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운사 지산스님, 엄마 아빠에 의해 희생된 낙태유산아 원혼 달래는 천도재 무료 봉행
벽운사 지산스님, 엄마 아빠에 의해 희생된 낙태유산아 원혼 달래는 천도재 무료 봉행
  • 이도균 기자
  • 입력 2018-11-02 16:44
  • 승인 2018.11.02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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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이도균 기자] 불교에서는 한번 사람이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일곱 번의 윤회전생을 한 후에야 겨우 인간의 몸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알려주는 가르침이다.

우리나라 요즘 젊은 남녀들은 쉽게 사랑을 나누고, 이로 인해 생기는 아이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결혼한 부부들도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면 쉽게 낙태를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낙태율 1위라는 오명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한 여론조사 기관이 전국 성인 남녀 6744명을 대상으로 인공 임신 중절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83.7%가 불법 낙태 시술의 비일비재함을 인정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벽운사’ 지산스님은 지난 1995년 낙태·유산으로 인한 태아영가 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미미할 때 원혼 맺힌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는 위령제를 시작했다.

 

당시 젊은 청춘남녀가 지산스님을 찾아왔다. 그들은 “양가 반대가 너무 심해 혼전 임신을 한 후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다가 낙태수술을 했다”며 아기의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고는 눈물을 흘렸다.

스님은 아기의 초음파 사진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어린 생명을 함부로 하고 그로 인한 죄책감과 괴로움에 고통스러워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산스님은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다시는 살생의 죄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계도적 차원에서 무료 영가 천도재를 시작했다.

지산스님은 “불교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이 생명 중시”라며 “어머니 뱃속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할 때부터 한 생명체로 봐야 하나 그 생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스님은 “오늘날 고령화로 인해 나이든 인구가 많고 젊은이들이 작아 균형이 잡히지 않는다. 현재 60대 분들은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구호를 통해 정부가 낙태를 지원했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입태 된 생명을 버리는 행위는 살생의 하나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령제를 통해 낙태를 막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산스님은 “가임기여성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인식시켜주기 위해 시작했으나 막상 해보니 60대 사람들이 지난날에 대해 회한을 틀어놓기 위해 참가했다”며 “피임을 하거나 생겨난 애들을 낙태하는 등의 일들을 없애야지만 평화로운 세상이 온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천도재’라고 하면 많은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산스님은 무료로 낙태유산아 천도재를 지내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지산스님은 “한 세상 살다간 어른 영가들은 살아보기라도 해서 한이 없지만 아기들은 아주 강력한 집착을 보여 천도재가 한 번에 좋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차례에 걸쳐 위령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몇 차례에 걸쳐 지내야 하는 많은 비용을 충당하기도 어렵고, 비용 문제로 지내다가 못 지내게 되면 그로 인해 서운하게 생각하는 아기 영가들은 두 번 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특단의 결단을 내리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지산스님은 “경제력이 취약한 10~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한번에 20~30만 원하는 천도재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마음이 있어도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며 “나이가 들어 자식들에게 용돈을 타서 생활하는 빈곤 노인층에게도 기회를 부여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업장소멸과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데 문턱을 낮추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완전 무료는 아니다. 아주 작은 정성이나마 아기용품을 가지고 오도록 권유한다”며 “이는 그 물품을 넓게 나누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낙태유산아 무료 천도재 참가자들은 ‘하늘나라 편지’를 직접 써서 낙태 유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을 아기에게 보낸다.

지산스님은 이 편지들을 모아 수기전을 열었는데, 나지막한 목소리로 사연들이 읽혀질 때 온 법당은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지산스님은 오는 11월17일 낙태유산아 무료 천도재를 연다. 지난 2월과 5월 1·2차 낙태유산아 무료 천도재를 연 이후 약 6개월 만에 3차 낙태유산아 무료 천도재를 열게 됐다.

지산스님은 “낙태유산을 경험한 사람은 관심이 없어도 참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면서 “낙태유산 자체가 얼마나 생명을 경시하는 큰 죄인지를 한번이라도 깨우친다면 세월이 지나도 생각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머뭇거려지는 순간에 결정해라. 위령제를 일곱 번 지내는데 한번만이라고 참석하게 되면 그 속에서 생명에 대한 가치를 크게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도균 기자 news258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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