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사태 답보 사장교체 돌파구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이 지난 8월 28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조건식(56) 전 통일부 차관이 현대아산을 이끌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금강산 사태의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표이사 교체라는 카드를 통해 해결의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건식 신임사장이 현대아산의 경영 정상화를 제대로 이루어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건식호’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할 난관을 미리 살펴봤다.
우선 현대아산은 윤만준 사장을 비롯한 ‘베테랑’ 임원진들이 대폭 교체됨에 따라 사업의 차질이 예상된다. 실제 윤 사장과 그의 측근들은 현대아산 대북사업 초기부터 함께 해왔던 인물들로 개성관광부터 내금강, 백두산 관광 등을 진두지휘해 왔다. ‘이 바닥’에선 알아주는 선수들인 셈이다.
반면 관료출신인 조건식 사장은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이 아주 없는 ‘초짜 중 초짜’다. 업계에서 현대아산의 경영 안정화에 조 사장이 얼마나 기여할 지 의문을 제기하는 것 또한 이와 맥을 같이한다.
약이냐 독이냐?
더욱이 최근 현대아산이 건설부문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통일부 차관을 지내 북측과 접촉경험이 풍부하다는 조 사장의 강점도 무색해진다는 평이다.
조 사장 역시 지난 8월 28일 대표이사 선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직에 있어 기업 경영을 해본 적 없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며 “현대아산에 10년 간의 대북사업 노하우를 가진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의 말씀을 듣고 논의해 나가겠다”고 인정했다.
조 사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이뿐만 아니다. 조 사장의 정치적 성향 논란도 문제시 되고 있다. 남북문제에 있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조 사장에 대해 북측이 과연 협력적인 태도로 나올 것인지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 바라본 시각이 의식이라도 된 듯 조 사장은 지난 28일 “최근 한 포럼에서 한 말이 문제가 돼 (자신이 보수적이라는) 오해를 샀다”며 “금강산 문제 해결 없이 식량지원은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식량지원은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할 수 있으니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금강산 사건부터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 것 이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남북신뢰가 관건
그는 이어 “화해협력 정책은 일관되게 추진돼야 한다”며 “다만 전략전술적인 부분들은 시기나 조건에 따라 유연하게 하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 중단’ 소식에 이어 여간첩 사건 등으로 남북 관계의 경색국면이 심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조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조 사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조건식 현대아산 신임사장과 일문일답.
-대표로 선임된 배경은.
▲최근 현대 측의 연락을 받고 나도 놀랐다. 윤 전 사장은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다. 2004년 차관에서 물러났을 때 단둘이 만나 남북관계에 관해 조언한 적이 있다. 또 남북관계 고비 고비마다 늘 현대아산과 함께 일해 왔다. 하지만 현대그룹이나 현정은 회장과 사적인 관계는 없다. 일대일로 만난 적도 없다.
-남북 경색을 풀 복안은.
▲뜻밖에 중책을 맡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북측 체면을 살려주고 남측은 원하는 현장조사를 하는 식으로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을 거라 본다. 시기가 문제다. 지난주 내가 장로로 있는 남서울은혜교회의 홍정길 목사와 함께 대북 지원 민간단체인 남북나눔운동 일원으로 평양을 다녀왔다. 시간을 끌면 대북지원단체도 (지원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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