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트러블메이커’ 롯데, ‘제2의 농심’되나

‘유통명가’ 롯데그룹이 때 아닌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룹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롯데마트’가 100% 미국산 쇠고기를 팔았던 사실이 최근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딱 걸린 것. 업계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를 수입한 업체는 롯데· CJ· 신세계 등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127곳. 이중 롯데 계열사는 총 18개사다.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유독 롯데만 ‘미국산 쇠고기 판매업체’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가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농심 불매운동’에 이어 ‘롯데 불매운동’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한때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시 미국산 쇠고기를 전격 수입, 판매한 곳은 롯데뿐만이 아니었다. CJ를 비롯해 신세계 등 대기업을 포함해 모두 127곳이나 됐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소비자들은 유독 롯데에만 시퍼런 칼날을 겨누고 있다. 나아가 ‘시범케이스’ 차원에서 불매운동까지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미국 육류수출협회(USMEF)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협회가 지난해 10월 작성한 이 보고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시장 공략을 목표로 쓰여진 것이다.
문제의 보고서를 보면 “5대 메이저 수입업체들이 2007년 초 한국시장이 개방됐을 때 미국산 쇠고기의 정육점 판매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서 “롯데마트 등 한국의 대형할인점들은 경쟁국(호주)들로부터 수입한 쇠고기보다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해 얻는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돼 있다.
특히 보고서는 추석을 전후로 촛불 시위가 주춤해질 것으로 관측, 이때 LA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를 본격 유통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 시기에 맞춰 롯데마트 등 한동안 판매를 중단했던 업체들도 다시 기지개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정신 못 차린 롯데마트
실제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만 보더라도 미국이 전망하는 대로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최근 백화점, 대형 할인매장, 식품업체 등 총 28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형 할인매장 가운데 13곳은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롯데마트 등은 “앞으로 국내 소비자 사이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판매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국민 여론’을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를 재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일부 유통업체들이 여론에 따라서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서 앞으로 이들 업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롯데그룹이 소비자들의 눈 밖에 난 이유는 또 있다.
롯데우유는 지난 3월 중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기 이전부터 미국 쇠고기 판매업체인 블랙앵거스와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늦어도 6월부터 시판할 것이라 공언한 바 있다.
그간의 재계 관행대로라면 이럴 경우 롯데 식품 계열은 모두 롯데우유에서 쇠고기 제품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루머까지 더해져 곤혹
이에 소비자들은 ‘롯데제품불매운동’에 돌입,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소비자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롯데제과, 롯데 칠성음료, 롯데햄, 롯데삼강, 롯데리아,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월드, 농심, 나뚜루, 엔지리너스, 크리스피도넛, T.G.I Friday’s 등 20여개 이상의 롯데 계열사를 올려놓고 불매운동과 이용거부를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네티즌은 “롯데는 전통적으로 롯데제과 롯데리아 롯데호텔 롯데시네마 롯데카드 롯데홈쇼핑 등 현금동원력이 좋은 사업을 좋아한다”면서 “역설적으로 말하면 소비자 불매운동이 가장 잘 먹혀들어갈 수 있는 대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롯데가 제2롯데월드 사업추진을 위해 미국 쇠고기 도입에 적극적일 것’이라는 미 확인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 롯데제과 과자의 경우 ‘수입육’이 건조분말로 만들어져 상당수 과자에 첨가물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제3의 법인이나 미국 현지법인 등을 통해 몰래 수입하고 있다는 낭설까지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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