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경영리더십 두 얼굴 ‘해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경영리더십 두 얼굴 ‘해부’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12-30 23:18
  • 승인 2008.12.30 23:18
  • 호수 89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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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태광일가 천안방송 지분편취 의혹>과 관련, 모두 두 차례에 걸쳐 그간의 숨겨진 미스터리를 추적·보도한 바 있다. 2006년 9월 ‘태광그룹과 홈쇼핑 3사간’에 벌어진 이상한 거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태광산업은 회사가 100% 보유한 천안방송 지분 67%를 GS홈쇼핑, CJ홈쇼핑,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에 고루 내다 팔았고, 약 4년 뒤 해당 지분 전량을 고스란히 되샀다. 것도 4년 전 가격과 동일한 주당 2만원이었다. 이에 본지는 ‘편법 지분파킹’에 초점을 두고 의혹을 하나 둘 파헤쳐 나갔다. 이번 호는 이 이상했던 거래가 끝내 묻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기업의 성장사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태광그룹(이호진 회장) 역시 성장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대한민국을 도박광풍으로 몰아넣었던 ‘바다이야기’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챙겼던 상품권 업체‘한국도서보급’이 태광의 계열사라는 점 때문이다.

‘태광일가 천안방송 지분편취 의혹’을 최초 거론한 사람은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일명 ‘장하성 펀드’)의 장 교수였다. 장 교수와 태광의 벼랑 끝 싸움은 ‘장하성 펀드’가 태광그룹 상장 계열사인 대한화섬 주식을 처음 산 2006년 4월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일이 터졌다.

장 교수는 그해 8월 태광그룹에 대해 “좋은 회사임에도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 자산운용 전반이 잘못됐다”며 태광 측에 △소액주주 권리의 개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회사와 그 계열사들 간 거래 투명성 개선 △배당금 증액 △주주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의 매각 등을 요구했다.


미스터리 묻힌 진짜 이유

이에 태광그룹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론과 장하성 펀드 등에서 계열사와 이호진 그룹 회장-현준 부자 등 총수 일가 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분 문제를 거론했을 때에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소극적인 답변만 내놓았었다.

양측이 다시 맞붙은 것은 대한화섬의 주주명부를 두고서였다. 장하성 펀드는 그해 9월 4일 대한화섬에 “소액주주들에게 펀드의 활동 취지 등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명부 열람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한화섬은 장하성 교수와 펀드 운용을 맡는 라자드자산운용의 자격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장하성 펀드 측은 “그룹의 핵심인 태광산업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며 태광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장 교수는 또 태광산업 이사회에 케이블TV회사와 그룹의 복잡한 관계에 대해서 해결책을 내놓으라며 법적 책임을 추궁했다.

당시 장 교수는 “홈쇼핑 3사가 동일한 시점과 동일한 가격에 태광산업과 거래한 점은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고, 시장 추정가격의 6%에 불과한 헐값에 매도한 점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태광을 맹공했다.

이어 장 교수는 “SO사업자가 홈쇼핑의 채널권을 결정하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것을 고려해도 이는 태광산업과 태광산업의 대표이사이자 전주방송 소유주인 이 회장, 홈쇼핑사들간에 밝혀지지 않은 편법적 관계가 존재했음을 의심케 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돈줄 한국도서보급이 문제

그러자 태광그룹의 태도가 급 돌변했다. 장 교수의 맹공에 콧방귀도 뀌지 않던 태광이 장하성 펀드의 요구를 100% 수용하며 ‘백기투항’한 것이다. 이에 업계는 360도 달라진 태광에 관심을 집중했지만 말끔히 해소되지 못한 채 끝내 미스터리로 남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문제의 미스터리를 풀만한 해법이 의외의 곳에서 나와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제보자 A씨는 “당시 장하성 교수가 이호진 회장과 그의 아들 현준군의 지분 증여 현황을 파악하던 중 한국도서보급과 관련된 의혹들을 발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도서보급과 관련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자 태광이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당시 장 교수가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한국도서보급과 관련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태광그룹 계열 기남방송이 한국도서보급 주식을 헐값에 이호진 회장 부자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 기남방송은 2005년 11월 8일 보유중인 한국도서보급 주식 18만2000주(91%)를 30억6544만원에 이호진 회장 부자에게 전량 매각했다. 당시 거래가는 1만6843원. 이는 2003년 기남방송이 두산그룹으로부터 사온 1만6660원에 비해 고작 183원 오른 가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2003년 한국도서보급이 두산그룹으로부터 기남방송에 매각될 당시에는 적자상태였지만 2005년 8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되면서 경영 상태가 급속도로 호전됐다는 측면에서 헐값 매입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또 영업 호전으로 다른 계열사에 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대출해주며 사실상 그룹의 ‘돈줄’ 역할을 해오고 있던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한국도서보급은 2005년 8월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이후 9억920만장(액면가 기준 4조546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발행하면서 사업이 호조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5년 영업이익 75억6108만원, 순이익 71억3300만원을 기록했고 올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왔다.


