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권한 축소 시급

‘비리백화점’ 농협중앙회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세종증권 인수 로비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부터다. 농협중앙회의 부패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농협 자체의 조직력과 민선 농협 회장의 막강한 권한이 화를 부른 것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찾아 각종 부정비리 연루사실이 드러난 농협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농협이 정치를 하니까 안 된다”며 “농협 간부라는 사람들이 농민을 위해 온 머리를 다 써야지 농민들은 다 죽어가는 데 정치한다고 왔다 갔다하면서 이권에나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은 이어 “농협이 금융하고 뭐해서 돈을 몇 조씩 벌지만, 돈 벌어서 사고나 치고 있다”며 “그 돈을 농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만·부실경영 △비리 도덕적 해이 △정권유착 의혹 등으로 얼룩진 농협중앙회의 현 시점을 꼬집어 봤다.
농협중앙회의 부패 구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비리의혹 수사과정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실제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은 지지난해 1월 세종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50억원을 챙긴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지고 있다. 이에 앞서 정 전 회장은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를 현대차에 팔면서 3억원의 뇌물을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다. 정 전 농협 회장은 자회사인 휴켐스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팔면서 양해각서보다 322억원 가량 싸게 주기도 했다. 정 전 농협 회장이 어마어마한 뒷돈을 챙길 수 있었던 까닭도 이런 배경에서다.
사실 농협중앙회장의 비대권력에 대한 잡음은 예전부터 끊이지 않고 계속돼 왔다. 초대 농협회장인 한호선 전 회장부터 문제였다.
한 전 회장은 1994년 3월 19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전격 구속 기소됐다. 당시 그는 농협 예산 가운데 4억8000만원을 비자금으로 조성, 이중 4억1000만원을 개인적인 데 사용했다.
줄줄이 철창신세
바통을 이어 받은 원철희 전 회장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 전 회장은 1999년 재임기간 중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그중 3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런 탓에 지역농협 사이에서는 “다음은 누구냐”는 식의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러한 농협 비리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실제 정부는 비상임직인 회장이 농협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임기를 4년 단임으로 제한하는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 가지곤 비리덩어리인 농협을 바로 세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융기관에 가까운 구조의 문제를 개선하고, 공룡 같은 조직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 슬림화하며, 민선 회장의 전횡을 감독하는 장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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