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왕국’ 롯데
‘절세왕국’ 롯데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6-03 10:41
  • 승인 2008.06.03 10:41
  • 호수 59
  • 2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인은 조세피난처, 사업장은 딴 곳에
조세법롯데그룹이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지정된 각 나라에 잇따라 법인을 세워 재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해당 나라의 조세법을 교묘히 이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게 그 이유다. 실제로 롯데는 올 들어 모두 3곳의 조세피난처에 연달아 법인을 설립했다. ‘절세왕국’ 롯데의 편법보다 더한 절세법에 대해 알아봤다.

롯데그룹이 각 나라에 법인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5월 27일 유럽 북서부에 있는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에 주사업이 부동산개발인 법인체를 하나 설립했다.

이 회사 자본금은 모두 4990만 유로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23억3013만원이다. 이 때 든 비용은 100% 롯데건설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로써 전 세계에 퍼져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는 모두 합쳐 88곳으로 늘어났다.


전세계 계열사 88개

이보다 앞서 롯데쇼핑은 네덜란드 현지 계열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주회사부터 세웠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부동산개발회사를 설립하기 약 4개월 전인 지난 1월 14일 네덜란드홀딩스컴퍼니를 먼저 설립했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1만8000유로로 이를 환산하면 2432만5740원. 이 돈은 호텔롯데가 100% 출자했다.

롯데그룹의 해외 법인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 29일 롯데건설을 앞세워 홍콩에 시공종합도급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의 자산총액은 9억4500만원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들어 세운 롯데그룹의 해외법인이 하나같이 조세피난이 가능한 지역에 설립됐다는 점이다.

실제 네덜란드는 ‘세금 은신처’로 각광받고 있다. 네덜란드는 지난 1997년 조세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에서 거래되는 로열티에 대해 면세 혜택을 부여하는 조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네덜란드에 있는 금융지주회사는 이윤의 80%를 유보금으로 인정받고 세율도 7%에 불과하다.

여기에 주주 배당금 또는 자본 소득에 대해서도 면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세금 내기 싫어하는 총수에겐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현재 네덜란드의 법인세율은 30%로 낮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세제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세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홍콩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홍콩은 외국 자본에 대해 전혀 과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만을 물리고 있다.

이러한 롯데그룹의 절세법에 대해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롯데가 조세피난처 지역만을 콕 찍어 회사를 설립한 건 그 나라 조세법을 교묘히 이용해 세금을 줄이려는 꼼수 아니겠느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은 해외사업장이 있는 곳에 해당법인을 세운 게 아니라 근처 조세피난처에 그곳 법인을 설립했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러시아에 백화점과 호텔, 비즈니스센터 등을 운영하면서도 러시아가 아닌 네덜란드에 해당 법인을 만들었다.

이밖에도 롯데그룹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10억달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개발할 예정이지만 정작 법인은 홍콩에 세웠다.

법망을 피한 롯데그룹의 절세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4년 국내에서도 현행법의 틈을 교묘히 빠져나가 무려 10년 동안 수백억대 세금을 피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동원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건물을 짓고 나서 소유권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보존등기를 하지 않은 것이다.

보존 등기는 이전등기와 달리 의무사항이 아닌데다 보존등기를 안 할 경우 지방세인 등록세와 지방교육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보존등기의 경우 과세표준액의 0.8%를 등록세로 납부해야 하며, 등록세액의 20%는 지방교육세로 부과된다.


세금 줄이려는 꼼수

2004년 당시 등기를 하지 않아 지방세를 납부하지 않았던 롯데백화점 지점은 전국적으로 모두 12곳.

특히 롯데그룹이 이 같은 방법으로 피해간 세금은 모두 250억원에 달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