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중앙대 인수 거품 논란
두산 중앙대 인수 거품 논란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6-03 10:27
  • 승인 2008.06.03 10:27
  • 호수 59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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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아닌 이사장 소유 재단과 계약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면서 지불하기로 약속한 1200억원이 처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중앙대와 직접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다. 두산은 중앙대가 아닌 수림장학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 일부에서는 두산의 중앙대 투자에 걸림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병원과 로스쿨 등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중앙대 구성원들은 1200억원의 투자 기대감으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실제로 그 돈이 수림재단에서 고스란히 중앙대에 지원될 수 없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두산이 1200억원을 출연하는 수림장학연구재단은 정관에 명기된 목적 외에는 돈을 사용할 수 없는 공익법인 설립 및 운영법상 공익재단이다. 수림장학재단은 김희수 현 중앙대 이사장이 1990년 6월 설립한 공익재단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산이 중앙대 매각 대금을 김 이사장 소유재단에 지급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이사장 개인 재단 성격이 강한 수림재단의 사업목적에 중앙대 지원과 관련한 명시적 규정도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수림장학재단의 성격

수림재단은 장학금·학술연구비·교육기관·교원 해외연수 등의 지원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중앙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명시적으로 특정하고 있지는 않다. 수림장학재단이 정관에 명기된 목적 외에는 돈을 사용할 수 없는 공익재단이기 때문에 중앙대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해야 할 규정상 의무가 없다는 논리다.

물론 수림재단이 장학금과 학술연구비 지원 등의 사업을 내세워 중앙대 학생이나 교원을 지원할 수는 있다. 두산 출연금의 수익금을 중앙대를 위해 사용하도록 노력한다는 공동협약(MOU)을 체결한 것이 결국 이러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해 두자는 취지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두산의 1200억원 출연
금을 놓고 학교재단과 수림재단 간 사용범위와 관련해 양 수뇌부는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대 구성원들이 기대하는 만큼 수림재단이 전액 또는 상당액을 지원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장학재단이 중앙대에만 돈을 더 지원한다면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있고 공익재단 설립 취지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공익재단의 재산 처분은 해당 관청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총동문회 관계자는 “수림재단은 김희수 개인의 재단이나 다름없고 이제 더 이상 장학사업을 원치 않아서 학교를 매각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일본에도 학교를 운영 중이고 여러 가지 정황상 중앙대에만 투자를 한다는 것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중앙대 핵심 관계자는 “장학재단 이사장이 향후 중앙대를 도와주겠다는 건 구두약속 일뿐 확약된 게 없다”고 말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이사 참여

하지만 두산 관계자는 “공익재단의 경우 단돈 100원도 맘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안심하고 출연한 것”이라며 “두산그룹이 사회를 위해 공헌할 목적이기에 수림재단에서 일부 다른 곳에도 쓰겠지만 중앙대를 지원하는 데 상당부분이 할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두산이 수림재단에 지불하는 1200억원 외에도 매년 수백억원씩 지속적으로 중앙대에 지원할 것”이라며 “일부 걱정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이사장의 판단에 따라서 재단기금을 맘대로 할 수 있냐고 묻자. 수림재단 관계자는 “재단 이사장이 재단의 의사결정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특정한 곳에 지원을 개인의 의사로 결정할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아니다”며 “재단의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는 곳에 적절하게 투자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복잡한 사정을 모르는 중앙대 교수와 학생, 동문들은 두산의 인수에 대해 대체로 기대 섞인 환영을 표시했다. 이 중에서도 공대학생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두산그룹의 투자로 동양의 MIT로 도약한다는 비전 때문이다. 중앙대 공대는 두산건설,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계열사를 거느린 두산의 인수로 인
해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대총동문회 관계자는 “대학의 경제논리에 의한 무한경쟁에서 중대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두산그룹의 재단참여를 환영한다”며 “그러나 아직은 추이를 좀 지켜봐야 할 것이 구체적인 투자금액과 운영지침 등을 발표하지 않았고 얼마나 투명하게 학교를 운영할지도 풀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대부분이 환영 일색인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중앙대 관계자들은 대학의 상업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중앙대민주동문회 관계자는 “그룹이 중앙대 부채를 떠안고 인수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 할 것”이라며 “내부에 두산계열사의 상업시설물이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이럴 경우 결국 대학캠퍼스가 마케팅 장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범훈 중앙대학교 총장은 최근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와 관련. “연구개발(R&D) 센터와 경기 하남 글로벌 캠퍼스 설립, 중앙대병원 500병상 증축 등 크게 세 가지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등 두산측 인사들이 중앙대 학교법인 신규 이사로 선임됐다. 이들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는 대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중앙대 학교법인은 지난달 28일 김희수 이사장 체제의 마지막 이사회를 열고 신임 이사 7명을 선임했다. 새로 선임된 이사는 박 회장과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이태희 ㈜두산 사장, 이병수 ㈜이수테크 사장, 김철수 전 세종대 총장, 이동 전 서울시립대 총장 등이다. 이사회는 또 정민근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부대표와 최중현 법무법인 효원 대표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신규 이사진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거쳐 취임한 뒤 이사회 내부 호선을 통해 이사장을 선출한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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