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사업 뛰어든 GS칼텍스 ‘허와 실’
주차사업 뛰어든 GS칼텍스 ‘허와 실’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6-18 13:02
  • 승인 2008.06.18 13:02
  • 호수 61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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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헛발질 ‘무모한 도전’
경영능력 부재 논란에 휩싸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GS그룹의 종합에너지전문 자회사인 GS칼텍스 허동수 회장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주차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지난 2005년 허동수 회장은 “주차장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주차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특히 허 회장은 신사업 출범 당시 “5년 이내에 전국 총 600여개의 주차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주차능력 3만대, 매출규모 약 534억원을 달성하겠다”며 목표달성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업계는 허 회장이 내놓은 세 가지 목표를 ‘무리한 도전’ 쯤으로 여기고 있다. 목표를 이룰만한 ‘싹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사면초가에 빠진 허 회장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GS칼텍스가 자회사인 ‘GS파크24’를 통해 주차사업에 뛰어든 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지난 2006년 2월 초 GS칼텍스는 일본의 주차전문회사인 ‘파크(Park)24’와 투자 조인식을 체결하고 주유포인트로 무료 주차할 수 있는 24시간 주차서비스사업을 시작했다. 이때 설립된 게 GS파크24다.

GS파크24는 지난 2005년 △GS칼텍스(지분 30%) △파크24(45%) △소모석유(20%) △아마노(5%) 등이 공동 투자해 설립한 자본금 130억원 규모의 주차서비스 전문회사다. 그러다 최근 GS칼텍스가 소모석유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지분 50%를 확보, 지난 6월 2일 자회사로 편입됐다.


‘대박’ 좇다 ‘쪽박’ 찰 위기

GS칼텍스와 힘을 합친 파크24는 7500개의 주차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총 25만대의 주차수용 능력을 가진 일본계 세계 최대 주차전문회사로, 지난 한 해 동안만 매출 7600억원에 영업이익 1200억원을 기록했다.

GS파크24의 첫 출발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공식출범(2006년 3월 8일)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GS타임즈 1호점’을 열었다. 주차장명은 같은 정자동에 위치한 GS칼텍스 백궁주유소 이름을 따 ‘백궁점’이라 지었다. 이곳에 주차할 수 있는 차량은 44대다.

이후 GS파크24는 백궁점이 오픈한 지 2개월 만인 2006년 6월 29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광명D점을 설립했다. 주차대수도 496대나 될 만큼 컸다.

그러나 생각만큼 속도가 나질 않았다. 3년 동안 고작 26개 주차장을 세우는데 불과했다. 실제 GS파크24는 △2006년 6곳(주차대수 총 787대)을 비롯해 △2007년 11곳(주차대수 총 2150대) △2008년 9곳(주차대수 총 990대) 밖에 실적을 내지 못했다.

게다가 올 5월 31일 영업정지한 2곳을 빼면 실제 주차장 수는 24곳에 불과하다.

이는 2005년 GS파크24를 설립할 당시 허동수 회장이 내세운 ▲5년 이내 주차장 600곳 구축 ▲주차공간 3만대 확보 ▲매출 534억원 이상 등 세 가지 경영방침에 크게 못 미치는 점수다.

이로 인해 당초 허동수 회장이 호언장담했던 세 가지 경영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회사 내에서 조차 “목표 수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며 자조 섞인 푸념이 새어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허동수 회장의 이번 목표는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 수도 있다.

우선 주차장을 설립할만한 땅이 부족했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 됐다.


사면초가 빠진 허동수 회장

그동안 GS파크24는 △빈 땅인 나대지를 빌려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식 △병원이나 할인마트의 부설주차장을 활용하는 방식 △주차 전용건물을 지어 활용하는 방식 △정부나 기관 소유의 공용주차장을 위탁운영하거나 민자유치 주차장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 등 총 네 가지 일정한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국내 땅값이 워낙 비싼데다 빈 땅을 빌리기도 쉽지 않아 GS파크24는 곧 다른 방도를 찾아야만 했다.

여기에 불법주차도 GS파크24 의 앞길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한국의 월 정기 주차 금액이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데다 길거리 불법주차가 많아 수익성이 떨어졌던 것이다. 이는 땅 주인 입장에서 선뜻 임대를 주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GS파크24는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 세운 광명D점(2006년 6월 29일 설립·총 주차대수 496대)과 광명D-1점(2007년 8월 14일 설립·총 주차대수 75대)을 올 5월 31일 전면 영업 종료했다.

이에 마키노 준 GS파크24 영업본부장은 “자체적으로도 고급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불법주차 단속 강화 등 시장규모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줬으면 한다”며 정부차원의 도움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GS칼텍스가 주차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한국 주차 산업의 성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 등록된 자동차 수는 1600만대.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마키노 준 본부장은 “한국 자동차시장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인 만큼 주차 사업의 성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는 주유소, 정비소를 비롯해 GS칼텍스가 보유한 자동차와 관련한 사업과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강경태 GS파크24 사장은 “GS파크24는 국내 최초의 브랜드 주차장”이라며 “주차장 수가 1000개 정도 된다면 GS칼텍스의 보너스포인트로 주차비용을 결제하는 등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세 번째는 부동산 사업이다. GS파크24가 주차장 건물 설립 후 일부 층을 사업자에게 분양하면 안정적인 임대료를 확보할 수 있다.

강경태 사장 역시 부동산 컨설팅과 부동산 관리개발을 두루 거친 부동산 전문가다.

한편 GS파크24는 지난 2년간 일본 파크24의 선진 주차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맞도록 접목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2년의 세월이 쉽지만은 않았던 만큼 남은 3년도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진 않는다.


#GS칼텍스 홍보 담당자 일문일답

“사업은 변수가 생기기 마련”

다음은 경영능력 부재 논란에 휩싸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에 대한 회사 측 반박내용이다.

-GS파크24의 저조한 경영성과와 관련해 허동수 회장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GS칼텍스란 대기업을 지금껏 잘 이끌어온 회장님인데 그깟 GS파크24의 2년간 성과를 두고 허 회장의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본다. 또 GS파크24는 최근까지 일본회사(파크24)가 최대주주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경영성과는 일본회사 경영진의 자질문제 아닌가.

-그렇다고 해도 주차사업 진출을 판단한 건 허 회장 본인 아닌가.
▲실무진들이 신사업으로 주차사업 외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 그중 허 회장이 주차사업 보고서를 보고 “(사업이 되겠다 싶어) 진행하라”고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GS파크24 대표가 허 회장도 아니고 다른 분(윤재협 사장) 아닌가. 사업이 되겠다 싶어 허락했지만 우리나라 환경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다.

-어떤 환경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건가.
▲일례로 우리가 1990년대 후반 셀프주유소를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그땐 소비자 반응이 별로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고유가 시대로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셀프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 않나. 이와 같이 주차사업도 반응이 조금 늦는 거라 생각한다.

,B>-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다각면에서 검토하지 않나. 이러한 시대흐름도 모르고 세 가지(△5년 이내 주차장 600곳 구축 △주차공간 3만대 확보 △매출 534억원 이상 등) 경영목표를 내놓은 건가.
▲목표를 다 이룬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말처럼 쉬는 게 아니다. 변수가 생길 수 있다. 여러 기업이 매년 초 매출목표를 세우지만 그걸 다 채우는 기업이 몇이나 되겠는가. 허 회장이 말한 세 가지 경영목표는 꼭 5년 전에 일구겠다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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