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불황을 모르는 이유를 짚어봤다.
불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이어진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국내 기업들의 발걸음이 무거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극복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불황을 극복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R&D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속속 신기술 개발 성과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투자가 위축되는 여타 업체와 달리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기술은 현재 회사를 만든 원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신기술 개발에서 나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차량의 각종 전자제어시스템들을 하나의 장치로 제어할 수 있는 섀시통합 제어시스템도 성능개발을 완료했다. 이미 회사는 해당 기술을 양산개발에 착수한 상황. 이 시스템은 내년 말까지 개발을 완료해, 2011년부터 양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위기에 빛나는 기술력
섀시통합 제어시스템은 첨단 제동장치와 조향장치 그리고 현가장치 등을 하나의 전자제어장치로 통합 제어함으로써 최적의 주행안정성을 확보해주는 기술이다. 현대모비스는 섀시통합 제어시스템 개발에 앞서, 이 시스템에 적용되는 각각의 개별 첨단 기술들도 독자기술로 개발 완료한 바 있다. 올해 초에는 자체기술을 바탕으로 첨단 전자식 제동장치인 MEB(MOBIS Electronic Brake)를 독자 개발하고, 이에 앞서 모터로 구동하는 첨단 조향장치인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도 최초로 국산화했다. 그밖에 공기로 차량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첨단 현가장치인 에어서스펜션도 개발해 현재 제네시스 차종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완성차 한 대당 40~50개 정도의 ECU(전기전자장치, Electronic Control Unit)가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150개 정도의 ECU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의 편의와 안전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는 탓이다. 하지만 공간이 한정된 탓에 ‘통합’여부가 자동차업계의 개발 키워드가 됐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재 섀시통합 제어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제동 및 조향을 함께 공급하고 있는 상위 2~3개 업체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현대모비스가 내년 말 이 시스템을 개발완료하면,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독자기술을 선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발판으로 궁극적으로 제동시스템, 조향시스템, 현가시스템은 물론 안전시스템(에어백)까지 통합하는 섀시통합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러한 완전한 통합시스템이 개발되면 원가절감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분야로 대두되고 있는 친환경 기술과 전자장치 분야에도 진출하면서 미래 장기성장을 위한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통해, 미래 자동차산업을 견인하는 초일류 글로벌 부품업체로 도약한다는 복안이다.
미래기술로 성장 이어가
현대모비스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하이브리드자동차 핵심부품 사업으로의 진출을 꼽는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하이브리드자동차용 핵심부품인 구동모터와 통합 팩키지모듈(IPM)의 양산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이 부품들은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용부품 중에서 기능 기여도 부분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핵심적인 부품이며,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연료전지차에도 함께 적용할 수 있는 공용품이다.
이와 함께 전장품 사업 진출을 위해 현재 현대오토넷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얻는 시너지효과만 2012년까지 6000억원. 이를 통해 현대모비스는 앞으로 섀시전자와 안전시스템, 차체제어 전자장치와 텔레매틱스 등의 전장품, 그리고 하이브리드 핵심부품 기술 등 자동차 전장사업 및 미래기술을 아우르는 전문 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사업전략과 글로벌 R&D인프라, 신기술 개발에 대한 열정이 잘 어우러지면서, 현대모비스는 최근 불황을 겪는 세계 다른 부품업체들과 뚜렷이 대조된다. 이러한 내부경쟁력이 인정받은 것일까. 외국계 한 증권사는 현대모비스를 “위기에 견딜 수 있는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60% 증가된 2000여억원의 R&D투자 비용을 책정하는 등 신기술 개발을 계속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권수연 기자 rel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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