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비상경영” 극비플랜 속속 가동

금융한파가 산업계로 확산되며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기업마다 불황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현금 확보와 강도 높은 비용절감, 재고축소 등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도 사업계획을 불황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잡았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가 우려되고, 환율 및 유가 등 사업계획 작성에 근간이 되는 지표들도 점치기 어렵기 때문. 기업들은 경영은 보수적으로 하는 한편, 글로벌 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기 위한 플랜을 준비 중에 있다.
삼성, LG, 현대ㆍ기아자동차 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기업마다 원ㆍ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에 따라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플랜'가동에 나선 것.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도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며 계열사별로 위기대응 전략 강구에 나섰다.
삼성전자 이윤우 부회장
“스피드 효율 경영 박차”
서울 강남신사옥으로 이전을 통해 ‘강남시대’를 연 삼성그룹은 국내는 내실 경영을, 해외에선 공격 경영을 통해 위기를 성공에 기틀로 삼기위한 전략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피드ㆍ효율’ 중심 경영과 `시장 중시’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불과 5개월 만에 유럽과 중국ㆍ러시아ㆍ미국ㆍ멕시코 내 법인과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인도에서 서남아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해외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해외 경영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국내 경기침체로 이어지자 삼성은 위기극복을 위해 내실 경영을 다졌다.
우선 해외 설립 법인 가운데 적자를 내거나 실적이 미비한 법인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우선 삼성전자가 해외 거점 확보를 위해 출자해 세운 법인은 70여개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법인 10여 곳에 대한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 2004년 삼성이 중국 항저우에 설립한 ‘항저우 법인(HSEN)’을 청산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며, 러시아 모스크바에 세운 통신장비 판매법인(SCT)을 올 연말까지 모스크바 가전제품 서비스 법인(SASC)에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2월 23일 전후로 열리는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회의에서는 이윤우 부회장 등 본사 사장단과 오동진 북미총괄 사장, 박근희 중국총괄 사장, 김인수 유럽 총괄 사장 등 각 지역 법인 책임자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이달부터 상하이를 거점으로 해외 순환 근무를 시작한 이재용 전무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올해 최종 사업 결산과 내년도 경영 기조와 목표를 공유할 계획”이라며 “특히 최근 금융 위기와 수요 위축 등으로 사실상 비상 경영 상태임을 감안해 해외 조직 통폐합과 관련한 내용 등도 심도 있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계열사별로 혁신 기반한 고객가치 실현”
LG그룹도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지난달 LG그룹은 구본무 LG그룹이 참석한 가운데 계열사 최고경영진(CEO)등 300여명이 참석한 임원 세미나를 열고 위기극복 타계를 위한 플랜마련에 들어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때 환율과 금리 변화에 따른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 시장성장의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차별화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계열사별로 혁신에 기반한 고객가치 실현을 통해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위기대응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LG그룹은 현금과 달러 등 유동성 확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계열사별 재무 점검에 나섰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현재 수출이 수입보다 많고 수출대금의 달러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며 “환율변동 대비 차원에서 수입대금의 원활한 결제를 위해 적정 규모의 달러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
“원가 절감 통한 기축경영 강화”
글로벌 금융위기는 자동차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미국 앨러배마 공장의 가동을 일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연말까지 금요일 생산 중단, 추수감사절 및 크리스마스 휴가 연장 등으로 11일간 싼타페 생산을 1만5000대 가량 감축하기로 한 것.
현장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최근 주요 해외 생산 거점들을 방문하는 등 현장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13일 해외법인 판매 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이른 시간 내에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인 만큼 과거 위기극복의 경험을 살려 전 부문 생산성을 제고하고 긴축경영을 통해 체질 개선을 도모하라"고 주문을 한 바가 있다.
최근 금융위기 이후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다. GM, 포드, 도요다, 닛산, 르노, 푸조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생산량 감축했다. 결국 현대차도 감축을 결정했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회라는 판단에서 해외 생산기지를 신설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시나리오 플래닝 앞세운 경영기법 도입”
SK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시나리오 플래닝’을 앞세운 비상경영체제를 주문하고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여러 불확실한 환경들을 시나리오별로 설정해놓고 거기에 맞게 기업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경영기법이다.
최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실물경제는 물론 경영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며 “계열사별로 시나리오 플래닝 체제를 갖춰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SK그룹 계열사들도 핵심 경영변수들을 감안한 단계별 대응체계를 만들어 내년도 사업계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앞서 “기업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조건"이라며 “세상의 변화속도보다 느리면 도태된다"고 스피드경영을 강조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공격공영 통해 글로벌 한화 만든다”
‘재계의 승부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금융위기를 발판삼아 글로벌 한화의 초석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공격경영을 주창하고 나서 화제다.
한화의 첫 공격대상은 대우조선해양.
올해 M&A시장에 최대 대어로 손꼽히던 대우조선해양 M&A에 나섰던 한화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재계에 당당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한화는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통해 몸집을 키워 글로벌 한화로 키워나갈 수 있는 역량과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밖에 금호아시아나그룹, GS그룹 등 기업들은 날로 악화하는 경영환경 탓에 본격적인 비상경영체제 돌입에 대비하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회사 차원의 비용절감 노력으로 현 경제상황을 넘길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신규채용과 투자 축소는 물론 기존 인력의 감원까지 불가피해질 수도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한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베인&컴퍼니의 글로벌 산업부문 대표인 존 스미스는 “경기 침체에 따른 막연한 공포에 휩싸일 필요가 없다. 침체기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불황기에는 위험을 피해 몸을 움츠리는 경향이 있는데 핵심 사업을 정확히 이해하고 핵심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경쟁사와 격차를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위기는 기회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이번 금융위기를 잘 넘긴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각 기업마다 내 놓은 해법이 금융위기를 맞아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초미에 관심사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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