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고차 시장 ‘초여름 삼국지’
대기업 중고차 시장 ‘초여름 삼국지’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6-18 13:33
  • 승인 2008.06.18 13:33
  • 호수 61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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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동력이 중고차?

성장 동력이 중고차?
중소 매매단지를 형성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주종을 이뤄온 중고차 시장에 자본력과 브랜드파워, 기술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SK엔카와 현대캐피탈, GS칼텍스가 온라인 중고차 쇼핑몰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SK네트웍스가 중고차 매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로 함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 일대 격변이 일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파격적인 수리보증 서비스를 내세워 오프라인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중고차 시장에 체계적인 진단과 품질보증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서비스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SK엔카는 2000년 대기업 중 처음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서 수리보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고차 매입 후 3개월, 5000㎞까지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달부터 2년, 4만㎞로 보증기간을 확 늘린 서비스를 선보였다. 3~5년인 신차 품질보증 기간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보증기간 내 차량수리가 24시간을 초과하면 무상으로 동급 렌터카를 빌려준다.
이에 앞서 현대캐피탈은 ‘오토인사이드’, GS칼텍스는 자회사인 GS넷스테이션을 통해 작년 말 각각 홈페이지를 개장했다.
지난달 문을 연 ‘카멤버스’는 국내에서 처음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했다.
고객이 차량을 인도받을 때까지 은행이 결제대금을 일시 보관하는 시스템이다.

SK네트웍스는 자동차 정비사업이 주력인 스피드메이트를 통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으며 하반기에 대대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로 해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될 전망이다. GS칼텍스의 자회사인 GS넷 넥스테이션은 기존 사이트인 ‘얄개닷컴’을 ‘GS카넷(www. gscarn et.com)’으로 새롭게 개편,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00년 SK 엔카가 시초

GS카넷은 매매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모아놓은 ‘매매가이드’ 코너를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상세한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GS홈쇼핑의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GSe스토어(www.gsestore.co.kr)와 업무제휴를 통해, 중고차 매물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오토인사이드(www.autoinside.co.kr)는 현대차 그룹에서 축적한 1990년 이후 출시된 모든 차종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5년 이상 지난 차종에 대해서도 출시 당시의 제원표, 가격 등은 물론 카탈로그까지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금융 전문회사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의 중고차 사이트와 차별화된 오토인사이드만의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중고차 매물의 기간, 선수금별 월 할부 금액을 보여주기 때문에 구입하기 전 개인의 재정 상황에 맞는 자금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고객들은 중고차 구매 시 꼭 필요한 자동차 보험 및 운전자 보험, 보장 서비스를 오토인사이드 안에서 모두 선택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 고객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는 셈이다.
오토인사이드는 중고차를 판매하고자 하는 딜러들이나 일반 개인들에게도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딜러들은 현대캐피탈이 제공하는 ‘오토 포인트(Auto Point)’를 이용해 무료로 매물을 등록할 수 있다.
일반 고객도 회원 가입 시 선물로 지급되는 오토포인트로 별도의 비용 없이 차량을 무료로 올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85만대로 기존 매매업자간의 거래가 전체의 55%며 나머지 45%가 개인 간의 거래다.
즉 국내 중고차 시장의 경우 품질 보증에 대한 신뢰성 결여로 중고차 업자를 거치기보다는 지인 등을 통해 중고차를 사고파는 경우가 일반화된 상황이다.

대기업과 매매업자 생존 경쟁

이 같은 공급자 위주의 국내 중고차 시장의 약점을 간파한 SK네트웍스는 ‘2년에 4만㎞ 무상 품질 보증'이라는 파격 제안을 무기로 시장 평정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스피드메이트 중고차의 기본 개념은 SK네트웍스가 지역별 중고차 매매업자와 제휴해 이들로부터 중고차를 공급받은 뒤 자체 점검과 가격 평가 시스템을 통해 품질과 가격을 매긴다.
이후 온·오프라인을 통해 중고차를 사기 원하는 고객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SK네트웍스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의 경우 스피드메이트 중고차와 제휴를 하면 당장 대당 수익이 25% 줄겠지만 중고차의 회전율이 2.5배 이상 늘어나 실제적으로는 매매업자의 수익이 9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스피드메이트 중고차가 확보하고 있는 중고차는 700여대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대규모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며 2011년 국내 중고차 시장을 300만대 규모로 키워 이 가운데 30% 이상을 점유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백승한 스피드메이트 사업본부장은 “기존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통해 국내 중고차 시장이 이만큼 성장해 왔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금 고객들은 국내 중고차 시장이 선진 유통시장으로 한 차원 더 도약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에 SK네트웍스가 가진 역량과 인프라를 활용해 기존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실물을 보지 않고도 중고차를 살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백 본부장은 또 “SK네트웍스는 중고차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 및 관련 종사자분들과의 ‘상생’은 필수적이며, 중고차 사업의 최우선 원칙과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피드메이트 중고차 사업 추진과정에서 중소업체 및 개인 매매업자들과 적극적으로 제휴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를 위해 ‘제휴 파트너 제도’와 같은 구체적인 상생모델의 검토를 이미 마쳤다.
대기업들의 거침없는 행보에 가격 책정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도 신뢰 회복에 나섰다.
서울 장안평중고차시장의 김진영 딜러는 “수수료를 일정비율로 공개 하는 등 조합 차원의 자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매매단지별로 제각각이던 매도비도 단지별로 통일화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율현동 강남매매단지의 이성윤 딜러는 “예전에는 매도비가 딜러마다 조금씩 상이했지만, 지금은 단지 내에서 단일 가격을 받자는 의견이 나와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차 매매업자들은 2005년 관련법 개정 이후 자체 성능점검센터를 통한 ‘차량 성능점검기록부’도 발행하고 있다.
차량사고 유무나 이상 여부를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대기업과의 제휴로 생존을 모색하는 매매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와 제휴를 맺은 곳만 15~20곳에 달한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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