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회장 인재경영론 화제
구본무 회장 인재경영론 화제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1-07 14:27
  • 승인 2009.01.07 14:27
  • 호수 90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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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 수록 인재를 아껴야 한다”
(위에서부터) 이건희 전 삼성 회장 · 최신원 SKC 회장 · 현정은 회장 · 김승연 회장

2008경제계 결산-“홍보팀 100명에게 물었다” 최고의 뉴스 Best 5

2008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 올 한 해는 수많은 시련과 기회의 연속이었다. 구속과 부도 사태 등으로 날개가 꺾인 CEO도 있었고, 시련을 이겨낸 불굴의 총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기업의 대변인 홍보맨들은 어떤 일을 2008년 최고 최뉴스로 꼽을까. 재계의 목소리로 불리는 50대 기업 홍보 담당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2008 경제계 ‘좋은 소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1위-‘책임경영론’ 이건희 전 삼성 회장

100명의 홍보담당자 설문조사에서 ‘좋은 소식’ 1위를 차지한 것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퇴’였다. 홍보담당자의 18%가 이 전 회장의 사퇴를 최고의 뉴스로 꼽았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내가 떠안고 가겠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그룹 회장직은 물론 삼성 관련 모든 직함을 버렸다. 1987년 제2대 삼성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후 21년간 수장을 맡아온 그였지만 이제는 대주주의 신분으로만 남게 됐다. 이 전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남으로써 ‘삼성=이건희’라는 등식은 20여 년 만에 깨졌다.

이 전 회장의 퇴진결정에 따라 그의 부인 홍라희씨도 리움미술관 관장과 문화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고객총괄책임자(CCO)에서 사임한 뒤 해외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퇴는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이어진 삼성특검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불거진 의혹은 삼성그룹 전반을 흔들었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이 전 회장 사퇴를 통해 얻은 것도 있다. 이 전 회장이 삼성을 떠난 뒤 그룹은 계열사 독립 경영체제를 갖추고 주요 계열사들이 강남 사옥으로 이전하는 등 이른바 ‘뉴 삼성’ 시대를 열었다. 이른바 새로운 도약의 장이 됐다는 것이다.

한편, 특검 수사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은 지난 10월 항소심에서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지만, 의혹의 핵심이었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응답자는 “재벌총수가 물러남으로서 책임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며 “재계 1순위 기업의 대대적인 쇄신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2위-‘인재경영’ 구본무 LG 회장

또, 설문결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인재론은 17%로 최고의 뉴스 2위를 차지했다.

홍보 담당자들이 구본무 LG회장이 뽑은 이유는 최근 경기한파에 구조조정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구 회장의 인재론이 화제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 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CM)’ 과정에서다.

당시 구 회장은 “어렵다고 사람을 내보내면 안 된다”며 “그래야 나중에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회장은 “모든 변화와 혁신의 중추는 우리 구성원들이며 이들이 LG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인재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구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국내 주요그룹 총수가 직접 인력감축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인력감축 등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LG는 물론이고 국내 유수의 그룹에서조차 “구 회장의 발언 덕분에 해고의 위험에서 벗어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특히 이 발언은 대기업 사이에서 ‘인위적 감원을 최소화하면서 이번 난국을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데 적잖은 공을 새웠다는 평가다. 재계에서 차지하는 구 회장의 위상도 한층 높아졌다. 구 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따라 LG그룹 각 계열사들은 인력 구조조정 대신 다양한 혁신방안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위-‘기부천사’ 최신원 SKC회장

최신원 SKC 회장은 6년간 남모르는 선행으로 설문 3위에 꼽혔다. 응답자 14%가 최 회장의 선행을 올해의 좋은 뉴스로 꼽은 것이다.

최 회장의 선행은 지난해 1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이 되면서 알려졌다.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회원으로 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지도자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1억원 이상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이다.

최 회장은 2003년부터 6년 동안 3억32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기부금을 낼 때면 이름을 ‘을지로 최신원’으로 쓰며 익명을 고집해 왔다. 이런 최 회장의 선행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개인 최고 기부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외부에 알려졌다. 최 회장이 낸 기부액은 모금회 창립 10년 동안 개인으로 4위, 현직 기업인으로 최고액이다. 한 응답자는 “저 살기에 바쁜 요즘 재벌 총수가 남모르게 돈을 기부해왔다는 것은 매우 훈훈한 소식”이라며 “자산이 수조에 이르는 재벌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위-재계거물 8·15특사 현정은 회장

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대기업 총수들의 무더기 특별사면이 최고의 뉴스 공동 4위(각각 11%)로 꼽혔다.

지난해 8월 15일 특별사면에는 비자금조성과 ‘보복폭행’ 사건으로 나란히 집행유예와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은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분식회계로 처벌받은 최태원 SK 회장과 손길승 전 SK 회장 등 재벌총수들이 포함됐다.

지난해 이들의 사면이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 희소식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들 재벌총수들은 사면과 동시에 발 빠르게 현장경영으로 복귀하면서 불경기 기업 살리기에 착수했다. 그밖에 투자 확대와 사회공헌, 채용확대 등에 대한 세간의 기대도 컸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공동 4위에 선정된 현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7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현 회장은 5년 전 현대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적잖은 풍파를 겪어왔다.

범 현대가와 잇따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던 것이다. 하지만 현 회장이 세계적 경영자로 인정받으면서 그의 입지는 보다 탄탄해질 전망이다.

사실 현정은 회장에게 2008년은 썩 좋은 해가 아니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현 회장의 대북사업에 큰 타격을 줬다.

금강산 관광 10주년, 개성 관광 1주년 등 기념비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비로봉은 물론 백두산까지 관광길을 터놓으려던 현 회장의 계획도 이 사건으로 물거품이 됐다. 위기 속에서도 현 회장은 취임 5주년을 맞아 신 경영문화를 선포하는 한편 그룹에 대한 지배력도 한층 강화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5위-봉사활동 전도사 김승연 회장

5위로는 총 응답자수의 9%를 차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봉사활동이 꼽혔다. 김 회장은 2007년 보복폭행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받았다. 당시 김 회장은 충북 음성군의 꽃동네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모두 마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은 내 인생과 삶을 바꿔 놓는 기회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김 회장의 이런 소회는 빈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도 한화사회봉사단 임직원 및 3남인 동선군과 함께 송년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김 회장은 이날 독거노인들에게 직접 목도리와 장갑을 착용시켜 주며 위로했다.

김 회장은 독거노인들을 만난 뒤 “오히려 이분들께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신 것 같다”며 “이분들의 미소를 보면서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 외에 지난해 10월에도 창립 56주년을 맞아 ‘한화 자원봉사 DAY’를 선포한 바 있다.


#좋은 뉴스 없다는 한탄도

그밖에 응답자들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선전을 6위(6%)로 꼽았다. STX그룹은 지난해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수출의 탑상을 휩쓸었다. STX그룹 계열사인 STX팬오션, STX엔진, STX중공업이 각각 30억 불, 7억 불, 1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것이다. 그 뒤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전경련 위상 강화’가 5%로 7위, 디자인 경영을 추진해온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의 ‘2008 대한민국 디자인대상’ 수상이 8위로 꼽혔다. 한편, 비관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 중 3%는 “2008년에는 좋은 뉴스가 없었다”며 설문에 답하지 않았다.

강필성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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