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동전을, 한손엔 총알을 든 CEO 류 진 ㈜풍산 회장
한 손엔 동전을, 한손엔 총알을 든 CEO 류 진 ㈜풍산 회장
  • 조경호 기자
  • 입력 2008-11-19 10:53
  • 승인 2008.11.19 10:53
  • 호수 760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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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와 전경련의 메신저 되다
류진 풍산 회장이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시에서 열린 5센트 동전 출시기념 행사에 참석해 존 스노 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풍산이 호주에 1억 3000불 소전 수출을 기념해 호주재무성에 방문한 류진 회장이 캔 핸리 재무수석과 2009년까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재계의 관심이 풍산그룹 류진 회장에 쏠리고 있다. 류 회장은 한 손엔 동전을, 다른 한 손엔 총알을 들고 1년의 절반을 해외에서 세일즈 마케팅을 하는 글로벌 CEO. 그의 글로벌 인맥이 미국의 차기‘오마바 정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4일,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8년 만에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민주당보다 공화당과 가까운 관계를 가져온 재계입장에선 현안을 조율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가교 역할을 할 인맥이나 채널이 거의 없다. 재계에서 유일하게 류회장이 오바마 정부의 핵심인 콜린 파월(전 미 국무장관), 앨 고어(전 미국 부통령)등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지면서, 그가 한미 간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풍산의 CEO 류진 회장이 한미 간 메신저가 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8년 만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가 됐다.

전통적으로 공화당과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한국 정계나 재계에선 현안을 조율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가교 역할을 할 인맥이나 채널이 거의 없다. 외교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외교 채널의 부재로 정책 혼선도 불가피하다.

오바마 정부가 무역에서 보호주의 경제정책을, 금융에선 규제 강화정책을 추진할 전망이다.

정부와 재계는 오마바 라인과 통할 국내 인맥은 누구이며,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할 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재계에 해결사가 나타났다. 한 손엔 동전을, 한 손엔 총알을 든 동전왕국으로 불러지는 풍산 류진 회장이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머물며 세일즈 마케팅을 하고 있는 글로벌 CEO인 류 회장은 전형적인 미국통. 그는 미국의 정재계에 폭넓게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공화당 인맥이 두텁지만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과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등과도 가깝게 지내고 있다.

파월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후보는 세계와 미국의 역사무대에 설 새로운 세대”라면서 오바마 지지선언을 해서 당선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또 고어 전 부통령은 공화당 일변도의 인맥에서 민주당으로 다변화를 꾀할 수 있는 핵심 인물이다.

류 회장이 파월 전 장관과 고어 전 부통령 등 민주당계 인맥들과 친분관계가 두터워 재계와 미국차기정부와의 메신저 역할을 충분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6일 태국 방콕에서 류진 회장 주최로 열린 만찬행사에 파월 전 장관 등 미국측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파월 전 장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 당선자 지지발언을 하게 된 배경 등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날 모임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도 참석해 재계와 차기 미국정부 측 인사들 간에 교류의 장이 되었다.

파월 전 장관은 캐나다의 리처드 아이비 비즈니스스쿨 홍콩캠퍼스 1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홍콩을 방문한 뒤, 류 회장의 초청으로 6일 태국 방콕을 비공식 방문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서울을 방문해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강연에 참석했다.

회사 측에선 류진 회장과 파월 전 장관, 고어 부대통령 등과의 인연이 알려지면서 한미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신문기사가 쏟아지는 데에 경계를 했다.

풍산의 한 관계자는 “류 회장은 해외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파월 전 장관이나 고어 부통령 등과의 인연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대통령 일가와의 돈독한 인연

류 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미국통이다.

김대중 정권 이후 대통령의 방미에 단골로 수행하는 경제인 가운데 한사람. 그는 지난 2003년 초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와 관련해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그해 4월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국내에 초청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의 전초전 성격이 강했기에 큰 관심을 모았다. 공식적으로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전경련 초청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경련 부회장이던 류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과 부시일가와 맺은 인연은 지난 92년. 당시 부시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도널드 그레그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에 투자한 5개 기업 대표를 신라호텔로 불러 기업설명회를 했다.

그때 인연을 시작으로 부시 가족들 교류도 시작되었다.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풍산의 미국 현지법인인PMX 준공식에 당시 영부인이었던 바버라 여사가 참석해 직접 테이프를 끊었을 정도다.

여기에 류 회장 특유의 사교성까지 더해지면서 부시 일가와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다. 파월 전 장관과의 인연도 부시 일가로부터 소개받았다.

류 회장은 파월 전 장관의 자서전 <나의 미국 여행(My American Journey)>한국어판을 번역해 출간했다.

