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 퇴출 쓰나미 아들 횡령혐의 내사 받아

재벌 2·3세들의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봉욱 부장검사)는 지난 8일 두산그룹 박용오 전 회장의 둘째아들인 박중원씨가 최대 주주였던 뉴월코프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박씨가 작년 뉴월코프 대표로 있으면서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확보하고,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뉴월코프 본사와 관계사인 가남오앤시 등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박씨는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인 뉴월코프 지분 130만주(3.16%)를 사들이며 이 회사 경영권을 인수해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나 그 해 12월 지분을 전량 제3자에게 매도했다. 검찰은 박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주가 4천원서 1만4천원으로 껑충
뉴월코프는 작년 9월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으나 박씨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면서 이를 번복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씨가 유상증자할 의사가 없으면서 호재를 흘려 주가를 띄우려 했는지 등을 집중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2월 4000원대이던 이 회사 주가는 박씨가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자 1만4000원대까지 올라 ‘재벌 테마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박씨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자 주가가 2800원대로 폭락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공시번복을 이유로 이 회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하기도 했다. 뉴월코프는 상품유통에 이용되는 바코드(bar code) 관련 장비 제조 및 바코드 라벨 인쇄 전문업체로, 지난 2002년 초 코스닥에 등록됐다.
검찰은 박 씨가 뉴월코프의 경영권을 인수해 대표이사로 있는 동안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잡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계 서류와 실제 자금 흐름을 비교ㆍ분석하며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박씨가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빌린 단서를 찾아내 관련 기록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이 연이어 재벌가 자제들의 주식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면서 검찰의 수사망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5~2006년 국내 코스닥시장에서는 자금력을 등에 업은 재벌 2ㆍ3세들이 투자하는 종목마다 주가가 급등하는 이른바 ‘재벌 테마주’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재벌 테마주’ 형성 이상현상
당시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수사대상이 된 뉴월코프(두산), 코디너스(한국도자기), 레드캡투어(LG) 외에도 디질런트FEF(SK), I.S하이텍(현대가), 케이엔엔터테인먼트(동국제강 3~4세), 새로닉스(GS가) 등을 대표적인 재벌 테마주로 꼽고 있다. 검찰은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 김영집(35)씨와 LG그룹 3세로 증권가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구본호(34)씨 등 재벌 2·3세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특정 종목의 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려 시세차익을 누렸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재벌 후손들에 대한 수사가 확대일로를 걷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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