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노사갈등 점입가경
알리안츠생명 노사갈등 점입가경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8-05 11:00
  • 승인 2008.08.05 11:00
  • 호수 68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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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방불케 한 노조진압
지난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서 회사가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상의가 벗겨진 노조원을 구타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알리안츠생명보험의 노사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190여일째 계속되고 있다.

‘어디 누가 먼저 나자빠지나 한번 해보자’는 식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수 십 명의 조합원들이 신원을 알 수 없는 폭력배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이목이 집중된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이들은’ 알고 보니 회사 측으로부터 고용된 용역회사 직원들이었다.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7월 26일 서울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로엔 전날 내린 빗물과 함께 파업 플랜카드가 어지럽게 엉켜있었다.

실제 지난 26일 새벽 5시 40분 여의도 알리안츠생명 본사 앞에선 노사 간 전쟁이 벌어졌다. 천막농성을 벌이던 알리안츠생명 노조원들과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사이에 몸싸움이 난 것이다.

알리안츠 노조와 경찰에 따르면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 150여명은 이날 새벽 갑자기 농성장으로 쳐들어와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조합원 15명은 신발도 못 신은 채 밖으로 끌려 나와야만 했다.


‘막가파식’ 폭력 휘둘러

당시 상황에 대해 최현우 알리안츠생명 노조 부위원장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통장·현금 1700만원·카메라·캠코더·노트북 등도 가져갔다. 금액으로만 1억3000만원”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부위원장은 “(상급단체인) 사무금융연맹의 전대석 수석부위원장이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알리안츠생명 노조의 수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인 28일 노조가 천막이 있던 자리에 컨테이너 박스와 천막을 설치하려 하자, 용역업체 직원 150여명이 달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권모씨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등 현장에 있던 조합원 250여명 중 3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알리안츠생명 노조가 겪었던 처참함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반 년 넘는 투쟁 과정에서 모은 투쟁물품들도 모조리 빼앗겼다.

알리안츠생명 노조에 따르면 이날 도난당한 피해물품은 집회에서 쓰는 음향기기와 현수막·전단지를 비롯해 선풍기·난로·생수기 등 생활물품까지 다양했다.

이와 관련 알리안츠생명 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알리안츠생명은 용역을 동원하여 노동자들을 폭행하는 등 불법과 탈법을 일상화하고 있다”며 알리안츠생명을 특수강도, 집단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알리안츠생명 측은 “노조에 본사 사유지 내 자진퇴거와 불법 가설물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해 회사와 본사 입주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어 불법 가설물 철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또 “도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 물류창고에 옮겨놓은 것이고, 28일 노조의 불법 점거 시도에서 경비용역 업체도 많이 다쳤다”고 반박했다.


#알리안츠생명 노동조합 변성민 홍보실장 일문일답

“유신정권이나 5공 때나 있을 법한 폭력”

-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통상 침탈의 경우 충돌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예고 후 경찰 입회하에 하게 돼 있다. 전쟁에도 선전포고가 있듯 말이다.
하지만 사측은 사전예고나 경찰입회도 없이 유신정권이나 5공 시절에나 있음직한 막가파식 침탈을 해 왔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교묘히 장맛비가 내리던 토요일 새벽(5시40분께) 시간대에 기습적으로 침탈했다.

- 천막을 강제 철거한 것은 물론 노조 측 물품도 모두 가져갔다던데.
▲사실이다. 당시 사측이 부른 용역들은 천막을 강제 철거한 것은 물론 수천만원어치의 시위용품과 30만부 이상의 전단지, 기타물품들을 모조리 훔쳐갔다. 이 과정에서 투쟁자금으로 보관 중이던 현금까지 도난당했다. 아마도 파업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사측의 꼼수인 것으로 보인다.

- 부상자들도 속출했나.
▲7월 26일 철거용역들이 조합물품을 트럭에 싣고 도망가려는 것을 전대석 비대위원장과 조합원들이 막다가 위원장을 비롯해 조합원 2명이 중경상 입었다. 이후 망가진 컨테이너를 바로 세울 때 까지만 해도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
하지만 이튿날 점심께 연맹기자회견 직후 또 일이 터졌다. 조합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컨테이너로 들어가려 하자 용역들이 무자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38명 조합원이 부상을 당했다.
심지어 모 조합원은 용역들의 집단폭행으로 코뼈가 내려앉고 안구가 함몰돼 수백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 용역들이 파업현장에 들이닥친 게 한 두 번이 아니라던데, 그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나.
▲우리조합원들은 47년 노동조합 역사상 파업의 ‘파’자도 몰랐던 지극히 온순한 금융노동자들이다. 또 본질적으로 폭력을 싫어해 폭력화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피해왔다. 그러니 사측이 기습적으로 도발해 온다면 일단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사측의 도덕성이 문제다.

- 마지막으로 사측에 당부하고 싶은 말.
▲노사관계는 치킨게임이나 룰렛게임과 같아서는 안 된다. 사측은 이번 사태를 노사 대결구도로 몰고 가지 말고 윈-윈 할 수 있는 상생의 길로 이끌길 바란다.
또 거짓된 직장폐쇄 조치를 해제하고 파업사태를 대승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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