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행문화 천태만상
대기업 수행문화 천태만상
  • 정혜영 기자
  • 입력 2008-11-19 10:45
  • 승인 2008.11.19 10:45
  • 호수 760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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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수행 및 경호인력 보면 기업문화 보인다

대부분 그룹 총수들은 품위유지와 업무 원활 차원에서 기사와 수행비서 1~2명을 대동하고 있다. 기자 간담회 등 언론을 상대로 한 행사에서는 그룹 홍보팀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는 돌발질문과 자칫 총수들의 민감한 발언들에 대한 단속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일부 회장들은 대규모 수행인력 및 경비인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으며 특히 이러한 것은 총수의 안전 외에도 행사의 내외부에 사세를 나타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기업문화를 반영하듯 수행문화가 요란한 곳이 있는가 하면 조용한 곳도 있는 등 천태만상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현대차그룹 대부대 동원(?)

가장 대부대를 동원하는 그룹으로는 재계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을 꼽고 있다.

기자는 지난 번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수행 문화를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정 회장은 미국 앨라바마 공장 준공식 참석한 출장 중에 숙부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별세하며 현대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스무대가 넘는 검은색 중형 승용차들이 병원 현관에 주차했으며 차안에서 사람들이 일제히 먼저 나온 후에 정 회장이 나오자 도열해 정 회장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는 광경이었다. 정 회장이 두어 시간을 넘게 빈소를 방문해 친지들과 애도를 표한 가운데에서 정 회장과 함께 한 사람들은 차 주변에서 흐트러짐 없이 머물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물론 중요 출장이후 귀국한 즉시라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지만 이러한 모습들이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심심찮게 목격된다는 전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경우 최근 민감한 사안들이 몰려 있어 행사의 중요성 여부를 막론하고 타 그룹에 비해 많은 인원이 동행하는 광경이 목격된다"며 "특히 미리 인원을 배치하고 현장이 정리되면 정 회장이 업무를 보러 가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경호원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등에 대해선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정 회장의 수행과 경호문제는 대외비로 밝히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이재용 전무 대동 많아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전 회장은 몇 해 전부터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를 대동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건강 악화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가운데 이 전무를 상대로 경영승계를 위한 포석에서 이 같은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지난 해 승진한 이재용 전무가 CCO(Chief Customer Officer·최고고객관리책임자)를 맡게 돼 본격적으로 경영전면에 나선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이러한 모습들은 당분간 이러한 모습이 더욱 눈에 띄게 될 것이란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수행비서에 있어서 이 전 회장이 단독으로 다닐 때에는 한 두 명을 거느리고 다니며 경호인력도 배치되지만 아직 이 전무는 단신으로 기사도 대동 없이 움직일 때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공식적인 행사에서 이 전 회장과 이 전무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은 CCO란 직책 때문이며 그 외 사내에서는 이 전무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은 수행하는 별도 경호팀을 두고 있는데 이 경호팀은 보안 전문기업으로 태권도단도 운영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인 에스원 소속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은 이 전 회장과 관련 근거리 경호 외에 미리 요소요소에 인원을 배치해 행사장을 살피고 근거리 경호는 최소화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이와 같은 삼성그룹의 수행문화도 앞서 언급한 2005년 정세영 명예회장 빈소 방문 시에도 이건희 전 회장과 부인 홍라희 씨, 당시 이재용 상무의 동석과 삼성그룹의 경호인원들의 배치광경에 대해 기자는 목격할 수 있었다.


대규모 인원 수행 한화 김승연 회장

대외 이미지 관리에 신경쓰는 그룹 총수가 조폭을 동원한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낱낱이 드러나면서 두고두고 세인들의 입방아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조직상에는 경호관련 팀이 없으나 비서실에 소속된 인원들로 김승연 회장 직속 경호원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김 회장은 직접 면접을 통해 이들을 채용하고 있으며 승진 보장과 처우에 있어서도 후한 대우를 해주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것은 그의 과시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촐한 수행 문화 고수하는 그룹들도 있어

일반적으로 그룹 회장들은 수행 비서를 대동하고 외국인을 만날 경우에는 통역 요원을 대동하고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그룹들은 대체로 조촐한 수행문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LG그룹은 지난 1990년대 LG반도체가 현대그룹으로 넘어간 이후로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공식석상 참석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도 구본무 회장 대신 이은우 부회장이 참석한 바 있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은 공식행사의 수행비서로만 1명만 두고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워낙 혼자 다니기를 좋아해 임직원들도 회장 행선지를 모를 때도 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아직 40대의 젊은 나이답게 업무 보조 상 비서실장과 한 두명의 비서가 국내와 국외 행사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수행비서는 있지만 대부분 기사와 출퇴근을 같이하고 있다.

전경련 회장사인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경우 영어와 일어 모두 능통해 통역인원을 대동하지 않고 있으며 가급적이면 그룹 내 인원들이 수행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더 힘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유능한 비서는 벙어리/귀머거리/장님(?)의 뜻

본인이 업무상 알게 된 타부서나 타인에 대한 정보는 가급적 외부인 에게도 알리지 않고 상사의 사적 또는 기밀사항은 일부러 듣지도 보지도 않는 것이 현명한 비서라는 말이다.

정혜영 기자 jh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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