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 영토확장 후유증 심상찮다
금호아시아나 영토확장 후유증 심상찮다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7-23 08:45
  • 승인 2008.07.23 08:45
  • 호수 66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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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7위 급부상 빛과 그림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과식 후유증으로 배탈이 날 지경에 처했다.

대우건설, 대한통운을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단숨에 건설·물류 부문 최대기업으로 부상했지만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재계 7위로 순식간에 올라서며 매출 26조원대의 거대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후유증이 속출하고 있다. 국세청, 금감원 등 내사설에다 대한통운 인수 주력사였던 금호산업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8만8000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17일) 1/4 수준인 2만700원에 마감했다. 9개월 만에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특히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를 위해 제시한 ‘풋백옵션’이 그룹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합병(M&A)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 동안 화려하게 몸집을 키웠지만 금호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 급락으로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의 주가 폭락으로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을 행사할 경우 4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우건설주 3만원대서 1만원대로

이에 대해 금호그룹 김상호 과장은 “풋백옵션 행사 기간이 1년 이상 남았고 1년 연장도 가능한 데다 향후 주식시장이 좋아질 수도 있어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현금성 자산이 5조원정도 확보된 상태라 자사주매입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증권가 전문가들은 시장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금호아시아나는 자금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고 특히 올해 말로 예정된 금호생명의 기업공개(IPO)를 서두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17일 기준 코스피시장에서 대우건설은 1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9일 52주 신고가 3만200원에 비해 3분의1 토막이 난 셈이다.

대우건설의 인수 주역이었던 금호산업도 지난해 11월 2일 장중 9만70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날 2만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인수는 물론 대한통운 인수 후보로 급부상하며 주가는 상승 추세를 탔지만 반년 만에 곤두박질쳤다.

금호석유화학도 지난해 10월 8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지만 3만원대 후반으로 추락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했지만 액면가 5000원 이하로 떨어졌고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1만원대에서 횡보하다 7000원대로 떨어졌다.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M&A 자금 마련을 위해 차입금 등을 크게 늘린 데다 앞으로도 추가 차입금이 필요할 것이란 우려로 인해 금호의 주요 계열사 주가가 지난해 말부터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급락장 속 주식가치 반 토막

최근 외국인들의 연이어 매도세로 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밀리는 등 주가가 급락하는 가운데 보유주식 지분가치가 올 들어 반 토막이 난 주식부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8일 재계전문 사이트인 재벌닷컴이 1793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중 상위 200명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지난 17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해 연초와 비교한 결과, 특히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찬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의 평가액이 46.4%와 46.5%나 감소해 주가 급락에 따른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뿐만 아니라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세창씨와 박찬구 회장의 장남인 준경씨,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철완씨, 박성용 전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재영씨의 평가액이 각각 48.8%, 48.7%, 47.7%, 46.9%씩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금호가가 전체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은 금호산업에 적지 않은 자금 압박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2009년 12월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2000원대를 밑돌 경우 주식을 되사주겠다는 ‘풋백옵션’을 내걸고 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재무적 투자자가 사들인 주식이 1억2000만주가 넘는 것을 감안하면 1만원대인 대우건설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면 금호산업은 4조2000억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금호생명의 기업공개를 앞당겨 자금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금호생명의 최대 주주는 금호석유화학으로 23.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각각 23.1%, 16.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간사로는 우리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공동으로 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김상호 과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시가총액 감소는 그리 큰 편이 아니며 전체적으로 주가가 빠져 있는 상황에서 금호산업과 대우건설만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등의 방안도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또 “국세청과 금감원 비자금조성 조사설 모두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무근’이며 성장을 시기하는 브로커가 음해하려고 퍼트린 루머”라고 덧붙였다.


정부 사태수습 나설 전망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M&A(인수합병)용 대기업 대출을 억제키로 하면서, 그 여파로 과열된 재벌들의 M&A 열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그룹을 포함한 중견재벌들이 너나할 것 없이 M&A를 통해 몸짐을 키워온 상황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자칫 은행권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나온 대출 억제방침은 구체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출 억제 방침은 대우조선해양 등 산업은행 보유 기업 매각과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대형 매물이 이미 쏟아진 상황에서 빛을 내서 인수하려는 인수 후보군을 선제적으로 걸러내는 효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재벌들의 M&A 열기는 쉽사리 식지 않을 실정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산업은행이 보유한 기업들이 매각을 기다리고 있고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국전력의 일부 자회사도 매물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기업의 경우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현재 사업도 탄탄한 편이어서 외형 확장을 바라는 재벌들에게는 안성맞춤이
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정부의 M&A용 대기업 대출 억제 방침은 사전적으로 자격자를 솎아 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M&A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나 상환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대출은 문제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자체 자금이 어느 정도 되는 곳이라야 M&A전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하게 된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7조원대의 추산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 “정부가 대기업의 M&A 대출을 억제할 경우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 중 포스코를 제외한 그룹은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M&A 후유증 크다

이랜드 손실매각, 유진 자산매각 계획 발표

재벌들이 M&A에 들떠 있는 가운데 부작용을 보이는 그룹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랜드그룹이다. 이랜드그룹은 M&A업계에서 LBO(차입매수)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할 줄 안다는 평가를 해왔다. 자기 덩치의 몇 배에 달하는 까르푸를 인수, 대형마트업에 진출했지만 2년도 안 돼 다시 뱉어 내 버렸다. 인수 뒤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고 결국 손실을 보고 삼성테스코로 넘겼다.

하이마트를 인수한 유진그룹도 끊임없이 유동성 위기설이 나돌았는데 지난달 중순 결국 재무 개선 차원에서 3000억원대의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하고 진화에 나섰다. 최근 들어서는 M&A 황태자격인 두산중공업과 STX도 주가 면에서 고전을 겪고 있다.

M&A 후유증이 그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대부분 중견 재벌들은 M&A시 부채를 상당 부분 끌어다 썼다. M&A뒤 시너지가 생각했던 대로 나지 않을 경우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은행권 대출마저 부실화할 염려가 있다. 정부가 대기업의 M&A 대출을 억제한다는 데는 이같은 M&A 후유증이 대출 부실로 이어지지 않을 까하는 우려가 충분히 배어 있다. 지난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와 관련해서도 소위 차입매수(LBO) 방식의 M&A 때문에 투자은행들의 손실이 컸다”며 이에 따라 “철저히 관리 하겠다”고 그동안 기업들의 차입매수에 제동을 걸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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