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개발업계의 최대 화두는 애경그룹의 전격 진출이다.
애경그룹은 지난 5월 AMM자산개발을 출범시켰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부동산 개발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유통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라고 진출 배경을 설명했다.
AMM자산개발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건 업계 최대인 1000억원의 자본금이 투자됐기 때문이다. 애경그룹이 40%, 군인공제회와 모건스탠리 부동산(Real Estate)이 각각 30%를 출자했다. 군인공제회나 모건스탠리는 투자 조건과 요구수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들이다. 특히 AMM자산개발이 모건스탠리로부터 투자를 받은 사실 자체는 업계에 큰 뉴스거리가 됐다.
애경그룹이 부동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0년 전, 서울 구로 애경백화점 리모델링이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채 부회장은 “우리가 롯데나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비해 규모는 작아도 운영능력과 임대매장 관리에서는 한수 위”라며 포부를 밝힌바 있다.
부동산 개발업 진출을 위해 회사는 인재 영입에도 신경을 썼다. 현재 40여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경영진의 상당수는 해외 MBA 출신들이다.
회사가 무대로 삼은 분야는 대형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이다. 올해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PF와 광교신도시 파워센터 PF, 인천 가정오거리 도시개발사업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채 부회장은 “국내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5년 안에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SK, 현장경험 시너지 노려
SK그룹은 SK건설의 자회사인 SK D&D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6월 SK건설은 SK그룹 계열사인 SK아페론의 유상증자에 참가해 지분 44.98%를 취득했다. 상호도 SK D&D로 바꿨다.
SK아페론은 주로 분양 광고와 마케팅, 실내건축, 부동산 개발 등을 해왔다. SK건설은 SK아페론 인수로 시행과 시공 업무를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게 됐다. SK D&D가 내세우는 강점도 이 부분이다. SK라는 브랜드 덕분에 파이낸스와 인재 영입이 한결 수월해졌고 그동안 쌓아온 현장 경험으로 소비자들의 수요도 지속적으로 파악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두 회사는 서울 강남구청역 부근 나산백화점 건물과 주차장 건물을 1005억원에 낙찰받았다.
이 부지는 20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복합건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MKS개런티유한회사(SPC)를 세웠다. 리먼브러더스는 또한 계열사를 통해 SK D&D의 지분 5%를 매입했다.
롯데, 그룹 내 부지 활용에 집중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6대4의 비율로 출자해 롯데자산개발을 설립했다. 롯데그룹은 국내외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총괄할 조직의 필요성을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그룹의 싱크탱크인 롯데경제연구소에서 부동산 개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출범 1년 전인 2006년부터 사업을 준비해왔다.
롯데자산개발의 사업 방향도 그룹의 핵심사업인 유통과 레저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분야의 자산개발과 관리, 자산 유동화 등을 전담하게 된다.
백화점, 대형 마트, 멀티플렉스, 유명 명품 브랜드와 휴식 공간까지 결합한 ‘롯데몰’ 사업을 경쟁사와의 차별 포인트로 잡았다.
개발과 유통업 간의 시너지를 노리는 애경그룹의 사업모델과도 일정 부분 유사하지만 추진방향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선봉장인 김창권 롯데자산개발 대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프로퍼티스 부동산투자 담당 상무, 삼정 KPMG 부동산본부장을 지낸 부동산 전문가다.
롯데자산개발이 추진하는 신규 사업으로는 현재 중국 선양(瀋陽) 복합타운, 김포공항 스카이파크, 제주 롯데리조트, 수원 KCC 부지 등이다.
아주 등 중견그룹도 진출 붐
이밖에도 부동산개발 분야에 뛰어들고 있는 그룹사들이 많다. 아주그룹은 부동산개발 및 시행 전문회사인 아주프론티어를 설립해 국내외 부동산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아주프론티어는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 총 1500가구의 아파트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 국내 용산 일대에서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동양그룹도 부동산개발업체인 동양에이앤디를 설립, 동양메이저, 동양레저가 보유한 부동산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동양에이앤디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개발 사업을 맡았던 성상화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동양에이앤디는 그룹 보유 부동산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은 두미종합개발, 태광그룹은 태광리얼코, 동림관광개발, 한진그룹은 정석기업, LG그룹은 서브원 등이 대표적 부동산개발회사로 등록돼 있다.
한화그룹도 한화건설을 통해 지난달 11일 부동산개발업체인 한화 하와이 LLC(자본금 123억원)를 설립, 계열사에 추가했다.
한화건설은 미국령 하와이에 짓는 콘도에 직접투자를 위해 신규법인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한화건설이 해외 부동산개발에 적극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중견 디벨로퍼 신영은 8월에 미국 로스앤젤레스 도심에 주상복합아파트 ‘빅셀’을 짓는다. 지상 17층짜리로 334가구인데 현지인에게 분양한다. 신영은 대다수 디벨로퍼가 중국이나 필리핀 등으로 진출한 것과 달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SR개발은 중국 선양시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SR국제신성’ 단지를 만든 데 이어, 이 단지 옆에 한국의 코엑스를 벤치마킹한 국제비즈니스타운을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동아건설을 인수한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프라임개발도 해외사업에 적극 뛰어들 계획이다.
심지어 금융기관까지 부동산개발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부동산개발업체인 미래에셋디앤아이를 신규 설립, 계열사에 추가하며 부동산 개발시장 참여를 선언했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 계열사인 케이알아이에이가 49%를, 부동산114가 51%를 투자했다.
부동산개발시장 판도 바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회사 가치를 높이기 위해 보유 부동산개발에 적극 나서는 것은 부동산 매각 협상 시 외부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정보보안 차원에서도 효율이 높고 자사보유 부동산 값어치를 뻥튀기 하는데도 좋아 다양한 실효성이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을 부추기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가 부동산개발에 적극 나서는 데는 단순도급으로는 사업이익을 챙길 수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권도 금융상품수수료만으로는 이익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행분야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벨로퍼는 시행-건설-분양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지휘자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자격요건 없이 누구나 땅을 사들이고 인허가를 따내 건축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 때문인지 고수익을 좇아 치고 빠지는 사기꾼들의 불법행위 등이 난무하다 보니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이쪽에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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