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성 전 국세청장 구속 일파만파
이주성 전 국세청장 구속 일파만파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12-02 17:18
  • 승인 2008.12.02 17:18
  • 호수 762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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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장이 대우건설 인수 로비?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로비 의혹으로 서울 서부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이 지난 11월 12일 저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전격 구속된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화려한 인맥이 점차 베일을 벗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로비의혹 속 등장인물들인 이 전 청장과 신세계그룹 허모 부사장,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기세도 진양건설 대표 등은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친목을 다졌다. 하지만 이는 곧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결국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는 검찰 조사와 함께 서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됐다. 얽히고설킨 이들의 관계를 짚어봤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신세계그룹 허모 부사장, 백종헌 프라임그룹 회장, 기세도 진양건설 대표 가운데 가장 곤혹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단연 이 전 청장이다. 이 전 청장은 그동안 이들 인맥을 총동원해 호사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는 곧 이 전 청장의 목을 옭죄는 ‘올가미’로 돌변했다. 실제 이 전 청장은 프라임 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인수 청탁 등의 명목으로 19억원 짜리 아파트 한 채를 받은 혐의 등으로 전격 구속됐다.


부적절한 관계가 ‘독’

출발은 이 전 청장과 오래전부터 친분을 이어온 기 대표였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의 ‘위험한 친목’은 이 전 청장이 현직에 몸담고 있던 200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 대표는 대형공사 재하청 낙찰을 받기 위해 이 전 청장의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이 전 청장이 명절 선물세트 구입을 부탁하면 굴비세트 등을 직접 사다주기도 했다. 선물 구입비만 명절 세 차례에 걸쳐 1500만원에 이른다.

또 이 전 청장은 2005년 3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에 전세 입주하면서 2800만원짜리 덴마크산 뱅앤올룹슨 오디오기기와 미국산 이튼알렌 가구 1700만원의 돈을 기 대표에게 대신 내도록 했다.

이 전 청장은 기 씨가 운영하는 진양건설, 도양기업, 제이앤디산업개발 등에 세무조사를 비롯한 세무 현안이 발생하게 되면 잘 처리해 주겠다는 취지로 기 씨에게 ‘내가 이사할 아파트에 비치할 음향기기와 가구를 주문했는데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기 대표는 이 전 청장이 ‘딸에게 줄 55평형 아파트를 알아봐 달라’고 하자 프라임그룹 백 회장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2006년 당시 대우건설 인수에 힘쓰고 있던 백 회장은 그룹계열인 프라임저축은행을 통해 기 대표가 무담보로 두 차례에 걸쳐 30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줬다. 이에 기 대표는 대출 받은 돈 가운데 19억원을 뚝 떼어내 아파트를 산 뒤 이 전 청장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이번엔 아파트 명의가 문제였다. 이를 위해 이 전 청장은 또 다른 지인인 신세계 허 부사장을 끌어들였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서로의 치부도 ‘돌 보듯’ 눈감아줄 수 있는 ‘호형호제’ 사이다.

현재 허 부사장은 이 전 청장의 계좌 등에 자신이나 친척 명의를 수차례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기 대표에게 받은 새 아파트 또한 애초 허 부사장 처남 명의로 돼 있었다.

그러나 실패한 로비는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며 서로를 옭아매는 올가미가 됐다. 프라임 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실패로 돌아가자 상황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 전 청장은 19억 아파트의 ‘약효’가 듣지 않자 ‘약값’을 물어줘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됐다. 기 대표는 허 부사장에게 “아예 처남보고 인수하라고 해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처남의 경제력이 부족한 관계로 결국 허 부사장의 장인이 어렵게 14억원을 마련해 기 대표에게 건넸다. 결국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 전 청장과 백 회장, 기 대표는 구속됐고, 허 부사장은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는 매달 만나 골프를 치고 술을 마시는 등 친목을 이어갔다”면서 “그러나 청탁과 로비의 과정에서 이들은 상황에 따라 점차 서로를 의심하는 관계로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청장을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진술이 일치하고 정황상 증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청장만이 모든 혐의를 일체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장 10년 새 6명 중 4명 철창행

역대 국세청장이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주성 전 국세청장 구속에 따른 유탄인 셈이다. 일단 국세청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매우 냉소적이다. 지난해 전군표 전 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이 전 청장이 잇달아 구속된 탓이다.

이뿐만 아니다. 1998년에는 임채주 전 청장이 국가공무원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세풍사건)로 구속됐다. 여기에 2003년 손영래 전 청장도 썬앤문 감세 청탁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부정적 시각에 힘(?)을 보탰다. 이는 10년 새 6명의 청장 중 4명이 구속되는 진기록을 세운 셈이다.

국세청은 1966년 이낙선 초대청장을 시작으로 1988년 7대 서영택 청장이 내부 조직 출신으로 문민청장 시대를 연 뒤 한상률 현 17대 청장에 이르렀다. 지난 10년 동안 구속을 면한 사람은 11대 이건춘 청장과 12대 안정남 청장, 14대 이용섭 청장이다.

하지만 언론사 세무조사를 지휘했던 12대 안정남 청장은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지 23일 만에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포탈혐의로 물러났다. 문민청장 시절 이전 5대 안무혁 청장과 6대 성용욱 청장 등 군 출신 청장들 역시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법정에 선 것을 포함하면 국세청장 출신들의 수난사는 골이 깊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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