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한전선·롯데 등 시세차익만 수조원 넘을 듯
서울시와 서울시의회가 준공업지역의 공동주택 허용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에 합의했다. 준공업지역에 대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대박을 터뜨릴 전망이다.서울시의 준공업지역 내 공장부지에 최대 80%까지의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지난 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번 내용을 보면, 준공업지역에서 현재의 공장비율에 따라 앞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부지 비율은 △공장비율 50% 이상은 산업부지 40% 이상 △30%에서 50% 미만은 30% 이상 △10%에서 30% 미만은 20% 이상 등이다.
이를테면 사업구역 면적이 1만㎡이고 기존 공장부지 면적이 5500㎡인 경우 공장 비율이 55%이므로 40%인 4000㎡이상만 산업시설 부지로 활용하면 나머지는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는 준공업지역 가운데 공장부지 비율이 30% 이상인 곳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22개 기업 공시지가만 1조8천억
이에 따라 준공업지역이 몰린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연구원은 “이 지역은 이미 지하철 9호선, 뉴타운 등 부동산 값 상승 요인에 더해 이번 조례 개정까지 돼 땅값 상승을 더욱 부추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뉴타운을 허용하지 않아 안정된 부동산 가격을 공장부지에 주택 건설을 허용해 스스로 뒤흔든 셈이다.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준공업지역 내 대규모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CJ와 대한전선, 롯데그룹, 대상 등 대기업들은 땅값 급등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물론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및 상업시설 건립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은 조만간 이곳에서 본격적인 개발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
인다.
서울시내 준공업지역 중 1만㎡이상의 부지를 보유한 기업은 22개며 공장은 27개다. 이들이 보유한 토지는 모두 69만2403㎡로 공시지가(2008년 1월 1
일 기준)로만 1조8581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한 결과 주변 아파트 시세 등을 감안해 비교했을 때 실거래 시세가 공시지가의 3배를 웃돌고 있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됐을 때에는 그 이상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설명했다. 시세대로라면 땅값만 5조원을 넘게 된다.
구로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 발표 후 인근 시세가 이미 많이 올랐다”며 “주변에 다른 호재도 많아 지속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 된다”고 말했다.
준공업지역에 가장 많은 토지를 보유한 기업은 CJ로 강서구 가양동과 구로동(영등포공장)에 공장부지로 각각 9만1732㎡와 3만4443㎡의 토지를 갖고
있다. 공시지가로는 4007억원이지만 실거래가는 1조원을 넘어선다.
이미 가동을 중단한 가양동 공장부지는 공시지가로는 3.3㎡(평)당 1150만원대지만 주변 상업지역 땅값은 3.3㎡당 3500만원을 넘는다.
지하철 9호선 개통이 목전에 있는데다 마곡지구 개발과 맞물려 지금도 시세가 상승하고 있다.
CJ 다음으로 대규모 공장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전선은 금천구 시흥역 인근에 공장부지로 8만2529㎡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에 뛰어든 대한전선이 이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한다는 것은 이 지역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서울 최고 땅부자인 롯데그룹도 CJ에 버금가는 수혜기업이다. 롯데그룹은 독산동에는 롯데알미늄과 롯데제과 시흥공장, 문래동6가와 양평동 4가에는 롯데삼강과 롯데제과 공장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준공업지역 내 땅만 8만1420㎡에 달한다.
금천구 독산동 롯데알미늄 공장은 개발을 염두에 두고 이미 내부적으로 공장 이전계획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하철 7호선 천왕역과 국철 오류역 부근으로 경인국도변에 위치한 동부제강(5만742㎡) 오류동 공장부지도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4만20㎡에 달하는 구로구 개봉동 한일시멘트 영등포공장 부지도 알짜배기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산업기반 붕괴, 부동산 가격 폭등, 영세공장 세입자 고용문제, 대기업 특혜시비 등을 이유로 개정조례안의 시의회 본회의 통과를 강력저지 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50여일 만에 입장을 뒤집고 사업구역의 20∼40%만 산업공간으로 마련하면 나머지에서는 공동주택을 허용하는 서울시의회
준공업지역지원관리특별위원회 입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시는 지난달 30일 시의회와 합의한 개정안이 “준공업지역에 대규모 공장부지를 갖고 있는 일부 대기업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등의 논란을 낳자 후속대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준공업지역 종합정비계획’이 수립되기 전에는 공장부지에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서울시의회 전격통과 내막
이 대책에 따르면 시는 오는 9월 준공업지역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 내년 상반기 도시환경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 수립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이 지침이 마련되기 전까진 준공업지역 지정 취지에 맞지 않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주거공간과 공장이 혼재해 환경이 극히 열악한 지역은 도시환경정비계획 수립을 병행하며 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시는 준공업지역 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을 때에는 곧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준공업지역에 적합한 정비사업의 모델을 제안하고 장기전세 임대형 산업시설인 ‘산업시프트’ 확보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대규모 공장부지에 대해서는 토지 소유자의 의사대로 자유롭게 개발되는 일이 없도록 계획 수립과정에서 통제하고 공원과 녹지, 문화시설 등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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