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호 조류 떼죽음… 재생골재 독성침출수 때문이다

새는 날고 싶다. 천여마리 철새가 떼죽음을 당했다. 철새의 보금자리 시화호 위를 자유롭게 날던 새들이 죽었다. 철새가 자유롭게 날던 시화호는 죽음에 늪으로 변했다.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시화호에서 왜 갑작스런 철새 떼죽음 사고가 발생했을까.
철새들이 죽은 곳은 MTV(멀티테크노밸리)현장 중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을 4공구에서 발생했다. 도요새와 청둥오리 등 겨울철새 1천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환경단체에선 한국수자원공사가 MTV시공하면서 시화호 호수변 8Km구간을 매립하면서 폐콘크리트 재생골재를 사용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건설 관계자는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다. 이건희 전 회장이 말이다. 환경단체에선 “환경파괴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할 수 없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이번 시화호사건을 보면 삼성에 미래를 알 수 있다. 환경파괴의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시민단체와 공방을 알아본다.
철새가 떼죽음을 당했다. 환경 파괴에 의한 죽음이었다.
철새가 죽은 곳은 시화호 주변. 이곳은 한국수자원공사가 MTV(멀티테크노단지)를 만든다며 시화호 호수변 8Km구간을 매립하고 있는 4공구이다. 국내 최대기업 삼성그룹 계열회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이다.
이 공사현장은 다른 매립 현장과 달리 폐콘크리트 덩어리를 잘게 부순 순환골재를 갯벌 위에 깔고 흙을 덮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정부가 자원 절약을 내세워 공공사업에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순환골재’를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화호 갯벌 매립에 들어간 순환골재가 1Km구간 기준으로 15톤 덤프트럭 8000대 분량이 들어간다.
삼성건설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순환골재 9만㎥를 들여와 개펄 18만㎡에 매립지 지반 안정화 용도로 50㎝ 높이로 매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시화호 철새들이 죽은 원인이 시멘트 독성 때문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매립 현장 주위의 침출수를 조사한 결과 강알카라인 ph11.3이 나왔다. 수자원공사와 삼성건설도 자체 조사에서 ph12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ph12의 강알칼리 물에선 피부화상, 피부궤양, 피부부식 등 심각한 위험이 발생한다.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이 작업 중에 시멘트 물에 노출되어 피부화상을 입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피부화상을 일으키는 강알카리 시멘트 침출수에 노출된 철새들이 죽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 매립지 곳곳에 생긴 웅덩이의 물은 순환골재와 반응해 생물이 살기 어려울 만큼 강알칼리 상태로 바뀐 채로 일부는 시화호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환경단체의 관계자는 “철새가 떼죽음한 4공구 현장엔 시멘트 냄새가 진동했다. 폐시멘트에서 흘러나온 누렇고 허연 침출수가 시화호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폐시멘트 속에 있던 유독성이 철새들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다. 매립지에서 저토록 심각한 침출수가 발생하여 시화호로 들어가고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했는지 수자원공사와 시공사(삼성건설)관계자들에 무책임함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시화호 지킴이’로 알려진 최종인 씨는 환경오염도를 측정하기 위해 집오리 5마리를 순환골재로 오염된 물 웅덩이와 같은 조건에 넣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오리는 나흘 만에 모두 죽었다.
최종인 씨는 “철새들의 폐사는 강알칼리로 바뀐 수질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해 시멘트 추방운동을 펼쳐 온 최병성 목사는 “폐콘크리트의 재활용은 중금속 위협만 있는 게 아니다”면서 ”콘크리트를 만들 때는 포름알데히드·페놀 등 유해물질이 든 혼화제를 섞는데, 순환골재가 물과 접촉하면 이런 유해물질들도 더욱 잘 녹아나온다”며 “순환골재의 무분별한 사용은 생태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이 폐콘크리트 사용이 철새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삼성측의 환경무관심을 질타했다.
삼성건설의 관계자는 “정부의 순환골재 의무사용 규정에 따랐다.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환경부가 하라서 했다”고 해명했다.
삼성건설은 순환골재가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환경단체에 지적이 나온 뒤 순환골재 반입을 중단하고 바닷모래로 대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은 태안기름 유출사고에 이은 시화호 철새 떼죽음 사건에 긴장에 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단체의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께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이 삼성 비자금사건으로 물러나서 그런 책임이 사라졌는지 몰라도 안타깝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와 이번 시화호사건을 보면 삼성에 미래를 알 수 있다. 환경 파괴가 언젠간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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