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동양그룹·한라그룹·현대시멘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남양유업·동양그룹·한라그룹·현대시멘트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8-12-30 23:42
  • 승인 2008.12.30 23:42
  • 호수 89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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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침체기를 맞아 재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기업의 시가총액이 속수무책으로 하락 탓이다.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은 투자 감소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난국에서도 미소 짓는 사람들은 있다. 재벌가가 바로 그들이다. 일부 재벌 자녀들이 증시침체기를 이용해 낮은 증여세로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위기가 그들에게 지분확대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기를 맞이했지만 재벌가의 지분 이동은 활기차다. 약세장을 틈타 자녀들에게 지분을 대거 증여·매수케 하기 때문이다. 약세장을 활용해 보다 저렴하게 매입하고 세금도 덜 내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바로 남양유업이다. 홍두영 남양유업회장은 마침내 남양유업 보유지분을 모두 털었다.


약세장에 재벌 승계 한창

지난해 12월 19일 금감원 등에 따르면 홍 회장은 남양유업 보유 주식 5만4907주(7.63%)를 장남인 홍원식 이사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홍 이사는 보유 지분이 27.07%로 상승했다. 반대로 홍 회장은 보유 지분이 ‘제로’가 됐다. 보유한 모든 지분의 증여를 완료한 것이다. 그는 2008년 초 손자 윌리엄군에게 2000여주를 증여한데 이어 홍 이사에게 남은 지분을 모두 증여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지분 상속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 회장은 올해 91세로 고령의 경영자인 만큼 증여가 언제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다.

현재현 동양그룹회장의 외아들인 승담씨의 지분 매입도 시선을 끈다. 동양그룹은 최근 승담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매입 계획을 착착 실행하고 있는 중이다.

승담씨는 지난해 12월 3일 동양메이저 주식 5만3000주(0.06%)를 매입했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총 6차례에 걸쳐 동양메이저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로써 매입 전 74만1644주였던 승담씨 보유 주식 수는 총 83만1754주로 9만주가량 늘어났다. 현재 승담씨의 동양메이저 지분율은 0.97%다.

이와 동시에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지난해 10월부터 동양메이저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동양레저는 현 회장이 30%, 승담씨가 20%, 동양캐피탈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승담씨는 지난해 6월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입사한 바 있다. 약세장에 본격적인 후계구도 강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조석래 효성그룹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현문 부사장도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심지어 형인 조현준 사장의 지분율 6.94%를 앞지른 상황. 조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14일부터 같은 해 12월 10일까지 자사주 14만9373주를 사들여 지분율을 6.99%로 늘렸다. 그의 매입 이전 지분율은 6.93%로 셋째인 조현상 효성전무의 6.73%와 균형을 유지했었다. 이에 따라 후계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효성그룹의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범 현대가의 약진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몽원 한라건설회장의 딸 지연씨도 지난해 11월 4일 장내 매수를 통해 한라건설 지분 3만7000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지연씨는 11월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각각 2만9000주와 8000주를 총 2억5462만원에 매집했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정지연 씨의 자금출처는 근로소득 및 개인 보유재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선 현대시멘트회장의 장녀 재은씨와 장남 형선씨, 차녀 예린씨도 지난해 10월 29일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재은씨는 850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1.57%로 늘렸고, 형선씨도 같은 날 700주를 매입했다. 재은씨와 형선씨는 올해에만 각각 2210주와 302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그 밖에 올해 13살에 불과한 예린씨도 500주를 매입해 지분율 0.03%를 확보했다.


중견기업도 승계 일색

이 같은 지분승계 사례는 중견기업으로 갈수록 무궁무진하다.

조창걸 한샘회장 자녀들은 최근 자사주를 사들였다. 회사 측은 지난해 12월 9일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찬 휘현산업개발대표와 조 대표의 누이 은영·은희·은진씨가 각각 1만4000주씩 매입 했다고 공시했다.

이동욱 무림페이퍼회장은 지난해 11월 24일 지분 15만주(0.72%)를 장내 매도했다. 이어 이 회장의 아들인 이도균 이사가 이 물량을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12.31%로 높였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회장의 아들인 천세전 부사장 역시 지난해 10월 31일 부터 같은해 11월 27일까지 자사주 28만5684주(1.6%)를 매입했다. 천 부사장의 여동생인 미전씨도 지난해 12월 1일 자사주 3만7278주를 사들였다.

곽노권 한미반도체 창업주는 지난해 5월 지분 15%를 아들인 곽동신 대표이사 부사장에게 증여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11일 4명의 딸에게 똑같이 30만4381주씩 증여했다. 이어 같은 날 두살짜리 손자 호중씨에게는 8만7549주를 증여했다.

이와 같은 재벌가의 행보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위기 및 세계적 불황으로 약세장이 계속 될 것으로 예견되는 탓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약세장에서 경영권 상속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주식은 증여 당시를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상속 및 증여 세금을 줄이겠다는 계산”이라고 밝혔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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