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댄 사업마다 번번이 실패, 세계명품 초콜릿 회사 인수

‘유통 공룡’ 롯데그룹의 차기 사령관인 신동빈(53) 부회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새로 진출하는 사업마다 번번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신 부회장이 또 다시 ‘일’을 저질렀다. 업계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최근 벨기에를 대표하는 초콜릿 업체 길리안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 길리안은 세계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페레로 로셰, 스위스의 린트와 함께 3대 명품 초콜릿이다.
그러나 1997년 그룹 부회장에 오른 직후 손 댄 사업마다 줄줄이 실패한 신 부 회장이 이번 신사업에선 얼마의 성공을 거둘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신 부회장의 첫 ‘실패작’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1994년 롯데에 인수된 ‘세븐일레븐’은 현재 자본 잠식까지 가는 등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2000년 뛰어든 에스프레소커피 ‘자바커피’ 체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뛰어드는 사업마다 실패로 연결되자 신 부회장의 사업 역량은 물론 상황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무리하게 사업으로 연결시켜 실패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 생활잡화숍 ‘무인양품’(무지)과 저가 캐쥬얼 브랜드 ‘유니클로’의 도입이다.
신 부회장이 직접 제안해 국내에 들여온 무인양품은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에 입점돼 있지만 고가 시비에 휘말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
다.
유니클로 역시 신 부회장의 ‘낡은’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신 부회장이 일본 체류 시절 즐겨 입던 ‘일본의 국민복’ 유니클로를 2005년 처음 들여왔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에 앞서 2004년 12월 오픈한 ‘크리스피 크림도넛’ 역시 미국 유학 시절 신 부회장이 즐겨먹던 도넛을 사업으로 연결시켰으나 실패한 사례다.
간판 브랜드인 롯데리아 상황도 어려워지고 있다. 2004년 866개였던 매장이 매년 감소해 현재 740개로 줄었고, 매출 또한 2004년 4016억원에서 지난해 3800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신격호 회장이 이뤄놓은 사업을 확장, 롯데그룹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신 회장이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신임을 완벽하게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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