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레저업체 타이거월드의 기막힌 수법
복합레저업체 타이거월드의 기막힌 수법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6-03 12:57
  • 승인 2008.06.03 12:57
  • 호수 736
  • 4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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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돈 한푼 없이 200억 편취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경기 부천시에서 초대형 복합레저시설인 타이거월드를 운영하는 이도랜드 도규영 대표와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김진태 신용지원부장을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중재 등 혐의로 지난 17일 구속했다. 조사 과정에서 추가로 가압류된 주식의 소유권을 빨리 넘겨받도록 처리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수천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서울중앙지법 용역직원 안모(48)씨도 구속영장(21일)을 청구했다. 도씨는 금융기관에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한국자산관리공사, 법원 등에 전방위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법원 집행관실에서 보조집달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안씨는 지난 2005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에너지개발업체 ‘(주)삼탄’ 주식을 매입한 이도랜드 도 대표로부터 “채권자가 가압류한 ‘삼탄’ 주식의 소유권을 빨리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같은 해 5월부터 7월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명문대 출신 금융전문가 출신 사기꾼

앞서 검찰은 도씨에게 시가 60억 원대로 평가된 '삼탄' 주식을 27억원에 넘기는 대가로 4000만원을 받은 자산관리공사 김 부장과 도씨를 지난 17일 각각 배임수재와 배임중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조사 결과, 당시 도씨는 1년6개월이 지난 뒤 ‘삼탄’ 주식을 270억원에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도씨가 1억원이 넘는 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정황을 포착, 공사 윗선 개입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그럼 그가 어떻게 자산관리공사와 법원 등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고 주식의 시세 차익도 10배가량 남기고 법망을 피해 다닐 수 있었을까.

공교롭게도 그는 명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기본적인 법률 검토는 그에게 ‘누워서 떡먹기’였다. 직장 경력만을 보더라도 주가 튀기기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로 D종금증권 심사팀, H투신증권 특수금융팀장, G증권 기업금융팀장 등을 거치며 누구보다도 기업금융, M&A, 주식, 채권 등에 있어서는 인정받는 전문가였다.

현재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가조작 사건들이 보통 회사를 차렸다가 언론 등을 통해 반짝 홍보한 후 값어치를 ‘뻥튀기’ 해서 타 회사에 지분을 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이 가장 흔한 예다.

이 사이에 개미 투자자들은 가산을 탕진하는 일도 다반사다. 직장을 그만둔 후 ‘유니슨홀딩스’ ‘이도홀딩스’ ‘정인코아’ 등 회사를 밥 먹듯 차렸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지난해 7월 오픈한 복합레저시설 타이거월드는 국내최초의 스포츠돔 시설로 주목받았다. 스키·워터파크 등 수도권 최대 규모 복합레저문화 타운형식이다.

270m의 스키돔에 5900평 규모의 실내 워터파크와 200타석의 실내 골프연습장 등을 비롯해 다양한 편의시설로 이미 많이 알려졌다.

문제는 도씨가 이 시설들을 만드는 데 과연 순수하게 자신이 노력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만들었냐는 것이다.


법원 보조 집달관에게도 거액 뇌물

금융전문가였던 도씨가 생소한 레저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M&A 전문가로 신사업 개척에 남다른 실력을 자랑하던 도씨에게 레저산업은 빈틈이 있는 블루오션이었다.

인허가과정에서도 부천시에 세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이미지 상승효과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고 해 별 다른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허가를 받았다.

그는 당시 여러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공연히 “모든 일을 진행함에 있어 성실함이 뒤 따라야 성과를 거둘 수 있고 또 신뢰받을 수 있으며 그러한 성실을 바탕으로 사업가로서 바로설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윗선의 개입여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타이거월드는 도씨가 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공동대표 체제로 경영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타이거월드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어떠한 사실도 확인해줄 수 없으며 할 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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