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 3세 시대 본격 태동
현대가(家) 3세 시대 본격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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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11-12 09:27
  • 승인 2008.11.12 09:27
  • 호수 759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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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 꿈꾼 글로벌 현대, 선 전성시대 여나?
정대선 · 노현정

현대가에 3세 경영이 시작됐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현대그룹은 2세 몽(夢)자, 3세 선(宣)자 돌림으로 자연스럽게 경영권이 이양됐다. 선대 명예회장에서 2세 몽(夢)자 돌림으로 경영권이 승계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조선, 중공업, 건설, 유통 등으로 계열이 분리된다.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있었다. 그것도 잠시뿐, 몽(夢)자 돌림 2세들은 각자 맡은 기업을 그룹으로 성장시킨다. 창업주가 성공신화를 만들었다면, 2세들은 글로벌 꿈을 키웠다. 이제 그 공이 3세 경영인인 선(宣)자 돌림으로 넘어갔다. 글로벌 현대에 꿈을 이끌 3세 경영인들에 대해 알아본다.

현대가의 3세 경영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는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들 세대인 ‘몽(夢)’자 돌림을 거쳐 손자인 ‘선(宣)’자 돌림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정의선(기아자동차 사장), 정지선(현대백화점 회장), 정교선(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부사장), 정일선(BNG스틸 사장), 정문선(BNG스틸 이사), 정대선( BS&C대표이사), 정지이(현대U&I전무) 등이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가의 3세 경영시대를 이끌 선두주자는 정의선(38)기아차 사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올해 기아차 경영실적이 호전으로 경영능력이 높이 평가되면서 정 사장의 대표이사 복귀, 보직 변경 얘기 등이 분분하다.

현재 기아차 대표이사는 정몽구 회장, 김익환 부회장, 조남홍 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김익환 부회장이 기아차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조남홍 사장은 국내 영업, 인사, 총무를 담당하고 있다. 상근등기 임원인 정 사장은 국외, 재무, 기획을 전담한다.

재계에선 정 사장의 대표이사 복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대체로 올 연말로 예정된 승진인사에서 다시 대표이사 사장으로 올라 전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정의선…정씨가 적통 잇는 대표주자

정 사장은 지난 3월, 실적부진을 이유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가 주도한 신차 개발이 성공을 거두었고, 경영실적도 좋아졌다. 당당하게 경영성과를 보여줬으니 대표이사 복귀를 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 재계 분석이다.

기아차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아차는 올해 로체 이노베이션을 필두로 포르테, 쏘울 등 ‘신차 3인방’을 선보이면서 내수시장 점유율 30%를 넘겼다.

올해 9월 내수와 수출을 합쳐 10만대 가까이 팔았다. 점유율 3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00년 12월 이후 7년 9개월 만이다.

정 사장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많아졌다. 이 때문에 재계나 언론에선 정 사장 복귀를 점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의 전략적 제휴 체결 당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빌 게이츠 MS 회장의 협력 파트너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8월에는 포르테 신차 발표회에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모터쇼 기아차 프레스 행사에 참석,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연설해 주목을 받았다.

8·15 특별사면 이후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기아차 챙기기’도 부쩍 늘었다.

지난 9월 말 쏘울 신차 발표회에는 정몽구 회장이 이례적으로 등장했다. 정 회장이 기아차 신차 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5년 7월 그랜드 카니발 이후 3년 만이다.

재계 일각에선 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아들 사랑’이라는 분석이다. 정 사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여 마음대로 포부를 펼칠 수 있도록 1세대 경영진의 2선 후퇴를 시켰다.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정 사장 측근들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에서는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 회사 내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정몽구 회장의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는 상태라 정 사장이 서둘러 복귀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재계 일각에선 “글로벌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일부러 늦출 이유가 없다”면서 “어차피 해야 될 일이라면 기아차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올해 한발 앞서 진행시키는 것이 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정몽헌 외아들 정영선, 경영권 승계 만반준비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대북사업 꿈을 위해 외아들 정영선(23)씨가 비장에 카드로 성장하고 있다.

고 정몽헌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이에 장녀 정지이(31), 정영이(24), 정영선 씨가 있다. 이중 정지이 전무만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8월25일, 정영선 씨가 그룹 계열 투자자문회사 현대투자네트워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정씨는 현대택배로부터 현대투자네트워크의 지분 20%(4만주)를 2억원(주당5000원)에 매입했다.

