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컨소시엄 파기한 GS그룹 속내는?
GS그룹이 포스코와 결별한 배경은 물음표 투성이다. GS는 포스코와의 컨소시엄을 파기하게 된 원인으로 ‘가격 차이’를 꼽았다. 그러나 그동안의 갈지자 행보를 해명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상대방이 어느 정도의 가격대를 생각하고 있는지 전혀 앞뒤를 재지 않고 손부터 덥석 잡았다면 지나치게 경솔한 것이고, 알고도 한 살림을 차렸다면 애초에 ‘파경’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가 된다. 재계 6~7위를 달리는 그룹이 벌인 일이라고는 믿기 힘든 장면인 셈이다. 갖가지 설들이 난무한 가운데 그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포스코와 GS그룹의 ‘잘못된 만남’은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권가와 재계에서는 일찌감치 포스코와 GS가 손을 잡기로 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9월 예비 입찰에 포스코와 GS가 따로 따로 ‘원서’를 내면서 컨소시엄 가능성은 ‘설’로 그치는 듯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0월 9일. 포스코와 GS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공동 참여한다는 ‘깜짝 쇼’를 연출했다. 시장 역시 ‘슈퍼 카드’가 등장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자금 동원력과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파괴력이 배가 됐다는 분석에서다.
짧은 동거, 긴 후유증
심지어 “인수전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새어나왔다. 일부에서 “경영권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는 컨소시엄이 유지될 수 있겠느냐”는 우려를 내놓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큰 방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다.
그러나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대우조선해양 공동 인수를 위해 급조된 ‘결혼’은 나흘 만에 깨졌다.
지난 13일 시내 모처에서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인수 지분 및 가격 등에 대한 최종 조율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날 임병용 GS홀딩스 부사장은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른 모든 조건에서는 합의했지만 딱 한 가지 인수 가격 때문에 (포스코와) 결별하게 됐다”며 “입찰 서류를 제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그간의 입장을 털어놨다.
다음은 임병용 GS홀딩스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양사가 헤어진 이유는.
▲모든 조건이 합의됐고 경영권 분배, 회사운영 방식에 의해 논란이 있었다는 잘못된 보도가 있었다. 모두 99% 합의됐고 실무적인 부분도 전혀 문제없었다. 오로지 딱 한 가지 ‘가격’이었다. 포스코는 매우 공격적인 가격을 제시했고, GS는 합리적으로 가격을 제시했다.
-마지막 협상은 언제였나.
▲본 입찰 서류 제출 마감시간 2~3시간 전이다. 그때까지도 양사 간부진이 가격협상을 벌였다. 현장에는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허창수 GS 회장 등도 있었다. 그러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아 그 자리에서 결렬을 통보했다. 하지만 방대한 입찰서류를 갑자기 수정할 수 없어 포스코는 입찰서류를 그대로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컨소시엄 짤 때 가격 얘기는 안 했나.
▲전혀 없었다. 컨소시엄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달랐으나, 가격은 극도의 보안이 유지돼야 하는 문제이므로 (한 회사의 가격도 아니고, 두 회사의 가격을 합치시키는데 보안유지를 위해) 가장 뒤로 미뤘다.
-서로 합의할 여지가 전혀 없었나.
▲GS와 포스코가 원래 입장에서 1원도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세한 이야긴 입찰 진행 중이므로 말할 수 없다. 이해해 주길 바란다.
-부정적인 여론이 일 텐데.
▲포스코, 언론 등 모든 분들께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으나 우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포스코는 입찰에 전혀 지장이 없다. 포스코는 충분한 여력이 있고 의지가 있으며, 절차상으로나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 따라서 포스코에 미안할 것은 없다.
-GS가 가격을 맞출 능력이 안 되서 인가.
▲능력은 충분했다. 단독으로 해도 포스코보다 높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가격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주가 하락이 영향을 줬는가.
▲주가 하락은 80% 가격 할인율에 영향 미쳤다. 금리 상승이 GS로서는 부정적이었다. 중동의 두개 국부펀드 중 하나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하나는 풋백옵션이 있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에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었다. 나머지 하나는 투자 계획했었다. 인수 가격이 더욱 중요한데 올해 일 년 반 가까이 협상한 결과 완벽한 재량권을 위임 받았다.
