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4위 태광그룹 이호진의 공격적 신경영론
재계 34위 태광그룹 이호진의 공격적 신경영론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12-24 13:18
  • 승인 2008.12.24 13:18
  • 호수 88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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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공격적 확장 속에 감춰진 내막 “노동자는 울고 있다”
이호진(46) 태광그룹 회장은 철저하게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그 흔하디흔한 현장경영 사진도 없다.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창업주인 고 이임룡 회장 때부터 내려온 가풍이다. 생전 이임룡 회장은 단 한 번도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 이호진 회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4년 그룹 회장에 오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 국내 재계순위 34위이자 계열사만 46개를 거느린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을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오너’라 부르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재벌 2세 모임도 나가지 않는데다 소속된 이너서클도 없다. 그렇다고 특별히 정?관계 사람들을 따로 만나는 것도 아니다. 아주 친한 지인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호진 회장과 태광그룹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숱한 의혹이 일어도 콧방귀조차 뀌지 않아 루머가 또 다른 루머를 낳고 있다. 심지어 모 국회의원은 이러한 태광그룹을 두고 “교만한 기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임룡 창업주의 3남

이호진 회장이 본격적으로 태광그룹 경영일선에 나선 것은 1996년 11월. 태광 창업주이자 부친인 이임룡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 흥국생명 이사로 재직했던 이 회장은 이듬해 태광산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그룹 회장 자리는 이임룡 명예회장의 처남인 이기화 회장이 넘겨받았고, 장남 석진씨가 부회장을 맡았다. 그러던 2002년 이기화 회장이 사임하고, 석진씨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이 회장은 2004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회장 취임직후 이 회장의 낯가림은 더욱 심해졌다. 그 흔한 수행비서도 없다. 이렇다 보니 그의 얼굴을 모르는 직원도 태반이다.

하지만 경영과 관련해서는 이 회장은 매우 공격적이다. 이 회장이 취임한 직후 태광그룹은 유선방송사업과 금융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반면 그룹 모체인 화섬?섬유화학 중심의 태광산업 실적은 몇 년째 바닥을 치고 있다.


태광산업 말아먹을 판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호진 회장이 새 사업에서 성과를 많이 내고 있지만 선대 회장의 유지를 잘 받들지는 못하고 있다”며 “사업을 확장하면서 적을 많이 만든 것도 걱정이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살아생전 이임룡 명예회장은 ‘정도’와 ‘신의’를 강조했던 오너였다.

1973년 흥국생명을 인수하면서 이 명예회장은 “보험회사 재산은 보험 가입자 자산이므로 흥국생명 돈을 태광에 가져다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선대 회장의 약속은 이호진 회장 대에서 깨지고 말았다.

2004년 9월 흥국생명은 대주주(이호진 회장)에게 125억원의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기관경고를 받고 8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태광그룹의 핵심사업으로 부상한 유선방송업체(한빛아이앤비)를 인수하기 위한 돈이었다.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에 대한 외부 우려도 크다.

도서상품권과 경품용 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도서보급은 이호진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인 현준군이 지분 95%를 갖고 있는 회사다.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호진 회장 때 깨진 선대 회장 약속은 이뿐만 아니다. 이 명예회장은 늘 “직원을 자르지 마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2001년 태광산업과 계열사인 대한화섬에서 400여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또 2004년 말엔 아무런 이유 없이 흥국생명 근로자 217명을 정리했다. ‘미래 경영상의 이유’였다곤 하지만 실상은 노조 탄압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유선방송사업체(SO)를 인수하면서 끊임없이 논란에 휩싸였고, 쌍용화재 인수 때는 금감원 특혜설 파문도 일으켰다. 이런 과정에서 태광그룹은 ‘조용한 기업’ 이미지에서 ‘노동자 탄압 기업’이란 오명을 얻게 됐다.

‘깨끗한 기업’으로 태광그룹을 일군 이 명예회장 입장에선 무덤에서 조차 곡할 노릇인 셈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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