‘떼돈’ 포기한 기남방송 왜?

두 번째는 “이호진 회장의 미성년 아들 현준(14)군에 대한 편법 주식 증여” 의혹이다.

실제 장 교수와 태광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때 쯤 태광그룹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 김남태 대표이사는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2006년 12월 28일의 일이다.

당시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한국도서보급이 경품용 상품권의 위법 발행과 함께 대주주인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과 아들 현준군에 대한 편법 주식 증여 사실을 적발해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박명석 대표이사는 2006년 10월 한국도서보급의 주식 92%를 보유한 이호진 회장측이 한국도서보급 소액주주의 나머지 주식을 1주에 1만 6660원에 매수할 수 있도록 실무작업을 추진하라고 김씨에 지시했다.

이에 김씨는 당시부터 2007년 3월까지 한국도서보급의 소액주주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프뢰벨, 교보문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와 협의해 이 회사들이 갖고 있던 도서보급 주식 1만 2000주를 이 회장 아들인 현준군이 매수하게끔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서보급 주식 2000주를 갖고 있던 영풍문고가 주식 매각 제안을 거절하자 김씨는 영풍문고로부터 주식 2000주를 3332만원(주당 1만 6660원)에 매수하면서 대신 협찬비 명목으로 도서문화상품권 5000원권 7015장(3332만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룹 계열사의 지시를 받고 회사 한국도서보급 소액주주 주식 거래를 주선하는 과정에서 회사 협찬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로 한국도서보급 김남태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결국 검찰은 한국도서보급의 경품용 상품권 발행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않았던 대주주의 불법 증여 사실까지도 적발해낸 셈이다.

또 이 과정에서 대주주들에게까지 수사망이 확대되면서 태광그룹측이 장하성 펀드측의 요구를 100%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티브로드 관계자는 본지의 계속된 취재요청에 직답을 회피했다. 해당 부서 직원은 “모 실장이 외근 중으로 연락이 안 된다”고 했고, 외근 중인 실장은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였다.

이에 태광그룹 측에 답변을 요구하자 그룹 관계자는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그때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본 의혹을 풀기위해선 검찰수사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검찰은 참여정부 시절 정권유착을 통해 비리를 일으킨 태광실업, 프라임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룹의 오너들이 구속됐다.

기업에서 정치권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수사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검찰이 곧 ‘바다이야기’에 대해 본격 수사를 할 것이라는 정보가 검찰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만약 검찰에서 ‘바다이야기’를 수사할 경우 태광그룹도 수사선상에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일각에선 ‘바다이야기’에 대한 검찰 수사의 향방에 따라 태광그룹으로선 최대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도박광풍’에 ‘웃는’ 이호진 부자(父子)

바다이야기 등 도박광풍이 서민들의 피눈물과 수십조원의 돈을 집어삼킨 가운데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부자는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드러나 눈길을 끈다.

실제 이호진 회장 부자 100% 지분을 보유한 한국도서보급은 도박광풍이 분 2006년 순익이 180억원 정도로 대박을 터트렸다. 이는 2005년 대비 153%나 늘어난 금액이다. 2004년 3억4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회사가 2년여 사이 도박광풍과 경품용 상품권의 대박 속에서 250억원 이상의 돈을 거머쥔 것이다.

경품용 상품권은 바다이야기 등 게임(성인용 오락실) 업소가 돈을 딴 고객에게 증정했던 것으로 도박광풍의 진원지였다. 법령상 업소에서 게임참여자에게 현금을 내줄 수 없기 때문에 상품권으로 이를 대신했고 상품권을 받은 이는 대개 속칭 ‘깡’을 통해 할인된 금액의 현금으로 교환, 현금처럼 쓰였다.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부자의 회사(이 회장 지분 51%, 아들 49%)인 도서보급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계열사에 전방위로 투자했다.

2006년 우리홈쇼핑·흥국증권·티브로드폭스코리아 주식을 사들이는데 453억원의 돈을 썼고, 용인시 기흥구 신갈 일대에 15억원 상당의 토지도 사들였다.

기흥 일대는 판교·동탄 개발 등과 맞물리며 땅값 폭등했다.

또 2007년에도 계열사인 태광시스템즈에 13억원을 빌려줬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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