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민주당 사무처 실국장이 말하는 이해찬 ‘리더십’
[설문조사] 민주당 사무처 실국장이 말하는 이해찬 ‘리더십’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8-11-02 16:11
  • 승인 2018.11.02 18:16
  • 호수 1279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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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취임한 지 60일이 지났다. 당은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고 청와대 ‘분실’로 여겨지던 여당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풍부한 정치적 경륜과 친노 좌장으로서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본지는 민주당 사무처 20여 명의 실국장급 이상 인사들에게 이 대표의 리더십과 당 사무처 변화 분위기를 묻는 전화 설문조사를 벌였다. 당 사무처 고위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이 대표가 들어서면서 “집권당으로서 정치할 맛이 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일부 인사들은 평가를 유보해 당내에서도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당정청을 관통해 실세 대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을 알아봤다.

 

- 고위 당정청 이끌며 선제적 현안주도…‘안정론’ vs ‘유보론’
- 靑 파견직원 ‘왕따설’? 순환 보직제 정례화 ‘희색’

“당이 안정화되고 있다”. 민주당 사무처 공보국 박종만 국장의 답이다. 박 국장은 이 당대표에 대해 “당선이 유력했고 교육부장관, 총리, 정책위의장을 지내 당무와 현안에 대해 조예가 깊다”며 “당청관계에서도 중심을 잡고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호평했다.

특히 그는 “고위 당정청 회의를 매달 1회 정례화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피곤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당대표가 제안해 관통시켰다는 점에서 리더십에 대해선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대표 이전 민주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들어선 이후 당청, 당정 관계는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고위 당정청 정례회의 외에도 이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당정청 6인 회동’이 지난 7월부터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동은 이 총리가 처음 제안했고, 추미애 대표 이후 이해찬 체제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홍영표 원내대표, 한병도 정무수석도 함께했다. 6인 회동은 이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어져 한 주를 빼고 매주 만남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사안에 따라 김동연 부총리나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도 참여했다.

‘실세 대표’ 이해찬,
당 사무처 ‘살아있는 느낌’

비공식 고위 당정청 회동인 만큼 특정 현안에 대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보다는 저녁을 먹으며 당정청 간 소통을 강화하는 취지로 마련됐다는 게 여권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에 6인회 모임이 한몫했다는 시각이 나올 정도로 이 대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또 다른 Y국의 K 국장은 이 대표 취임 이후 변화된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신임 당대표로서 당 운영에 안정감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정책이든 정무적이든 회의를 통해 스탠스와 기조를 명확하게 잡아서 한다”고 평했다.

당청 관계에 대해서도 “한 발 앞서서 당 대표가 평양회담을 제안하고 방미단을 꾸려 파견하는 모습에 상황 판단을 주도적으로 해 정치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반겼다.

당 사무처뿐만 아니라 여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소속 인사들 역시 이 대표가 들어선 이후 정부 산하 기관들의 포럼과 토론회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L실장은 “이 대표가 경륜과 위상이 높다보니 연구원도 그동안 단기 전략에서 벗어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며 “당원도 배가됐고 국책 연구기관 산하연구소와 포럼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정책 중심의 당으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고 평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 역시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변화된 위상에 대해서 안정감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 인사는 “가장 변화된 것은 국정운영이 안정화됐다는 점이다”며 “대통령이 당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대표가 나서 민생과 경제을 챙기고 청와대는 평화·외교에 치중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당청은 수평적이거나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공동운명체”라며 “과거와는 달리 당이 현안에 대해 먼저 제안하고 입법과 예산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가 야당과의  협치에 대해선 ‘아쉽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 대표는 취임하기 전 야당과 “최고 수준의 협치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당 사무처 직원들이 체감하는 바는 달랐다.

공보국 박 국장은 “당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그 부분은 아직 진전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아직 100일도 안 됐고 차차 당대표가 야당과의 협치에 대해 업그레이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Y국의 K국장 역시 “야당과의 협치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버럭, 호통 이미지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고 실제로 식사를 하다 보면 보기와는 다르게 유연하다”며 “당 대표들 간 매월 정기 만남을 갖는 등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 인사 역시 “국회의장이 주선했지만 야당과 대화의 물꼬를 틀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보수 정당 역시 열린 시각을 갖고 대화의 필요성을 가져야 한다”라고 밝혀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다수의 사무처 실국장들은 “잘 모르겠다”(C국의 P국장), “별로 할 얘기가 없다”(J국 C국장), “유보하겠다”(K국의 K국장), “좀 더 지켜봐야 한다”(N국의 L국장) 등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야당과 ‘협치’는 아쉬워...
대화의 필요성 느껴

한편 여당이 된 민주당은 1년 단위로 당 사무처 직원을 선발해 청와대 파견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0여 명 안팎의 당 사무처 직원을 청와대에 파견했다가 올해 7월 복귀한 인사들의 ‘왕따설’이 당내 돌았다. 통상 당 사무처 직원들의 청와대 파견 기간은 1년인데 1년이 넘어서도 복귀를 하지 않다가 ‘실세 대표’인 이 대표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복귀한 셈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파견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인사들과 복귀한 직원들 사이에 묘한 갈등 관계가 ‘왕따설’의 배경이 됐다. 이에 대해 당 사무처 직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들은 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이 대표가 당 사무처 직원의 청와대 파견을 정례화해 1년 단위로 5~6명의 청와대 파견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동안 청와대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당의 위상이 이 대표와 함께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으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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