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지각변동 시작됐다

대형 건설업계 순위가 지각변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방아파트 미분양 등 주택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6년부터 시공능력 1위를 지켜온 대우건설은 올해 1분기 실적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3~4위를 기록한 GS건설과 현대건설은 올해에도 해외시장 신규수주 실적을 꾸준히 늘리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택공급실적 1위라는 자리를 2001년부터 한 번도 내주지 않았고, 2005년에 수주액 8조1900억원, 매출액 5조756억원 등 업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며 2006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1위 자리가 위태로운 형국이다. 대우건설의 지난 1분기 수주실적은 2조567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불과 3.3% 늘어난 수치다.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감소했다.
게다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려고 대우건설을 통해 546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119%에서 현재 181%로 치솟았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3만원대까지 갔던 대우건설 주가는 1만8100원(15일 종가 기준)까지 떨어졌다.
금호 인수한 대우건설 주가폭락
반면 GS건설은 올 1분기 4조719억원의 수주실적을 기록, 신규 수주실적에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GS건설은 아파트 등 주택부문이 1조914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해외 등 플랜트 1조6580억원, 건축 2590억원, 토목 2270억원의 수주실적을 올렸다. 지금까지 수주잔고의 경우 38조원에 달해 올해 40조원을 돌파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3조9301억원의 신규 수주실적을 보였다. 이 회사는 건축과 토목 등 국내부문에서 2조74억원, 해외 1조9227억원으로 국내와 해외부문에서 비슷한 수주실적을 올렸다. 이에 따라 수주잔고는 34조67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2위를 기록한 삼성물산은 다소 위축된 모습이다. 1분기 수주 실적은 1조6073억원으로 지난해(1조8430억원) 보다 12.8% 감소했다.
따라서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업체 건설사 순위에 변동이 생길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흘러나온다.
대우건설은 작년 말 해외 영업과 시공을 총괄해오던 해외사업본부에서 해외영업부문을 독립 본부로 분리했다. 시공능력 1위 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해외 수주 실적에서 8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수주잔고는 26조7909억원으로 연내 30조원 돌파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문별로는 주택 1조3715억원, 토목 3126억원, 건축 4376억원, 플랜트 3590억원, 해외 4100억원 등이다. 해외사업 부문이 3, 4위 업체보다 뒤떨어지고 여기에다 미분양 물량이 대형 건설사로는 드물게 5500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건축부문 수주 감소
삼성물산이 1분기 수주실적이 악화된 주된 이유는 건축부문 수주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 작년 1분기 8444억원에 비해 80% 이상 감소한 1187억원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형 건설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GS건설, SK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쿠웨이트 정유회사(KNPC)가 발주한 신규공장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것이 계기다. 총투자비만 19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규모 프로젝트라는 게 이들 건설사들의 설명이다.
한국업체들의 수주금액은 63억 달러 규모. 이번 수주가 단순히 여기에 그치지 않고, 향후 중동 시장에서 한국 건설회사의 위상 및 경쟁력을 높이게 되며 쿠웨이트가 이후 발주할 관련 프로젝트의 연속 수주 가능성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비중 확대와, 이번에 수주한 대형 건설사 목표주가에 대한 상향조정이 연이어 발표됐다.
#건설불황 해외수주가 희망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올해 260억 달러(약 27조400억원)를 넘어서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정부도 연초 목표치였던 350억 달러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450억 달러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건설업체 등이 해외건설 부문에서 수주한 금액은 모두 265억3000만 달러(계약 234건)로 집계됐다.
해외건설 수주 실적 1위를 달리는 현대건설은 최근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플랜트 건설 공사를 11억2000만 달러에 수주하면서 올해 약 51억4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 금액은 올 초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47억 달러)을 4억 달러 이상 초과한 것. 현대건설은 이에 따라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39억 달러)보다 약 66% 증가한 65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GS건설도 올해 수주 목표액인 38억7000만 달러를 넘어선 41억100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수주 목표액 상향을 검토 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20억 달러에 수주한 쿠웨이트 알주르 정유플랜트 공사를 비롯해 11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플랜트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3개나 따냈다.
SK건설은 올해 28억3000만 달러를 수주하며 목표치 26억10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금액 기준으로 4위를 달리는 포스코건설은 현재까지 약 24억5000만 달러를 수주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1665만 달러에 비해 크게 약진하고 있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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