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인수 막판 신경전
대우조선 인수 막판 신경전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5-28 13:14
  • 승인 2008.05.28 13:14
  • 호수 735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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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자본력 바탕 유력후보 거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싼 물밑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대기업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인수기업을 두고 ‘1강 2중’ ‘2강’ 등 다양한 판세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포스코, GS그룹, 한화그룹, 두산그룹 등 힘 좀 쓴다하는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포스코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에 성공할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인수전은 녹녹치 않다. 한화그룹 김승현 회장은 그룹의 명운을 걸고 인수전에 ‘올인’ 한다고 공언했고, 두산그룹 고위관계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자재난도 시급한 상황에서 ‘국민기업’ 포스코가 조선사업으로 한눈을 팔아서야 되겠나”며 포스코를 은근히 압박했다.

포스코는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인수 의지를 비롯해 풍부한 자금력과 인수 시너지, 인수 명분 등 4대 요소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자부한다.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에 나선 것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다. 우선 대우조선 해양플랜트 부문과 포스코 에너지 사업부문의 결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포스코는 이미 에너지사업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민간기업 최초로 광양LNG터미날을 완공했으며, 2006년에는 한화로부터 국내 최대 민간 발전회사인 한국종합에너지(현 포스코파워)를 인수했다. 이 회사를 통해 기존 가스 및 전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육성중이다.


컨소시엄 구성도 가능

대우조선이 연간 80만~100만톤의 조선용 후판을 사용하는 만큼 조선 부문과의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특히 불황기에 안정적인 수요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풍부한 ‘총알’은 포스코의 최대 강점이다. 포스코의 내부유보금은 22조원에 달하고 단기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당좌 자산도 5조6000억원에 이른다. M&A를 위한 투자금으로 분류되는 올해 에너지 및 신규사업 부문 예산도 2조6000억원이 책정돼 있다.

포스코는 인수에 도움이 된다면 꼭 단독인수만을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지배적인 경영권은 포스코가 행사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컨소시엄 대상으로는 당초 시너지가 클 것으로 인식됐던 조선업체 보다는 해운업체 등 조선업의 후방 산업 쪽에 더 관심을 갖
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 측의 압박에 대해 포스코 측도 “금융 차입을 생각해야 하는 두산중공업 등에 비해 여유자금이 풍부한 우리가 위험이 덜하다”고 반박했다.

두산그룹도 전직 대우조선해양의 고위 간부를 영입, 대우조선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두산그룹은 대우조선의 재무총괄 부사장을 지낸 심규상씨를
두산인프라코어 기조실 사장으로 영입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심 사장은 대우조선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로 2001년 해양플랜트 사업본부장에 이어 경영지원본부장, 재무총괄 부사장을 지낸 ‘대우조선통’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의 속사정까지 파악하고 있는 핵심 인물로 두산으로서는 이번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산업은행이 당초 제시한 최종 매각가보다 대우조선과 인수업체의 시너지를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것에 대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두산은 대우조선의 각 조직을 잘 아는 심 사장을 통해 두산과 대우조선의 시너지 부문과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부사장 영입

심 사장이 적을 둔 곳도 두산인프라코어의 신규사업 부문으로 박용만 회장이 이끄는 기업 인수 전담팀인 CFP(Corporate Financing Project)와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며 최고의 인수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두산의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재차 확인되면서 인수 희망업체들의 최고 경계대상이 됐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매각주체인 산업은행은 매각 자문사를 별도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자사의 인수합병(M&A)실이 단독으로 대우조선의 매각 자문업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취소된 골드먼삭스 대신 다른 업체를 찾았지만 마땅한 곳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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