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민 쫓는 개발사업…“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문정동 법조타운이 들어설 부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서울시 SH공사가 보상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문정동 법조타운은 서울 동부지검이 이전해 올 계획으로 공사를 위해 개미마을의 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입주권을 보상해달라 하고, 서울시 SH공사는 미등재 무허가건축물 소유자이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만을 공급하겠다고 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상반되자 서울시의회는 원주민의 편을 들어 지난 2010년 ‘토지보상법 시행령 부칙 6조’에 따라 1989년 1월 24일 이전의 무허가 건축물일 경우 특별 분양 아파트 입주권을 줘야 한다고 SH공사에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SH공사는 서울시의회의 권고를 묵살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있다. 이에 SH공사측은 “지난 1982년 이전 거주민에게는 특별 분양 입주권을 공급한다. 하지만, 개미마을 주민들은 1982년 이후에 거주를 했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만을 공급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주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설립한 SH공사가 오히려 주민의 주거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요서울]은 문정동 개미마을을 찾아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지난 7월 28일 오전 10시 30분. 문정동 개미마을을 찾았다.
올망졸망 늘어선 개미마을 판자 집과 비닐하우스 집들 사이로 보이는 저만치에 올림픽훼밀리아파트가 거대한 성처럼 서 있다. 빈부의 격차가 확연하게 차이를 느끼게 했다.
주민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컨테이너로 만든 마을 노인정을 발견했다.
이때 스쿠터를 탄 청년이 다가와 말을 붙였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험상궂게 생긴 외모와 팔에 주먹만 한 문신이 있었다. 상대편을 위축시키기 충분했다.
그는 낮선 기자의 방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기자의 신분을 밝히자 그는 노인정으로 안내했다. 노인정 안에 있는 할머니 세분과 할아버지 한분과 함께 자리를 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들은 개미마을에 들어와 살게 된 배경에서부터 SH공사가 법조단지를 건설하게 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놨다.
주민 조광제씨는 “국민권익위원회 및 서울시의회에서도 우리의 요구는 당연한 것이다”면서 “서울시와 SH가 주민들의 분양권을 반대하는 것은 서울시 ‘독재특별시’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조씨는 “SH공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내가 30년을 넘게 이곳에서 살았다. SH가 분양권을 제공하겠다는 사람은 1982년 전부터 살았던 사람들에게만 이다. 나와 몇 몇 원주민들이 1982년 이전에 입주했다. 하지만 SH공사는 사실을 알면서 눈감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SH가 우리에게 특별 분양권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동안 2명의 낮선 남자가 들어섰다. SH공사의 직원이었다. 그들은 취재의 방향과 동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찾은 것이었다.
개미마을에서 만난 주민 대부분은 강제 철거가 언제부터 시작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들은 추워지는 겨울에 쫓겨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엄동설한에 쫓겨나면 갈 곳 없는 주민들의 피해는 불 보듯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철거가 겨울철에 이루어졌고, 용산 참사 등의 사태가 겨울철에 발생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의 거처가 확실하게 마련될 때 까지 마을은 철거하지 않을 것이다. 자진철거형태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무기한으로 기다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고 밝혔다.
임대아파트 vs 특별 분양 아파트
개미마을 거주자들은 임대아파트는 절대적으로 거부한다고 말했다. 보상금을 받고 장지동 임대아파트로 이주한 주민들의 대부분은 아파트 유지비를 해결하지 못해 빚더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임대아파트는 보증금 4000만 원, 월 임대료 50만 원으로 개미마을 주민으로는 꽤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하지만 집다운 집을 그리는 자녀들의 즐거운 모습에 보상 2천만 원을 받고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모자란 보증금은 은행 융자를 받아 해결. 그러나 해당 가족은 한 달에 수십만 원이 넘어가는 이자와 월세, 관리비 등을 처리하지 못해 허덕였다. 아파트에서 몇 달을 살지 못하고 다시 개미마을로 돌아올 수도 없어 시민아파트로 이사를 갔다고 전한다.
그것이 남아있는 55세대 주민들이 특별 분양권을 원하는 이유다.
공사 측에서 각 세대에게 보상금을 준다면 1억 원을 대출해 특별 분양 아파트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그들은 임대아파트는 서민을 더 가난하게 만들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더 이상의 가난 세습을 후세들에게 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입주권티켓’은 없다
법조타운으로 개발된다는 소문을 듣고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리며 입주권티켓을 팔거나 구매한 외지인이 있는지에 대해 SH공사 직원들과 주민들에게 확인해 보았다. 공사 직원은 “소문은 무성하나 결정적 증거는 없다”며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2001년 주거지로 인정이 돼 주민등록을 보유 받은 후 새로운 사람이 등록한 기록이 없다”며 입주권티켓에 대해 부인했다.
법조타운의 상가는 평당 4천만 원에서 5천만 원에 분양되고 있다. 개미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에게는 보상금으로 최고 평당 4백만 원을 주는 서울시가 10배 넘는 땅장사를 한다고 토로했다. 또한 서울시와 SH공사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시의 조례를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광제씨는 “조례가 바뀌지 않고 계속 임대아파트만을 고집한다면 ‘제2, 제3의 용산참사’ 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음 한다”며 자리를 떴다.
한 시간 반이 넘은 인터뷰를 마치며 역으로 향하는 길에 멀리 ‘SH공사의 야심작’이라며 1조 3천여억 원을 들여 조성한 가든파이브가 보인다.
비닐하우스에 싸여있는 개미마을과 대조적이다. 서울에서 밀려나는 사람들, 이젠 그들을 누가 거두어야 하는가. 그것은 신(神)만이 알뿐이다.
[글·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사진·맹철영 기자] photo@dailysun.co.kr
박주리 기자 park4721@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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