를 내놓은 때는 지난해 12월 18일. 류 대표는 갖고 있던 유진투자증권 주식 40만2915주 중 25만주를 주식시장에 내놨다.
이어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19일 강진순 상무는 유진투자증권 보통주 22만2371주를 장내 처분했고, 이정식 상무는 12월 23일 유진투자증권 15만주 모두를 내다팔았다.
이뿐만 아니다. 2007년 자사주를 받은 유진 직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주식 전량을 팔아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진의 한 직원은 최근 3만주 가량을 전량 처분했다.
이에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대다수 임원들이 많게는 두 배 가량 차익을 실현한 셈"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유진그룹 임직원들은 2007년 유상증자 실권주를 주당 855원에 받았다.
유진투자증권 주가가 지난해 10월 중순 한 두 차례 800원 대로 떨어진 당시를 제외하면 대다수 임원들이 많게는 두 배 가량 차익을 실현한 셈이다.
이와 관련 유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일단 (유진투자)증권사 매각이 결정된 상태에서 그룹이 나서서 임원들에게 주식을 팔라 말라할 상황이 아니다”며 “무조건 로열티를 포기하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각에 나도는 미공개 정보이용 의혹에 대해 "증권사 매각설은 지난해 9월부터 나왔었다"며 "김동건 사장의 경우 퇴사하면서 갖고 있던 주식 전량을 매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