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판검사 출신 법조인들이 밝히는 법조비리 실태
전직 판검사 출신 법조인들이 밝히는 법조비리 실태
  • 윤지환 기자
  • 입력 2008-08-05 11:39
  • 승인 2008.08.05 11:39
  • 호수 68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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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법조계 그들의 ‘비열한 거리’
최근 한 방송사가 변호사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보도하자 법조계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변호사들이 재판을 앞두고 판·검사들에 로비를 벌이는가 하면 이를 빌미로 의뢰인에게 거액이 수임료를 뜯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또 법조계는 각종 비리뿐 아니라 파벌싸움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들과 검사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서로 물고 뜯는 파벌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소신 있는 일부 인사들은 이런 법조계에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 인사들도 할 말이 있다.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부정과 비리가 만
연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변론하는 것만으로는 바른 판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변호사들의 주장이다. 대체 법조계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우리 법조계의 실태를 점검해 봤다.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A변호사 사무실에서 K씨를 만날 수 있었다.

K씨는 혼자 들기 버거울 정도로 많은 서류뭉치들을 변호사에게 내보이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이 변호사는 20여년 간 판사로 재직해오다 수년전 대법원 판사 생활을 접고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궁합 맞춘 변호사 선임

K씨는 A변호사가 전직 판사였다는 점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K씨는 “아니 어떻게 이렇게 판결을 내릴 수 있단 말인가. 원고 측이 제출한 자료는 제대로 검토해 보지도 않고 사기전과 3범인 사람의 진술만 가지고 일방적인 판결을 내렸다”며 자신이 가져온 서류뭉치들 속에서 증거서류를 빼내 보였다.

K씨는 “나는 증거자료를 이렇게 많이 준비했고 모두 누가 보더라도 정확한 증거들이다”며 “동업계약서, 공증서류, 거래내역, 이자지급영수증, 녹취록, 증인 확인서 등 모두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피고 측은 법정에서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과 다르다’ 이 말만 했다”고 말했다.

K씨의 말대로라면 판사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K씨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임을 강조하기 위해 판결문을 보여줬다. 확인해보니 어처구니없게도 그의 말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판사는 K씨가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피고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하므로 증거로 보기 힘들다’는 말로 K씨의 증거를 간단히 외면했다.

K씨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는 왜 이렇게 부실한 판결을 내린 것일까.

K씨는 자신의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피고 측 변호사와 절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었다.

K씨는 “피고 측이 선임한 변호사와 재판을 담당한 판사가 같은 고향에 같은 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일뿐 아니라 같은 사법시험 기수다”라며 “두 사람은 평소 매우 절친한 관계로 재판이 진행 중일 때도 자주 따로 만났다는 소리를 들었다. 또 재판이 끝나고 수일 뒤 두 사람이 법원 계단을 같이 내려오면서
웃으며 담소 나누는 것을 직접 보고 경악했다”고 말했다.

K씨의 설명을 들은 A변호사는 “판사와 궁합 맞춰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은 법조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며 “대부분의 판사들은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판결하지만 일부 그렇지 않는 판사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가 재판을 잘못했다고 해도 해당 판사가 내부적으로 징계를 받는 등 불이익은 없다. 다만 법원 내에서 ‘아무개 판사는 이상한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찍혀 차후 인사상 불이익을 얻을 수는 있다는 게 A변호사의 설명이다.

또 다른 법조계 인사의 입장은 A변호사와 조금 달랐다.

중앙지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판사와 변호사의 커넥션에 대해 “변호사가 판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건 다반사다. 승률 높은 변호사가 돼야 수임료를 많이 벌어들이기 때문이다”라며 “변호사가 판사들을 상대로 술 접대하고 골프접대 하는 일은 너무도 흔한 일이라서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의 한 검사도 “법원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다. 파벌이 나눠져 있고 파벌간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치열하다”며 “1심 판사가 반대파벌이면 2심 판사가 앙심을 품고 판결을 뒤집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재판받는 사람들만 변호사비용 낭비, 시간낭비, 에너지 낭비로 죽어나는 것이다”라고 한탄했다.

한편 변호사들의 바가지 수임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성남에 거주하는 L씨는 2004년 이혼소송과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소송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을 찾은 L씨는 상담 후 수임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깜짝 놀랐다. 변호사는 이 소송에 대한 수임료로 재산분할 소송을 통해 취득한 재산의 10%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변호사 수임료 아무도 몰라

L씨의 재산은 80억원 상당으로 아내가 요구하는 금액은 전 재산의 절반이었고 L씨가 줄 수 있다고 한 재산은 20억원이었다. 변호사는 이혼재산분할 소송전문인 만큼 승소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L씨는 다른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아내에게 30억원을 주기로 합의하고 변호사에게 3200만원을 지불했다.

두 변호사의 수임료가 하늘과 땅 차이로 달랐다.

또 변호사는 수임료를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잦다. 그리고 수임료는 대부분 대외비다. 소득세에 대한 처리도 불분명하다.

변호사들은 경력이나 승소율에 따라 수임료를 부른다. 부르는 게 값이다.

법조계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시대가 변해도 무전유죄 유전무죄 법칙은 불변의 법칙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윤지환 기자 jjh@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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