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세습 위해 MBA서 경영수업
우리 사회는 ‘외모 지상주의’가 팽배하다. 출신, 학벌, 배경, 지위 등 사람의 겉모습이 실력이나 재능보다 우선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인격이 훌륭해도 간판이 따라주지 않으면, 주목받거나 인정을 받지 못한다. 간판의 대표적인 것이 학벌이다. 세인들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재벌가 자재들의 간판, 즉 학벌이 어떤지를 알아본다.어느 기업의 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질 것인가.
경영권 승계 뉴스는 재계나 세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이는 기업의 흥망성세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일부 경영 자질이 부족한 총수 2세에게 회사를 물러줬다가 경영실패로 망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 최근 일반 주주들의 권한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반대에 부딪쳐 경영자질이 부족한 일부 오너 2세들에 경영권 세습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부터 해외유학 통해 경영학 공부
일부 재벌 총수들은 부의 세습을 위한 방안으로, 자녀들에게 경영수업을 철저한 경영수업을 받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업을 물러 받기 위해 재벌 2세들은 MBA(경영학석사)를 선택하고 있다. MBA를 통해 경영기초 공부를 마친 뒤에 회사로 들어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A를 마친 재벌 2세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경복고-서울대 동양사학-일본 게이오대 경영관리), 정의선 기아차 사장(휘문고-고려대 경영학-샌프란시스코대 MBA),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휘문고-연세대-스탠퍼드대 MBA),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경복고-연세대 사회학-하버드대 경제학 석사), 조원태 대한항공 상무(마리안고-인하대-서던캘리포니아대),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단대부고-연세대 생물학-MIT MBA) 등이다.
이들 중 이재용 전무와 이미경 부회장은 박사학위를 받아 학구파 자제로 분류된다.
삼성 이재용 전무는 경복고-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일본게이오대학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서울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한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은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지역학 석사를 받은데 이어 중국 후단대 대학원에서 역사교육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재미난 현상 가운데, 두산그룹 자제들은 똑같이 뉴욕대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박지원 사장. 두산중공업 박용성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두산인프라코어 박진원 전무, 두산중공업 박석원 상무. 두산건설 박용현 회장의 장남인 두산건설 박태원 전무 등은 모두 뉴욕대 MBA 출신이다.
한화가는 고등학교 때부터 해외유학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해외 유학을 통해 경영학을 전공한 케이스도 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경복고-브라운대 경제학), 김정한 두비시스 대표(대성산업 계열사·대일외고-루이스&클라크대 물리학-런던대 경영학), 구광모 LG전자 대리(영동고-로체스터공대), 구본웅 씨(구자홍 LS 회장 장남, 상문고-스탠퍼드대 경제학), 구동휘 씨(구자열 LS전선 부회장 장남, 구정고-카네기멜론대), 김남호 씨(김준기 동부 회장 장남, 경기고-웨스트민스터대 경영학), 현승담 씨(현재현 동양 회장 장남, 스탠퍼드대 경제학), 이규호 씨(이웅열 코오롱 회장 장남, 코넬대), 김신한 대성산업가스 이사(대일외고-루이스&클라크대 물리학-미시간대 컴퓨터공학) 등이다.
외국서 고교를 다닌 사례도 있다. 김동관 씨(김승연 한화 회장 장남, 세인트폴고-하버드대), 김동원 씨(김승연 회장 차남, 세인트폴고-예일대) 등이 있다.
재벌가 조기유학도 러시
최근 재벌가에선 조기유학도 성행하고 있다. 조기유학을 통해 글로벌 시대에 맞게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녀들을 중국 베이징의 국제학교에 보내 중국의 문물을 익히도록 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장남 준선 군을 초등학교 6학년 때 영국으로 홀로 유학을 보내 현재 영국 명문 이튼스쿨에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선 영어와 한국어 교육을 병행하는 영훈초등학교(서울 강북구 미아동) 또는 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영훈초등학교에는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의 손자가 다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재벌가 아들들과 달리 딸들은 개성이나, 취미에 따라 다양한 전공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상무는 코넬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신격호 롯데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호텔롯데 상무는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디자인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례도 눈에 띈다. 이건희 회장의 차녀인 제일모직 이서현 상무보는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조선호텔 정유경 상무는 이화여대 디자인학과를 나와 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이들은 그룹 내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최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점에 있는 자녀들이 MBA를 선호하는 이유는 경영 전반에 대한 이론적인 토대를 갖춰 혹여 생길 수 있는 자질 문제에 대해 대비하는 동시에 유학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가 여성들은 취미 따라 다양한 전공
보스턴, 조지워싱턴 등 일부 대학의 MBA는 국내 명망가의 자제들이 많이 입학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외에서 글로벌 엘리트 교육을 통해 기본적 소양을 갖추는 과정을 마쳤다고 바로 경영일선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혹독한 경영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후계자의 경우 사생활이 도마 위에 오르거나 능력 발휘를 하지 못할 경우 시민단체 등에서 ‘경영세습’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을 우려해 혹독한 교육이 뒤따른다.”고 말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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