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주의’식 부동산개발 이제 그만
‘한탕주의’식 부동산개발 이제 그만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7-02 10:11
  • 승인 2008.07.02 10:11
  • 호수 63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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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벤치마킹으로 철저한 기획력 갖춰야
부동산 개발업은 기업들 생각대로 과연 ‘블루오션’일까. 그동안 국내 부동산개발업은 주먹구구식에 가까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가 자율화되고 기업들이 금융권에서 자본금을 끌어 쓰기 쉬운 환경이 되면서 시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대다수 시행업자들은 불법과 탈법으로 ‘한탕 치고 빠지는 땅 장사꾼’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업자들이 목 좋은 부지에 일명 ‘땅 작업’을 진행해 수백억원을 챙기는 브로커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특별한 자격요건도 필요 없어 누구나 쉽게 땅을 사고 인허가를 냈다.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금융권에 찾아가 약간의 로비로 돈만 잘 땡기면(?) 사업 규모를 늘리기 어렵지 않았고 그만큼 큰 수익도 올렸다. 이런 소문 덕분인지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부작용도 심각했다.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다 부도를 내는 일명 ‘작전기업’이 부지기수였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업계부터 자정 노력에 나섰다. 부동산 개발업계는 2005년 1월 한국디벨로퍼협회를 설립해 하나의 공식업으로 인정받으려 했다.

지난 4월에는 이름을 바꾼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국토해양부로부터 정식 법인설립인가를 취득했다.

특히 ‘부동산 개발업의 관리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일정한 기준을 두고 업체들이 협회에 공식 등록하도록 유도한 게 눈에 띈다.

물론 아직 갈길은 멀다. 선진국들의 경우 디벨로퍼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단순한 브로커 역할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철저한 기획
력을 바탕으로 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총괄기획자로 불린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디벨로퍼가 사업을 주도하려면 금융권과 연계해 막강한 자본금을 갖추는 게 필수다. 개발 회사가 땅을 매입하고 시공사를 경쟁입찰로 선정하기 때문에 시공단가도 낮아지고 부동산 개발업체의 업무영역도 다양해질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가까운 개발도상국 등에 진출해 수입을 창출할 수도 있다. 대기업들의 부동산 개발업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일본 부동산개발 관련 기업들이 대거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일본업체들은 복합단지 설계와 자금투자부터 쇼핑몰 컨설팅, 임대사업과 관리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 JR(일본철도)그룹 계열 JAC사를 비롯해 노무라와 오릭스 부동산, 모리빌딩, 니켄세케이, 지오아카마쓰사등이 최근 앞다퉈 국내로 진출하고 있다. JAC사는 지난달 22일 포스코 건설이 개발중인 인천 청라지구 국제업무타운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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