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블럼은 패전투수, 산체스 승리투수
![1회초 선제 투런포를 날린 SK 한동민 [뉴시스]](/news/photo/201811/264117_187829_2557.jpg)
[일요서울 ㅣ 신희철 기자] SK가 플레이오프의 기적적인 승리의 기운을 이어갔다. 지난 2일 넥센과 펼친 플레이오프 5차전 10회 말 끝내기 백투백 홈런의 기운이 4일에도 이어졌다.
사실 2018시즌만큼은 두산의 압도적인 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위 SK와 정규시즌에서 자그마치 14.5게임의 차로 1위를 확정지었던 두산이다.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두산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더군다나 SK는 3연승을 할 수 있었던 넥센과의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의 끈질긴 뒷심에 고전했다. 결국 5차전까지 총력전을 다해서 겨우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SK다. 때문에 오랜 시간 힘을 비축한 두산의 낙승이 더욱더 예견됐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스포츠는 역시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인가 보다.
4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SK가 두산을 7-3으로 제압했다. 이변이다. 선발투수에서도 두산은 린드블럼, SK는 박종훈이 나왔기 때문에 두산 쪽으로 무게감이 실렸다. 린드블럼은 2018 정규시즌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의 선발투수이기 때문이다.
예상 외로 1회 초부터 SK타자들은 린드블럼을 두들겼다. 선두타자 김강민이 볼넷으로 출루, 후속타자 한동민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로 선취점을 냈다. 이에 반해 상대적 열세를 예상했던 박종훈은 두산 타자를 잘 처리했다. 3회 말 최주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여 1점을 줬다. 스코어 2-1 SK 리드.
4회까지 두산을 잘 묶은 박종훈은 5회 말 정수빈에게 2루타를 맞고 김재환의 타석에서 김택형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김택형의 제구가 좋지 않았다. 김재환, 양의지를 연속 볼넷으로 출루시켜 만루의 위기를 맞았다. SK벤치는 김택형을 산체스로 교체했다. 하지만 최주환은 만루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산체스의 초구를 그대로 받아쳐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날렸다. 스코어 3-2 두산 역전.
SK도 여기서 물러서지 않았다. 6회 초 한동민 볼넷, 로맥은 땅볼 아웃으로 물러났지만 후속 타자 박정권이 가을의 사나이임을 다시 일깨우는 대포를 쐈다. 린드블럼을 상대로 친 타구는 한동민의 홈런과 같이 우측 담장을 넘겼다. 다시 4-3 SK가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7회 초에는 린드블럼이 내려가고 박치국, 장원준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간만에 마운드에 오른 장원준의 제구는 말을 듣지 않았다. 한동민과 로맥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 주자는 만루 상황. 박정권 타석에서 장원준의 포크 볼이 손에서 빠져 폭투를 기록, 허무하게 1점을 헌납했다. 스코어 5-3.
9회 초에는 SK가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바뀐 투수 이현승을 상대로 선두타자 강승호가 볼넷을 얻어냈다. 후속 김강민의 안타로 주자는 1, 3루. 한동민이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로맥의 1루수 앞 땅볼 때 오재일이 실책을 범해 다시 1점을 헌납했다. 이후 박정권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김강민이 또다시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7-3, SK가 사실상 쐐기를 박는 점수였다.
9회 말에 정영일이 마운드에 올라와 가볍게 3자 범퇴로 경기를 마쳤다. 승리투수는 산체스, 김태훈은 홀드를 기록했다. 반면 우세가 예상됐던 린드블럼은 패전투수로 기록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의 영웅은 역시 홈런을 친 한동민과 박정권이었다. 한동민은 선취점을 알리는 투런을, 박정권은 역전 투런포를 날렸다. 박정권의 투런포는 이날 경기의 결승타였다.
10년 만에 맞붙은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예상대로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많은 체력을 소모하고 올라온 SK는 넥센을 꺾은 홈런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 반면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던 두산은 너무 긴 휴식이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어질 한국시리즈 남은 경기에서 두산이 본래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희철 기자 hichery8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