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인수 주류사업 시작…잘 돼야 할 텐데
‘유통 공룡’ 롯데그룹의 차기 사령관인 신동빈(54) 부회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새로 진출하는 사업마다 번번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신 부회장은 1997년 그룹 부회장에 오른 직후 손 댄 사업마다 줄줄이 쓴 잔을 마셨다. 이런 신 부회장이 주류시장에 본격 발을 내딛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두산주류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신 부회장이 두산주류를 통해 얼마의 성공을 거둘지 주목되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다. 신 부회장의 행보를 뒤쫓았다.1994년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줄줄이 낭패
개인 취향 사업진출이 실패 요인, 자질론 논란
신동빈 롯데 부회장의 첫 ‘실패작’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다. 1994년 롯데에 인수된 ‘세븐일레븐’은 현재 자본 잠식까지 가는 등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2000년 뛰어든 에스프레소커피 ‘자바커피’ 체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뛰어드는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로 연결되자 재계는 신 부회장의 사업 역량을 의심하기 시작했다.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무리하게 사업으로 연결시켜 실패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생활잡화숍 ‘무인양품’(무지)과 저가 캐쥬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도입이다.
신 부회장이 직접 제안해 국내에 들여온 ‘무인양품’은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 입점 됐지만 고가 시비에 휘말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 역시 신 부회장의 ‘낡은’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신 부회장은 일본 체류 시절 즐겨 입던 ‘일본의 국민복’ 유니클로를 2005년 처음 들여왔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신통찮았다.
이에 앞서 2004년 12월 오픈한 ‘크리스피 크림도넛’ 역시 미국 유학 시절 신 부회장이 즐겨먹던 도넛을 사업으로 연결시켰으나 실패한 사례다.
간판 브랜드인 롯데리아 상황도 어려워지고 있다. 2004년 866개였던 매장이 매년 감소해 현재 740개로 줄었고, 매출 또한 2004년 4016억원에서 2007년 3800억원으로 떨어졌다.
잇단 투자 실패 ‘곤혹’
이에 따라 재계는 신 부회장의 주류업계 진출을 부정적 시각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재계는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의 매출부진을 꼽았다. 실제 우리홈쇼핑은 신 부회장이 본격 손을 댄 2007년부터 매출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2006년 546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2007년 들어 393억원으로 뚝 떨어진 것이다.
신 부회장의 체면 구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8년 2대 주주인 태광산업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우리홈쇼핑 실적이 점점 호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신 부회장의 자질론이 불거진 이유 또한 이 때문이다.
여기에 박문덕 진로 회장의 존재도 신 부회장에겐 큰 부담이다. 박 회장은 만년 2위였던 하이트맥주를 업계 1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한편 신 부회장은 진로 인수전 때인 2005년 박 회장과 ‘수싸움’을 벌이다 패한 바 있다.
박지영 기자 pjy092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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