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라이벌기업 ‘자사주 매입’도 전쟁처럼

주식이 반 토막 났다. 대기업 오너일가와 CEO들만 신났다. 주가가 빠진 틈을 타서 싼 값에 지분을 늘리며 주식 재테크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인지 요즘 최대주주, 주요주주의 자사주 매입 공시만 넘쳐 난다. 주식매입에 나선 CEO들에 대해 알아본다.
유통가와 금융가의 거물 CEO들도 주식매입에 나섰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등 유통가 오너일가들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특히 유통라이벌인 신세계와 롯데그룹 오너들의 자사주 매입은 경쟁적으로 비춰 질 만큼 지난 10월에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 주식 매입에 650억 투자
신세계 이명희 회장이 CEO가운데 지분매입에 가장 활발했다.
지난 10월 14일부터 11월 4일까지 무려 16차례에 걸쳐 총 15만3500주를 사들였다. 이를 위해들인 비용만도 658억원. 지분율도 16.48%에서 17.3%로 높아졌다.
신세계 측에선 이 회장의 주식매입 이유에 대해 “신세계 주가가 워낙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신세계는 지난해 말 70만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10월 한때 반 토막인 35만원까지 추락했다.
이 회장의 주식 투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의 평균 매입단가는 42만9127원. 신세계 주가는 10월 하순부터 꾸준히 상승해 11월 6일 현재 45만8000원에 달한다. 벌써 41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셈.
롯데 신격호 회장 일가도 주식매매 및 러시
신세계와 유통 라이벌인 롯데그룹의 오너 일가도 자사주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간 연속 주식을 사들여 롯데쇼핑 지분율을 1.22%에서 1.47%로 높혔다.
신 회장뿐 아니라 신 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영화배우 서미경 씨와 신 회장이 서 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 씨도 롯데쇼핑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미경 씨와 신유미 씨는 지난 10월 24일 각각 롯데쇼핑 주식 3270주와 1690주를 사들였다. 이들과 이들이 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도 3000주를 매수했다. 이후 6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를 통해 지난 11월 4일 현재로 총 0.22%로 늘렸다.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적 자사주 지분 늘리기를 하는 동안 현대백화점 그룹 일가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지분 늘리기를 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주가 안정’을 내세우며 10월 28일 5만5317주를 사들였다(지분율 17.08→17.32%). 경청호 현대백화점 사장 역시 정 회장과 같은 날 5000주를 장내에서 샀다.
2세들, 지분 확보 기회로 활용
이번 주가 하락은 어차피 지분을 사들여야 할 2세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다.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지분을 바겐세일 기간에 싼 값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인 셈. 실제 수많은 2세들이 최근 지분 매집에 나서고 있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아들 구광모 씨도 지난 10월 27일 LG 주식 9만4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지분율은 4.53%로 높혔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차남 조현문 부사장과 삼남 조현상 전무 역시 자사주를 매입했다. 지난 10월 28일 조 부사장 지분율은 6.94%(243만6957주), 조 전무 지분율은 6.67%(234만3716주)로 높였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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