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강만수 장관 감싸기는 똥고집”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듯하다.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 때문이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정용건 위원장은 지난 11월 3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성장 운운하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물가 폭등을 야기한 주범”이라며 강 장관 퇴진을 주장했다. 다음은 정용건 위원장과 나눈 대화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이한 것이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던데.
▲금산분리 철회 및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다.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10월 24일부터 시작한 이번 1인 시위는 11월 14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강 장관에 대한 여론이 안 좋은 상황에서 뒤늦게 퇴진운동을 벌인 이유는.
▲강만수 장관 퇴진운동은 지난 4~5월 환율이 급등할 때 우리 연맹이 가장 먼저 했다.
사실 동향지수는 지난해 12월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강 장관은 올 2월 수출을 위해 원화약세를 용인했다.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론 대기업만 살판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수입원자재 값이 폭등해 죽을 맛이었다.
대기업만 살판, 중고기업 죽을 맛
또 올 3월엔 85년 역사를 가진 미국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JP모건체이스에 매각되면서 문을 닫았다. 이쯤 되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써 어떠한 모션을 취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강 장관)는 금융위기가 몰아칠 걸 알면서도 그저 ‘한국은 괜찮다. 위기가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나 몰라라했다.
-강 장관 퇴진을 주장하는 이유는.
▲강 장관은 그동안 성장 운운하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물가 폭등을 야기한 주범이다. 그러다가 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자 갑자기 고환율 정책을 포기하고 환율 낮추기에 돌입했다. 이때 외환보유액을 풀어 시장에 개입했고, 그 바람에 금쪽같은 보유 달러만 허비해 버렸다. 환율 안정에 실패한 것이다. ‘9월 위기설’이 돌 때만 해도 그렇다. 사실 여의도에선 7~8월부터 금융위기설이 제기돼 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 장관이 올바른 정책을 펼쳤더라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고통 받진 않았을 것이다. 이것만 봐도 현 경제팀은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무지한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충분하고 원칙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제팀이 절실한 시기다.
-외환보유액을 풀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건가.
▲눈 내릴 땐 눈을 치우지 않는 게 상식이다. 정부는 계속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우리 망하는 거 아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국고에 남은 외환보유액을 보여주며 ‘우린 이 정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흔들리지 않아도 된다’며 안심시켜야 했다.
-정부가 내년도 성장률을 4% 안팎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소리다. 우리로선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선 누구도 전망하지 못할 지경이다. 고환율 정책이 이대로 유지됐다간 수입이 급격이 줄어들 테고 또 한 번의 외환위기를 맞을 것이다.
-강 장관이 내놓은 감세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종부세 완화는 말 그대로 1%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다. 부자와 서민들 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현 재정부는 돈 있는 사람을 풀어줘 투자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울 땐 모두들 투자를 꺼려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일수록 내수를 높여 노동자들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 게 맞다”며 강 장관 해임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프로야구에서도 선발투수가 난조를 보이면 빨리 구원투수를 내보낸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 장관 감싸기는 그야말로 CEO 똥고집에 불과하다. 또 이명박 대통령 주변에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인적 자원도 풍부하지 않는데다 주변 인물 중 청문회를 통화할 사람도 없으니까 고집을 피우는 거다.
달러 모으기?
달러 있는 집이 몇 집?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달러 모으기’ ‘통장 만들기’를 제안했다.
▲발상 자체가 기가 막히다. IMF 때 금모으기 운동을 따라하는 것 같은데 금이야 돌잔치 때 들어왔던 반지 한 두 개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장롱에 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강부자적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다. 자기네 집에야 많겠지만 시골사람들은 달러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모를 수 있다. 주고 모으자고 하던지, 원….
-현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간단하다.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소비할 수 있는 일정한 돈이 생기게끔 정부가 노력하면 된다.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1% 부자만을 위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또 현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은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이 지경까지 왔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하루빨리 새 경제팀을 꾸려 노사가 손을 잡고 지금의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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