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변호사비용 속앓이 내막
삼성 변호사비용 속앓이 내막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7-02 11:07
  • 승인 2008.07.02 11:07
  • 호수 63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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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사태 변호인단 “우리 돈 누가 줘요?”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3년만에 법정에 서기 위해 변호인와 함께 지난 6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삼성그룹이 이건희 전 회장의 법정 소송비용 처리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난 6월 24일 열린 4차 공판 때 까지만 해도 삼성은 이 전 회장을 대신해 삼성특검과 관련된 모든 비용을 부담해 왔다. 비록 이 전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그나마 삼성전자 평직원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 회장에 대한 삼성의 지원사격은 여기까지다. 이 전 회장이 7월 1일부로 삼성과 완전히 결별한 까닭이다. 이에 따라 5차 공판부터는 변호사 비용 일체를 이 전 회장이 전부 내야 한다. 만약 삼성이 이를 어기고 회사와 전혀 무관한 이 전 회장을 도울 경우 이는 현행법상 배임죄에 해당한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까맣게 속만 탄 삼성의 현주소를 따라가 봤다.

삼성특검 첫 공판이 열린 지난 6월 12일 오후 1시 30분께 이건희 전 회장이 검은 승용차를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했다. 이날 이 전 회장은 여론을 의식한 듯 이완수 변호사 1명만 대동했다.

이 전 회장은 7월 1일 삼성전자 ‘사원’신분까지 버리고 회사를 떠났다. 이미 지난 4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개인’ 신분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건희 회장 변호인 5명

삼성은 지난 6월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7월 1일자로 퇴사하며 이날부터 명칭이 ‘전(前) 회장’으로 바뀐다”며 그의 완전퇴진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42년간 몸담았던 삼성과 인연을 끊기게 됐다.

삼성이 남몰래 속앓이 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 전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 계류 중에 있다.

이 전 회장의 변호를 맡은 5인의 변호인단은 모두 삼성에서 뽑은 변호사들로 비용 일체를 그동안 회사에서 내왔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전 회장이 회사와 무관한 ‘개인’ 신분으로 바뀌게 될 경우다. 이 전 회장이 ‘일반인’ 자격을 갖췄음에도 변호사 비용을 계속 회사가 부담한다면 이는 현행법상 배임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 전 회장이 회장 직함에서 물러난 뒤 삼성의 상담역이나 상임고문으로 위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하지만 이럴 경우 ‘제3의 창업’을 외치며 새 출범한 삼성으로써는 여론의 비판적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삼성그룹 사규에 있다. 삼성그룹의 ‘전직 회장단 예우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전직 회장과 부회장은 최소한의 사무실과 비서를 비롯해 의료비와 법정소송 비용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삼성이 퇴직 임원들에 대해 예우해주는 기간은 대체로 1~5년이지만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을 전망이다.

현재 전직 임원중에는 ‘삼성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는 강진구 전 회장이 무기한 예우를 받고 있다.


#417호 법정에선 무슨 일이

굴러온 李가 박힌 黃 뺐다?,/b>

지난 6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417호 형사대법정이 때 아닌 방청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재판 두 건이 같은 시간 동시에 열린 까닭이다.

두 형사재판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이건희 전 회장은 경영권 불법승계와 조세포탈 혐의로, 황우석 전 교수는 줄기세포 논문조작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두 재판의 시간까지 겹치면서 재판정 배정에 문제가 생겼다. 두 재판 모두 이제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가장 큰 대(大)법정을 이용해 왔던 것.

이에 따라 법원 측은 “어느 사건을 대법정에서 하느냐”를 두고 고심한 끝에 이건희 전 회장 재판을 대법정에서 황우석 재판을 한 층 아래 311호 중법정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대법정 좌석은 190석으로 최대 300여명까지 수용가능하며, 중법정은 대법정의 절반크기에 불과하다. 앞서 진행해왔던 20여 차례 공판 모두 대법정에서 해온 황우석 전 교수가 이건희 전 회장에 밀려 자리를 내준 셈이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삼성재판이 상대적으로 피고인이 많아 대법정에 우선 배정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결국 중법정으로 쫓겨(?)난 ‘황우석 재판’은 갑자기 줄어든 법정 크기 때문에 홍역을 치러야 했다. 재판 시작도 전에 수많은 지지자들로 법정이 꽉 찬 것이다.

여기에 울산과 전주 등지에서 관광버스 3대를 대절해 올라온 열성 지지자들까지 합세하면서 재판정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급기야 법원은 법정 복도에 자리를 깐 수 십 명의 지지자들을 위해 출입문을 연채 공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동안 ‘황우석 재판’을 꾸준히 방청해 왔던 한 지지자는 “원래 대법정이 ‘우리(?)’ 법정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늘어놨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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