-50 대 50 지분율은 맞나.
▲맞다. 경영도 철저히 50 대 50으로 경영 리더십 흔들리지 않도록 짰다고 자부한다.
-맨 처음 컨소시엄 제안은 어디인가.
▲아주 정확히 얘기하면, 간헐적 얘기는 잠재적으로 거의 모두가 한 번씩 얼굴 봤을 것으로 본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먼저라고 얘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
▲한화의 입장이 있으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산업은행의 단독 입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포스코가 손해배상 등 할 수 있는 법적인 것이 있나.
▲가능성은 제로라 본다.
-가격 맞추기는 언제 시작했나.
▲서로 상대방이 생각하는 가격대를 안 것은 정확히 토요일(11일), 그 후 집중적으로 마라톤협상이 진행됐다.
-GS의 인수의지가 적었던 것은 아닌가.
▲비합리적으로 인수할 의지는 적었다. 쏘나타를 6000만원에 살 의지가 강한 사람은 없다. 인수의지는 가격과 무관하다. 적정한 가격일 때 시너지효과, 필요성에 따라 결정된다. 환율 산정 기준과 성장률 등 밸류에이션에 미칠 영향 분석에서 차이도 컸다.
-만약 산은에서 재입찰을 한다면.
▲아직 생각 안 해봤다.
-이미 입찰서류 마감 전에 포스코에 결별을 통보했으니 포스코는 입찰서류 제출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연 법적, 상도덕적으로 옳은가.
▲포스코도 GS에 미안하지 않도록 예의를 갖췄고 따로 GS 입장을 작성해서 같은 시간에 산은에 제출했다.
-준비된 인수 자금은 어디에 쓸 예정인가.
▲우선순위가 있다. 지금 당장은 상당히 좌절감과 허탈감을 가지고 있다. 추슬러서 진행을 할 생각이다.
-산은, 정부도 곤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하이닉스 등 여러 매물이 나오는 과정에서 GS는 신뢰감 잃었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배움으로 받아들이고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인수합병에 있어 가격에 한해서는 시대상황과 경제상황에 따라서 어떤 것이 현명한 것이며 어떤 것이 인수합병에 더 우수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가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르다.
-GS에서 제시한 가격이 지금도 인수 가능성이 있는 가격인가.
▲다른 입찰 진행 중인 가격과 비교될 수 있는 가능성 있어 답변할 수 없다.
컨소시엄 파기 후 각종 설들로 곤혹
그러나 증권업계 관계자는 임 부사장의 이러한 입장발표에도 불구 “납득하기 힘든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포스코-GS간 루머가 떠도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실제 재계는 포스코-GS 간 갖가지 결별 설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지난 14일 GS홀딩스 임병용 부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포스코와 헤어진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는 대외용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가설은 대우조선해양 주도권 문제를 두고 포스코 이구택 회장과 GS 허창수 회장이 마찰을 빚었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GS가 지분투자를 50 대 50으로 한다 해도 ‘회장자리’엔 딱 한사람만 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는 한화와 대림산업이 대표적이다. 여천NCC에 공동 투자한 한화와 대림은 인수 후 경영권을 두고 한차례 진통을 겪었다.
두 번째 가설은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간 만남이 애초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오너경영인은 고용된 전문경영인보다 회사 내 입지와 영향력이 확고하다. 그만큼 ‘자존심’ 또한 대단하다.
문제는 양사 간 의견 조율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전문경영인인 이구택 회장이 오너경영인인 허창수 회장의 의견에 자꾸 ‘토’를 달았다는 것.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허창수 회장이 ‘상을 뒤엎은 것’이란 얘기다.
현대중공업과 GS간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을 것이란 설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같은 업종인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대신 현대오일뱅크를 GS에 넘겨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올 초 GS가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현대중공업이 GS칼텍스ㆍGS홀딩스ㆍGS건설 등 GS그룹 3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신청한 현대오일뱅크 주식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현대중공업은 바로 가처분 신청은 취하했지만 현대오일뱅크의 최대 주주인 IPIC와 국제중재 중이기 때문에 GS로서는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국 현대중공업과 GS가 상부상조하기 위해 포스코-GS컨소시엄이 결렬됐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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