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두 얼굴’충격실태

두산그룹에 대한 증권가 개미군단의 시선이 싸늘하다. 오너 일가의 주가조작에 이어 계열 창업투자사의 지분매각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기 때문. 최근 자회사인 기업구조조정 전문기업 네오플럭스가 지난해 인수한 코스닥업체 케이에스피가 사채업자에 매각된 뒤 개미투자자들이 투자한 주식이 쪽박을 난 사건이 발생했다. 더구나 네오플럭스는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자산운영 규모 170조원)이 기금위탁을 맡긴 위탁 운영회사라는 점에서 사태에 심각성을 더한다. 두산의 자회사가 투자했다는 사실만 믿고 케이에스피에 투자했다가 쪽박을 찬 한 개미투자자는 “네오플럭스가 코스닥시업에 투자해서 우량회사를 만들겠다고 하고선, 주가가 올라가자 주식을 매각해 개미투자자만 죽였다”고 분노했다. 케이에스피는 지난 6월 대주주가 851억 원을 배임 및 횡령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경영악화로 파산 후 회사회생을 위한 화의 신청 중이다. 이처럼 심각한 경영 문제를 안고 있는 케이에스피에 투자한 배경과 사채업자에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등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태의 전말을 알아본다.
코스닥 기업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성이 추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이 설립한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네오플럭스가 경영권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매각했던 케이에스피가 대규모의 배임·횡령사건과 연루돼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네오플럭스의 도덕적 해이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2월 코스닥업체 케이에스피의 지분 44%를 매수하면서 경영에 참여한다.
네오플럭스는 연간 170조원을 자금을 움직이는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선정, 기금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으로부터 기금운영을 위탁받은 네오플럭스는 자사가 운영하는 펀드를 통해 케이에스피에 경영권을 인수, 우량회사로 키워 재매각할 계획이었다.
네오플럭스는 지난해 10월 보유 지분 일부를 이스트블루에 매각하며 경영권에서 손을 뗀다. 케이에스피를 인수한 이스트블루와 테이크시스템즈는 사채 자본이 장악하고 있던 회사였다.
네오플럭스가 이스트블루에 매각한 가격은 1주당 1만1900원. 2월에 1주당 6900원에 주식을 인수했던 네오플럭스는 불과 8개월 만에 2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는다.
네오플럭스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자마자 이스트블루와 테이크 시스템즈 뒤에 숨어있던 사채자본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낸다. 사채 자본들은 신이 나서 회사 돈을 제 돈처럼 마구 빼돌려 횡령하기에 이른다.
회사경영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이스트블루의 대주주인 이모 씨는 네오플렉스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뒤,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장내 매도를 통해 수십억 원대에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씨가 주식 대부분을 장내 매도를 통해 매각하는 바람에, 올해 1월 25일에는 경영권에서 손을 뗐던 네오플렉스가 다시 대주주로 올라서는 기현상도 발생한다.
급기야 지난 6월 케이에스피는 851억원 횡령·배임 사고 공시를 내고, 대주주 김모와 이모 씨를 고발한다. 그리고 부산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 때문에 케이에스피를 우량기업으로 판단하고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들은 불과 1년도 안 돼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개미투자자 L씨는 “네오플럭스가 처음부터 인수세력을 꼼꼼하게 조사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또한 개미투자자 L씨는 “네오플렉스가 이스트블루에 케이에스피를 매각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스트블루는 자본이 없어서 주식담보로 투자하는 회사이다. 특히 대주주인 이모씨는 과거 코닉테크 사태를 일으켰던 경제사범”이라면서 “케이에스피를 실제 경영을 할 수 있는 기업도 아닌 이스트블루에 매각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사람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매각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에 대해 네오플럭스의 한 관계자는 “케이에스피의 경영권 매각은 펀드운영사로서 투자자산을 건실히 관리하고 출자자에 대한 이익을 위한 환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초 케이에스피 매입의향을 보내온 것은 이스트블루가 아니고 코스닥 회사인 테이크시스템즈의 김모 회장이었다. 협의 과정에서 자금 출자를 해결하기 위해 신생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면서 이스트블루가 매입에 주체가 된 것이다.
김모 회장이나, 정모 대표에 약력을 보면 알 수 있듯, 경영권 인수 뒤에 사채시장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스트블루의 전력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전력을 알았다면 풋/콜옵션 조건으로 일부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개미투자자들은 케이에스피 대주주의 배임 및 횡령사건과 관련 네오플럭스에 대응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네오플럭스 인수한 사채업자는?
개미투자자 L씨는 “네오플럭스가 지난 3월, 케이에스피가 대주주의 배임 및 횡령 등으로 회사 경영이 악화되고 불미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정보를 인지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개미투자자들에 손실을 커지게 했다”고 의혹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네오플럭스의 한 관계자는 “3월경, 케이에스피에 대한 시정 정보를 접했다.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고 있었고, 잔여지분에 대한 계약 상 풋/콜 옵션이 유효한 상황에서 그 진위를 확인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어려웠다. 최선책을 강구하기 위해 고민했다”고 해명했다.
네오플럭스가 케이에스피 대주주의 배임·횡령 등으로 회사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적극 개입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모와 김모씨가 지분을 장내 매각하면서 지난 1월 25일부턴 대주주로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네오플럭스가 해명을 하면 할수록 의혹이 증폭되면서 개미투자자들에 불만은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현대중공업과 무슨 관계?
이는 네오플럭스는 일반 기업과 달리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
국민연금공단에서 운영하는 연기금이 투자된 회사라는 점때문이다.
네오플럭스가 인수할 당시만 해도, 부산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인 케이에스피를 인수해 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킨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이나 매각대상에 해당되지도 않는 경제사범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에 손실이 났다. 손실 액수도 수백억 원대에 이른다. 이에 대한 네오플럭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오플럭스가 회사를 매각한 이유가, 경영상의 문제보다 오너기업의 사업과 주거래 업체 간에 갈등에서 빗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케이에스피의 배임·횡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따르면 “네오플럭스가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조선기자재 관련 우량주인 케이에스피를 인수했다”면서 “그러나 케이에스피의 주거래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케이에스피 인수에 반발해 거래 중단 조치를 취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자 같은 해 9월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이스트블루와 테이크시스템즈에 조기 매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경쟁사인 두산중공업과 관련이 있는 네오플럭스가 자신의 납품업체인 케이에스피를 인수한데 대해 불만을 가지면서 거래 중단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경영에 차질이 빗게 된 네오플럭스는 두산중공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이마저 쉽지 않아 결국 매각방침을 세운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추정했다.
거세지는 투자자들의 항의에 네오플럭스 역시 난감한 모습이다. 네오플럭스 측은 “사채자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가 굳이 그곳에 매각했겠느냐”면서 “투자자들이 사정기관 등에 제기한 민원으로 인해 우리도 해명하느라 바쁜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무작정 투자에 나선 개미투자자들에 대한 잘못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부통제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규모 기업이 많은 데다 문제기업들에 대한 퇴출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코스닥시장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투자자들은 기업 내용을 꼼꼼히 따져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두산은 네오플럭스가 케이에스피 경영권을 사채 자본에 넘긴 것에 대해 그룹에까지 불똥이 튀지 않길 바라며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산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조차 ‘경계할 만한 상황’이라며 주시하는 모습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소비재그룹에서 중공업으로 주력이 바꾼 두산에게 투자자들의 불신은 곧 기업신뢰에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두산 측이 좀 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경호 기자 news00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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