파월 전 장관은 1974년 한국에서 2사단 대대장으로 근무하던 당시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이라는 내용을 책에 담았고, 그래서 한국어판 번역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02년 12월 국내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인해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질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과 전화를 한 것도 류 회장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이런데서 보듯 류 회장은 부시 공화당 행정부 인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류 회장은 풍산이라는 방위산업체를 경영하고 있어 일찍부터 대미관계에 공을 들였고, 미국의 거대 방위산업체 인맥은 물론 정계 인맥과도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영문과를 거쳐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류 회장은 유창한 영어,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한 해 60% 이상을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류 회장의 집무실에는 류 회장과 부시 가족이 함께 찍은 사진과 부시 가문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카드 등이 있다. 이런 활약에도 국내에는 풍산이나 류 회장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류 회장이 매우 겸소한 성품이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교적 가풍이 심한 집안에서 차남으로 가업을 이어받은 부담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족보상 명문가의 후손인 풍산의 류진가는 재계의 혼맥에서도 확실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풍산 류씨 서애종파의 류 회장은 서애 류성룡(1542∼1607) 선생의 13세손. 바로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류씨 가문의 후예다. 류 창업주는 회사 이름을 풍산 류씨인 자신의 본관을 따서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류 회장의 선친인 창업주는 병산교육재단을 세워 고향인 풍산에 풍산중·고등학교를 세웠다. 이 재단에 서애가 후학을 양성했던 병산서원과 그 일대 땅을 기증하기도 했다.

차남인 류 회장은 지난 99년 11월 창업주 류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뒤 풍산그룹의 경영권을 물러 받았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 계열의 ㈜풍산과 풍산마이크로텍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전의 왕국’풍산그룹… 비철금속업계 포스코

풍산은 세계적인 비철금속 기업이다.

주화 소재인 소전(素錢, 화폐 디자인이 찍히기 전의 동전)을 전 세계 60여 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세계 소전 입찰시장 점유율은 60%이다. 단연 1위다. 해외여행 때 기념품처럼 한두 개쯤 간직하는 세계 각국의 주화 소재인 소전에 상당량이 ‘Made in Korea'인 풍산의 제품인 셈.

40년간 검증된 풍산 소전의 품질로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다.

지난 1970년 4월부터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소전 생산업체로 지정된 풍산의 기술력은 세계적이다.

풍산은 지난 97년 호주에 입찰 없이 2~3년 단위로 독점공급 계약을 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호주 조폐국이지만 1978년 첫 거래를 시작해 20년간 풍산 소전을 사용해본 결과, 변함없는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하여 신뢰를 가지고 내린 결정이다.

풍산의 최대 생산 및 수출 품목은 사실 동 및 동합금 제품. 이 제품들은 전기·전자 커넥터와 반도체 리드프레임 등 첨단 전기·전자 산업의 부품 소재 생산에 사용된다.

풍산은 국내 유일의 총탄 생산 업체이자 대표적인 포탄 제조업체이다. 총알은 풍산이 100% 생산해 군에 납품한다.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73년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방위산업에 진출했다. 소구경 총탄뿐만 아니라 포탄까지 국군이 쓰는 탄약 국산화를 시작했다.

이후 모든 탄약을 국산화했다. 수입대체 효과를 매우 높였다. 지능화와 정밀화 등을 통한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인 국내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창업자 류찬우(1923∼1999) 회장이 ‘방위산업의 대부’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구리가공산업이란 한 우물을 파던 풍산은 지난 79년 서울 퇴계로 극동빌딩에 세 들어 사무실을 마련한 뒤 지금까지 본사로 사용하고 있다.

방위산업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밀 지능탄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의 탄약 전문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항공기와 유도무기에 필수적인 가속도계, 속도 및 고도측정센서 등 정밀 센서류와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등 정밀산업분야에서도 영역을 확대하는 등 풍산은 첨단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조>


##오바마시대… 재계2세 유학파 뜬다

재계에 하버드와 컬럼비아대 출신 2세 경영인들이 뜬다.

오바마 당선인이 졸업한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가 국내 재계와 이어줄 접속 창구로 떠오르면서 이 대학 출신 2~3세 경영인들에게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에서는 이건희 전 회장의 뒤를 이어 3세 경영을 준비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이재현 CJ 회장 누나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 등이 하버드대를 나왔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효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은 오바마 당선인이 나온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다.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밖에 윤석민 태영건설 부회장,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 등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 장남인 동관 씨는 세인트폴고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귀국해 공군으로 1년 넘게 복무 중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정치학을 전공했던 컬럼비아대 출신 경영인으로는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과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단연 눈에 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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