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글로벌, 두 얼굴의 SK
무늬만 글로벌, 두 얼굴의 SK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5-27 13:31
  • 승인 2008.05.27 13:31
  • 호수 58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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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벌어 외국에 쏟아 붓나?
김신배 사장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43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시장 점유율 50%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정벌에 나섰던 SK텔레콤의 글로벌사업이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진출 2년 동안 가입자 수는 고작 20만 명에 그쳤다. 사업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해외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는 국내 SNS 서비스의 절대강자지만, 해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유럽시장에서 철수했다.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미국 시장 등에서도 현지 업체들과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의 해외 진출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진출 누적적자만 5600억원

SK텔레콤과 미국의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업체인 어스링크가 지난 2005년 3월에 합작 설립한 미국 내 가상이동통신(MVNO)사업자 힐리오(Helio)는 지난 2006년 5월부터 미국 전역에 서비스를 개시한지 2년이 지났지만 과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힐리오’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2009년까지 가입자 300만명을 모으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목표의 1/10에도 못 미치는 20만명을 유치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어스링크와 손잡고 힐리오 사업에 각각 2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어스링크는 추가 증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가운데 SK텔레콤은 독자적으로 최대 2억불을 추가로 투자해 지금까지 모두 3억2000만달러, 한화로 3000억원정도를 투자했다.


SK텔레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결국 지난해 3억27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270억원 정도의 적자를 냈다. 올 해도 1분기에 273억원의 적자를 내며 지금까지 누적적자만 5600억원에 달한다.

최근 SK텔레콤은 미국 1위의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인 ‘버진모바일USA’ 인수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힐리오’만으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어려워지자 기존 사업자를 끼고 심기일전을 시도해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버진모바일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그동안의 적자를 만회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미국 시장 투자까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경우 SK텔레콤은 해외 진출에 대한 치명적인 상처를 안게 된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손쉽게 벌어 해외에다가 그냥 다 쏟아 붙는 게 아니냐는 쓴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의 해외 진출이 지지부진하기는 미국 외에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베트남과 중국 사업도 아직까지 기대 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

해외진출 첫 시장이던 베트남에서도 SK텔레콤은 기대이하의 성적으로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 7월 베트남 최초의 CDMA 이동전화서비스 'S-Fone'을 런칭한 뒤 최근까지 350만의 가입자를 모으고 있지만 3위 업체와 큰 격차를 둔 4위업체로 머물러 있다.


베트남, 중국사업도 기대 이하

특히 베트남의 성장세와 낮은 휴대전화 보급률을 감안한다면 현재상황은 현상유지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중국진출 역시 앞날이 순탄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CB전환을 통해 중국 제2의 이동통신 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의 지분을 6.6%를 확보했다.

차이나유니콤이 국영기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민간 사업자로는 최대주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정부가 차이나유니콤을 타 이동통신사에 매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애매한 입장을 보이면서 SK텔레콤의 중국사업도 오리무중이다.

중국 정부에서는 차이나유니콤을 해체하고 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넷콤, 차이나텔레콤 등 3대 통신업체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또 당초 기대와는 달리 중국 내 3G 표준 기술이 WCDMA와 TD-SCDMA 가운데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SK텔레콤이 중국 정부에 기술만 전수한 꼴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정부가 해외투자를 적극 유치했던 과거와 달리 자국 산업 보호에 열을 올리고 있어 앞으로 SK텔레콤의 중국내 입지는 더욱 좁아 질 것으로 전망된다.


골칫거리 자회사, 국내외 실적 부진

올 초 김신배 사장은 콘퍼런스 콜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소프트웨어, 플렛폼, 콘텐츠 업체들과의 동반진출이라고 확언한 바 있다.

하지만, 자회사의 콘텐츠 서비스 등과 시너지를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과는 달리 이들 업체의 해외성적은 물론 국내 실적 역시 기대치 이하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는 국내 SNS 서비스의 절대강자지만, 해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3월 독일에 있는 싸이월드 유럽법인을 정리했다.

지난 2006년 6월 유럽 최대 인터넷시장인 독일에 유럽인터넷서비스업체인 T온라인과 세운 합작법인으로 출자금액은 52억원으로 1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시장 등에서도 글로벌 SNS 서비스가 토종 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위성 DMB 역시 국내시장에서 지속적인 적자 행진으로 자기자본 잠식 위기에 빠졌다가, SK텔레콤의 증자로 급한 불만 간신히 껐다.

지상파 재전송과 유료 정책 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것도 문제다.


해외진출, 진퇴양난 SK텔레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해외사업이 진퇴양란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관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업을 접자니 그 동안 투자액이 아깝고, 버티다가 지속적인 적자가 이어 진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투자한 금액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해외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주주들이나 소비자들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SKT, 중국사업 큰 그림 바꾸나?

중국 시장을 향한 SK텔레콤의 도전이 전방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사업의 핵심 축이었던 통신사업이 중국 정부의 통신 산업 구조조정으로 변화를 맞으면서, 사업 분야가 텔레매틱스, 음악, 게임 등 컨버전스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SK텔레콤은 중국 매직그리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홍콩법인 매직 테크 네트워크에 780만달러(약 82억원)를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중국 기업 지분인수가 올 들어 세 번째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중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수행단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했기에 중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향후 SK텔레콤이 중국사업의 강화를 위해 어떤 전략적 변화를 모색할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중국 매직그리드 지분투자를 계기로, 중국 온라인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시장에 뛰어든다고 밝혔다. 매직그리드 회사 경영도 참여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월에도 텔레매틱스업체인 E-아이 까오신의 지분 62%를 인수하고,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3월에는 음악업체인 TR뮤직의 지분 42%를 확보했다.

지난 2004년에도 SK텔레콤은 차이나유니콤과 무선인터넷업체인 유니SK를 합작사로 설립했다. 또 SK커뮤니케이션즈와 손잡고, 2004년 유무선포털업체인 비아텍을, 2006년에는 싸이월드 중국법인을 세웠다.

SK텔레콤은 지분투자 방식으로 중국의 텔레매틱스, 음악, 게임, 엔터테인먼트 등 컨버전스 영역에서 사업기반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중국을 넘어 범아시아지역에서 컨버전스 사업 1위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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