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마저 당한 ‘가짜 대체 에너지’논란

신 대체에너지를 표방한 업체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많은 기술 관련 상을 휩쓴 (주)에너지마스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문제는 수많은 시상을 받은 이 기술이 ‘사기극’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전직 직원의 폭로에서 시작된 의혹은 정치권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미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데 이어 과학기술계 역시 “있을 수 없는 기술”이라는 데 입을 모으는 상황. 그럼에도 이 업체가 이같은 기술로 막대한 수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째서 일까. 진위공방에 사로잡힌 신기술 논란을 따라가봤다.
물 에너지 등의 신기술로 주목을 받아온 (주)에너지마스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주인공이 된 에너지마스타는 이 기업은 2005년 설립돼 2006년 벤처기업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이지만 유독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켜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업체의 수상내력은 다채롭기 그지없다.
2006년 11월 장영실 과학기술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Vision 2007 기술혁신기업 대상 수상, 제3회 월드베스트상품 대상 수상, 신에너지 대상, 친환경경영대상, 한미미래산업경영대상, 환경부장관상 등 상이라는 상을 죄다 휩쓸었을 정도다. 이 수상의 핵심이 된 기술은 바로 ‘물 에너지’다. 에너지마스타 측은 한국전기연구원의 시험평가서를 공개하며 에너지효율 440%의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왔다.
신기술 정말 존재하나
440%의 에너지효율이란 100의 에너지로 400의 에너지를 생산해낸다는 것으로 열역학의 기본인 에너지보존법칙을 뛰어넘은 발견이다.
정말 이런 꿈의 기술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 같은 의혹은 에너지마스타에 전 기술부장의 A씨의 폭로에서 본격적 등장했다. A씨는 진보신당을 통해 “에너지마스타에서 보유한 기술은 새로울 것 하나 없는 기존의 기술일 뿐, 해당 제품은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에너지마스타 측에서 “총판 및 대리점 입을 막기 위해 뭐라도 만들어야 한다”면서 “실제 보일러, 가스레인지와 비슷하게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진까지 보유한 해당 제품 사진은 타사 제품이나 급조해서 만든 가짜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A씨 진보신당과 함께 에너지마스타를 고발한 상황이다.
실제 이 신기술을 보는 과학기술계의 눈초리는 썩 곱지 않다.
상식적으로 열역학의 기본인 에너지보존법칙을 무시하는 기술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전기연구원 관계자는 “에너지 효율 100%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440%가 상식적으로 말이되느냐”면서 “시험자료를 일방적으로 호도하고 있어 아주 골치다”라고 하소연 했을 정도.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술을 한껏 추켜세우던 기관 및 단체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다. ‘2008년 친환경전기에너지 경진대회’에서 에너지마스타를 본선에 진출시킨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경우 지난달 18일 진보신당 관계자들을 만나 “중대한 실수를 했다.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과 MOU를 체결하고 전주과학산업단지를 내줬던 전북도 또한 결정을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에도 수소사업 지원에 대해 KAIST수소연료전지 사업단은 애당초 기술이 성립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 했었다.
정부기관 줄줄이 낚였나
그렇다면 과학기술계에서도 선뜻 납득할 수 없는 이 기술이 어떻게 수많은 수상을 가능하게 했을까. 진보신당 측은 그 원인을 정·관계 로비에서 찾는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영재 전 의원이 에너지마스타의 회장으로 있다”며 “그 외에도 고문으로 이태섭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학옥 전 국방대학교 연구소장, 박병권 전 한국해양대학교 소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연줄과 영향력으로 실체가 없는 기술이 막대한 수상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마스터를 둘러싼 의혹 중에서도 청와대 및 정부 기관까지 관심을 보인 정황까지 드러나고 있다. 진보신당은 청와대와 지식경제부, 국무총리실의 관계자가 각각 지난 8월과 10월 에너지마스타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14일에는 국무총리실 기후변화대책기획단 소속 과장 한명과 전문가 두명이 방문했었다는 구체적 증언까지 나왔다는 것.
진보신당 관계자는 “당시 조 전 의원이 총리실 측에 수소보일러, 수소가스레인지 등을 만들었고 시속 150km으로 달리는 수소자동차도 개발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직 직원 A씨는 “청와대 관련 직원까지 연구소를 방문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0월27일 ‘2009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국회 시정연설’에서 “비록 우리가 탄소시대에는 뒤졌지만 환경 혁명의 수소시대만큼은 온 힘을 다해야된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은 고스란히 에너지 마스타의 사업에 활용됐다.
에너지마스타와 계약했던 B씨는 “회사는 이 같은 내용을 대통령이 인정한 것이라고 밝히며 투자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이런 상황과 시상 내역을 보고 믿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 “에너지마스타 측은 시상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계약자들에게 보내고 있어 믿음을 굳건하게 만들었다”고 하소연 했다. 수상내역이 에너지마스타의 사업확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에너지마스타는 전라북도와 전주시 등이 출연해 만든 전북테크노파크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나주시 고흥군에도 수소연료용 농자재 공장 조성하기로 하는가 하면 광양시는 광양경제자유구역 공장부지 제공 약속 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도 크게 확장해 총판 22개소와 대리점 200여개소를 모집했다. 진보신당에 따르면 예상 액수만 약 169억500만원에 이른다.
진위공방은 이제 검찰로
한편 에너지마스타 측은 이런 의혹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에니마스타 측은 “결코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면서 “일방적인 음해일 뿐”이라고 부정하고 있다. 언제든지 시연회를 갖자고 제의하기 까지 했다고 자신하기까지 했다.
회사 측은 이미 지난달 24일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발명특허등록5건, 발명특허출원 3건, 실용신안 5건 등록과 개발일지, 부품구매내역서류 및 당사 거래처 등 관계자들을 확인하면 당사 제품이 자체 연구개발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너지 관련 업계는 이 진위공방에 시선을 모으는 모양새다. 불확실한 국내의 기술 검증제도를 보완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진위공방의 칼끝은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10월말부터 보름간의 에너지마스타의 내사를 끝내고 공개수사의지를 밝힌 검찰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과학기술 사업 투자하기 전에 검토부터
“가짜 대체 에너지 산업 판친다”
고유가를 틈타 일반 상식에 배치되는 사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열풍을 이용해 효율이 입증되지 않거나 과학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메트로가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지하철 풍력발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하철 환풍기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일으키겠다는 이 계획은 창의시정 사례로 각광받으며 언론에도 대서특필됐다. 그러나 이 사업은 결국 열역학 제2법칙을 무시한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라는 세간의 빈축을 면하지 못했다.
결국 서울메트로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을지로3가역 안 2곳에서 시험적으로 가동해보기로 했다”며 한보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무한 동력 에너지’, ‘공기 엔진’ 등 물리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기술을 자랑하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심지어 “노벨상 감이니 지금 투자하는 것이 남는 것”이라는 달콤한 말로 현혹하기까지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특징은 ‘특허’다”라며 “특허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 사업연관성과 실현 가능성을 전문가에게 검토하는 것이 피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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