현대투자네트워크는 그룹의 경영자문을 맡고 있으며, 향후 있을 현대건설 M&A등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현대택배, 현대U&I, 현대아산, 동해해운, 해영선박, 현대경제연구원, 현대투자네트워크 등 10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준) 계열사를 두고 있다.

장녀 정지이씨는 현대상선 0.02%(3만163주)와 현대U&I 9.1%(40만주) 등의 지분을 갖고 있고, 정영선씨는 현대상선 0.01%(1만685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신분으로 그룹 경영과는 무관했다.

재계 일각에선 정영선 씨가 그룹의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 회사에 지분을 인수한 것은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기반 조성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그룹내에서 정영선 씨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생신분인 그가 학업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쌓아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현대건설 M&A에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 M&A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데, 고 정몽헌 회장에 장남인 정영선 씨가 전면에 나설 경우 적통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 현대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지선, 유통그룹 이끌 3세 경영인

이에 대해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인 지분 매입 계획은 전혀 없으며 이번 지분 매입을 경영권과 관련해서 보는 시각은 무리"라며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학생 신분인데다 오히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정지이 전무를 놔두고 정영선 씨를 거론하는 것에 무척 당혹스럽다"며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달라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선(宣)자 돌림 3세 가운데, 가장 먼저 경영권을 승계 받았다.

지난해 12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인 정지선 회장이 그룹회장으로 올라섰다.

정 회장은 경영을 맡은 뒤 백화점과 연계한 온라인 홈쇼핑과 케이블TV홈쇼핑 사업으로 다각화하여 경영성과를 보여줬다.

롯데, 신세계와 더불어 현대는 유통업계 삼각편대를 형성하며 성장하고 있다.

정 회장의 둘째 동생인 정교선씨는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4남 고(故)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장남인 정일선 BNG스틸 사장과 정문선 BNG스틸 이사도 경영의 최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셋째는 아나운서 출신 노현정과 결혼해 화제를 모은 정대선 씨이다.


노현정과 결혼한 정대선 사장도 IT기업인수

이들 형제 가운데 가장 눈에 뛰는 뉴스메이커는 정대선 사장. 정 사장은 지난 3일 부산에 있는 중소IT기업 유니테크(주)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 사장은 “사업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전문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영입으로 향후 회사의 주력이 될 조선, 자동차 등 융합IT 부품 및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현대가의 3세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 기업들에 도움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내부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으로 실력으로 협업 가능한 수준을 만들겠다”고 강조하면서 그런 후광 효과를 일축했다.

정 사장은 “할아버지이신 고 정주명 명예회장님의 ‘기업이 성장해야 산업과 국가가 발전한다’는 사회와 국가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고언이 떠오른다”며 “이를 되새겨 지역과 사회, 국가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일선 BNG스틸 사장은 최근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의혹을 받았다. 비록 무혐의 처리를 받았지만, 현대가 전체에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한국에는 아직까지 100년 동안 남아있는 기업이 없다. 창업주에서 2,3세를 거치면서 기업들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정주영 회장의 현대가가 100년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선 경영세습보다 투명경영을 통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연지동 시대 연 현대그룹첫 프로젝트는 현대건설M&A

현대그룹이 종로구 연지동 삼성카드 본사 사옥을 매입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연지동 시대'를 연다.

현대그룹은 내년 초 종로구 연지동 1-7번지에 위치한 삼성카드 본사 사옥을 매입하고 상반기 중 입주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ING와 부동산 신탁계약을 맺은 KB부동산신탁으로부터 약2000억원에 빌딩을 매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상선, 현대U&I 등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연지동 시대 개막을 통해 현정은 회장 취임 6년을 맞는 그룹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현대건설 인수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최근 신 조직문화 '4T(Trust 신뢰, Talent 인재, Togetherness 혼연일체, Tenacity 불굴의 의지)'를 선포하며 2012년 매출 34조원 비전을 제시하는 등 현 회장 체제가 안정기에 들어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 회장과 현대그룹은 조직 안정화와 비전 달성을 위해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사옥의 필요성을 절감해왔다. 현대그룹은 연지동 사옥 입주 후 현대그룹 특유의 뚝심의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고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옛 현대그룹의 위상을 되찾아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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