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전 낙마 쓰나미 ‘위험수위’
대우조선 인수전 낙마 쓰나미 ‘위험수위’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10-29 09:26
  • 승인 2008.10.29 09:26
  • 호수 757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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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이구택 회장 사면초가
포스코가 대우조선 입찰자격을 상실한 가운데 지난 10월17일 오후 대우조선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 직원들이 포스코 입찰관련 서류를 반환시키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까닭이다. 이구택 회장의 추진력 논란이 인 이윤 또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실패 원인이 ‘한 편의 코미디’와도 같기 때문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이구택 회장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3년 넘게 준비해 왔는데 뛰지도 못하고 탈락한 꼴이라니, 허 참.”

10월 16일. 포스코 직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날 예고된 대우조선해양 단독입찰 자격 여부 최종심사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탈락’할 게 뻔했다.

일단 유력후보인 한화의 반발이 거셌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포스코가 단독 입찰할 경우 인수 자격이 안 된다. 만약 자격을 인정할 경우 법적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며 그에 따른 법률검토 안을 산업은행 측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산업은행의 발표가 예정된 오후 7시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직원들은 하던 일도 멈추고 산업은행 발표문을 주시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포스코 직원 대부분이 그랬다. 7시 정각, 모두들 숨을 죽였고 포스코 단독입찰 자격이 박탈되자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성이 터져 나왔다.

GS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대우조선은 포스코 직원들에겐 ‘따 놓은 당상’이란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꿈이 깨지는 데는 100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종 인수가를 조율하기 위해 두 회사 실무진이 만난 순간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두 회사의 마라톤협상이 시작됐다.


신뢰 잃은 이구택 회장

실무진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지난 10월 13일 오전 12시께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이 나섰다. 그러나 1시간 넘게 이어진 두 회장 간 담판은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이에 GS는 결렬을 통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본 입찰 마감이 2시간도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이구택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포스코 측은 “졸지에 파혼당한 것도 억울한데 손가락질까지 한다.”며 항변했다. 하지만 몇 조원짜리 M&A를 진행하면서 상대를 알아보지도 않고 덥석 손부터 잡은 것은 이구택 회장 본인이라는 점엔 틀림이 없다.

M&A에서 가장 중요한 ‘돈 문제’를 사전조율도 하지 않고 ‘묻지마 계약’을 했다는 얘기다. 물론 추후 협상을 통해 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구택 회장은 허창수 GS 회장 설득에 실패함으로써 무모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에 따른 이구택 회장의 말 못할 고민은 이뿐만 아니다. 포스코의 ‘산증인’ 박태준 명예회장 눈 밖에 날 판이기 때문이다. 실제 박태준 명예회장은 그동안 이구택 회장에게 무한신뢰를 보내 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 각 매체는 “포스코가 ‘제철보국’의 취지를 너무 빨리 떨쳐버리고 자사이익만 추구한다”며 일제히 이구택 회장을 공격했다.

그러자 박태준 명예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 조선업 경기가 어느 시점에 와 있느냐, 중국이 국내 조선업체들을 따라오고 있다. 산업의 윗단에서는 포스코가 버티고 아래선 조선업이 살아줘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각 산업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며 이구택 회장의 선택이 옳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또 박 명예회장은 ‘딴 눈을 팔기보다 철강산업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부나 기업 일각에서 포스코를 음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조선업)이 어느 때인데 그런 소리를 하느냐. 포스코가 후판이나 팔면서 자기만 살아보겠다고 궁리하는 얄팍한 기업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구택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갖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구택 회장은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 같은 박태준 명예회장의 바람을 싸그리 무너뜨리고 말았다.

이구택 회장이 박태준 명예회장 눈 밖에 날 일은 이뿐만 아니다. ‘스톡옵션’ 문제도 남아있다.

그동안 박태준 명예회장은 ‘기업의 스톡옵션 문화’에 대해 “포스코 40년 역사에서 ‘국민기업 포스코’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사건은 스톡옵션 도입이었다.”고 누차 말해왔다.


대박 쫓다 쪽박 찰 위기

또 박 명예회장은 이와 관련 “스톡옵션은 제철보국의 창업정신을 배반하고 거기에 정면으로 도전한 사건”이라며 “만약 포스코에 아직도 스톡옵션 도입이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임원이 있다면 당장 자기 발로 사라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박 명예회장은 “그런 사람이 내 눈에 띈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창업자에게 그만한 권리와 책무는 있다. 또 앞으로도 묵과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경우에는 결코 침묵하지 않을 작정”이라며 “이것은 포스코와 국가경제를 위해 창업자로서 해야 할 기본적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구택 회장은 아직까지도 ‘스톡옵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이구택 회장은 현재 공식적으론 6만9666주, 비공식으론 4만9000주(추정)의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 회장이 포스코로부터 현금차액보상형 스톡옵션을 받은 건 지난 2001년 7월과 2004년 7월 등 모두 두 차례다. 이때 이 회장은 각각 4만5184주와 4만9000주를 받았다. 행사가격은 9만8900원과 15만1700원. 행사기간은 2003년 7월과 2006년 7월 이후로, 5년 안에 스톡옵션을 받아 가면 된다.

이중 이 회장이 공식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한 건 현재까지 2만4518주. 2005년 2분기와 2006년 4분기 때다. 당시 이 회장은 각각 4518주와 2만주를 팔아치웠다. 그때 종가기준으로 현금 계산하자면 각 3억원과 28억원으로, 총 31억원의 차익을 챙긴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구택 회장이 박 명예회장 몰래 ‘비공식’적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그 근거로 이 회장이 처음 받은 스톡옵션 행사기간을 따져보면 된다.

이 회장은 2001년 7월 현금차액보상형 스톡옵션 4만5184주를 처음 받았다. 그중 2003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2만4518주를 팔아치웠고, 2만666주가 남았다.

스톡옵션 ‘비공식’ 행사 의혹이 이는 것도 남은 2만666주 때문이다. 현재까지 이구택 회장이 남은 스톡옵션을 행사했단 언론보도는 없었다. 그렇다면 2만666주를 이 회장이 갖고 있느냐, 그것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문제의 주식은 올 7월까지 행사해야지만 그만한 대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주식은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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