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글로벌 KT 접수하나?
기업의 환경이 바뀌고 있다.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있다. 기업평가 잣대가 경영의 투명성이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들이 투명경영을 기업 기조로 삼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투명경영을 주창하고 있지만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신공룡을 이끌던 남중수(KT)·조영주(KTF) 두 CEO가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로선 최대 위기이다.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 기업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일각의 비판을 KT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자성하는 차원에서 강도 높은 투명경영 기준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국민통신기업 KT'로 거듭나겠다는 플랜이 마련됐다.KT그룹이 최고경영자(CEO)찾기에 나섰다. 지난 11월7일자 일간지에 'KT 최고경영자(대표이사 사장) 초빙' 공고를 통해 투명경영 의지를 갖춘 CEO찾기에 나선 것.
KT는 새 CEO공모를 통해 남중수, 조영주 전 사장이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면서 공석이 된 CEO자리를 메우는 한편,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아픈 자성과 함께 잘못된 관행을 바꿔 투명경영의 기조를 한층 높이겠다는 각오이다.
현재 후임 사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상철(전 정통부 장관), 이석채(전 장관, MB국민경제자문위 민간위원), 석호익(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진대제(전 정통부장관), 지승림(알티캐스트 사장), 이기태(삼성전자 부회장) 씨 등 10여 명.
이들 중 유독 '삼성맨'이 눈에 띈다.
사장 공모 앞두고 벌써 하마평 무성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과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IT 담당 특보를 지낸 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도 삼성전자 출신이다.
KT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IPTV와 와이브로 등의 사업이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세계 통신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
현재 KT도 자회사 KTF와 합병작업, IPTV 상용화서비스 개시, 인터넷전화 번호 이동제 시행 등 현안이 산적하다.
CEO의 경영 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시기에 남중수, 조영주 전 사장에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되면서 KT로선 경영공백이 크다.
KT는 하루빨리 능력 있는 인물을 영입해 경영공백을 메우겠다는 전략이다. 한편으론 검찰수사에 따른 비난 여론을 잠재우고, 어지러운 조직을 추스르겠다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CEO응모 자격요건을 보면 KT의 투명경영 의지를 엿볼 수 있다. CEO의 품성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최고경영자로서 경험과 능력이 풍부하여 KT의 혁신과 비전 실현에 기여하길 바라고 있다.
사장추진위가 이달 중에 후보를 확정하면 12월말께 임시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후임 사장 인선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KT의 CEO인사에도 정치권의 보이지 않은 외풍이 일고 있다는 우려가 흘러 나오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KT가 민영화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 정치권과 검찰 등 외부에서는 KT를 여전히 공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CEO 공모는 대선 보은 인사를 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며 “일반 공모와 함께, 사장추진위가 별도 조사에 의한 후보자를 병행 심사를 하고 있는 것은 정치권 낙하산을 위한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KT 노조는 정치권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KT의 CEO선임에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별로 KT 내부와 노조는 물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거대 통신공룡 KT를 이끌 신임CEO가 누가 될지는 미정이다. 하지만, 새 CEO로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우선 전임 CEO비리 사건으로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고,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뼈아픈 자성과 함께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투명경영의 기조를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임CEO의 비리사건을 계기로 비리에 노출된 입찰 구조과 인사문제를 절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T의 입찰비리 문제는 심각하다.
KT와 KTF가 연간 쏟아 붓는 투자비는 3조5천억-4조원이다. 올해 투자비만도 KT는 2조6천억원, KTF가 9천500억원이다. 여기에 20여개의 자회사 물량까지 더하면 그룹 전체의 투자비는 5조원을 넘는다.
KT 한 해 투자비 무려 4조원
국내 2~300여개 통신업체들은 KT그룹의 입찰물량을 따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입찰과정에서 로비전이 치열하다. 낙찰가액의10%+α가 비공식적인 리베이트라는 소문도 있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문제가 된 것은 KTF의 적정입찰가제도. 입찰을 실시할 때 적정한 납품가격을 정한 뒤에 그에 근접한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 몇 곳을 골라 제품을 비교 평가해 최종 납품업체를 선정한다.
납품비리를 막기 위해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를 해 둔 대기업들과 달리 KT그룹은 사내 관련자들의 담합만 이뤄지면 언제든지 납품업체를 바꿀 수 있다. 또한 수직적인 조직체계상 윗사람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어 비리가 개입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외풍에 약한 인사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KT는 변화에 기로에 서 있다.
투명경영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관행처럼 굳어진 구습에 억매인 낙후된 기업으로 전락할 것인가. 이는 누가 위기에 빠진 KT의 새 선장이 되어 난국에 빠진 KT를 구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는 물론 재계는 KT의 새 선장에 누가될 것인가에 초미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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