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해운 ‘로비리스트’ 단독입수
신성해운 ‘로비리스트’ 단독입수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5-14 10:24
  • 승인 2008.05.14 10:24
  • 호수 56
  • 2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형 로비 국세청 실세 연루의혹
이 입수한 신성해운 ‘로비리스트’ 문건

중견 해운업체 신성해운의 정·관계 로비의혹 사건이 점차 권력형 로비의혹으로 확대되면서 ‘제2의 정윤재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로비리스트’에 따르면 신성해운이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로비를 벌인 대상은 청와대ㆍ국세청ㆍ검찰ㆍ경찰 관계자 등 전방위적이다. 현재까지 거론된 로비의혹 대상자는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비롯 △정 비서관 부인 △정 비서관 딸 △ 전 국가보훈처장 C씨△이광재 통합민주당 의원 부인 △이주성 전 국세청장 △현 국세청 실세 A씨 △전 국세청 조사4국장(2004년 당시) △ 전 국세청 담당자(2004년 당시) △전 서울중앙지검 K씨(2004년 당시) △전 국무총리실 사정팀 소속 B씨 △방배경찰서 형사 등으로 모두 참여정부와 얽히고설킨 관계를 맺고 있다. 권력형 로비 대형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이번 사건의 내막에 대해 알아봤다.

사건의 발단은 2003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신성해운 박영규 대표와 공동창업자 서민호(56)씨는 심한 갈등 빚고 있었다.

상운송업계 8위인 신성해운은 자산규모 3000억원의 중견기업이다.

박 대표와 서씨 간 지분다툼은 그해 말 극단까지 치달았다. 참다못한 서씨는 결국 2003년 12월 “신성해운이 350억~400여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회사의 치부를 국세청에 낱낱이 털어놨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2004년 2월 14일부터 특별세무조사에 나섰고, 5개월 후 200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신성해운이 저지른 죄질에 비해 그에 따른 처분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어찌된 일인지 국세청은 신성해운에 대해 77억원만 법인세로 추징하고 추가 고발조치는 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같은 해 4월 사건을 방배경찰서에 배당했으나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2005년 재수사에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일부 횡령 혐의로 이 회사 대표와 임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로써 마무리된 듯했던 신성해운 사건은 지난해 11월 로비에 관여한 이재철(35)씨가 회사를 상대로 검찰에 다시 고소ㆍ고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신성해운 권력형 로비내막

신성해운이 국세청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당시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이재철씨는 신성해운 측의 전방위 금품 살포를 꼽았다.

그는 이번 사건의 핵심 로비스트이자 정상문 청와대 전 총무비서관의 전 사위이기도 하다.

“국세청이 2004년 기준 5년 전까지만 조사하고 1994~1998년 과세내역에 대해서는 자료미비를 이유로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통상 국세청 세무조사는 조사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10년 치 과세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로비스트인 이씨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신성해운 로비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공동창업자인 서씨의 배신(?)으로 2004년 2월 국세청의 대대적 심층조사를 받게 된 신성해운은 김상봉(49) 전무를 시켜 재철씨를 만나보라고 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국세청 세무사찰 때 압수당한 노트북을 회수하고, 특별세무조사를 피할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이씨는 신성해운 비자금 사건을 무마해 주는 대신 이 회사 지분 20%를 받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신성해운이 나를 통해 장인에게 접근, 세무조사 무마를 시도했다”며 “내가 장인을 찾아가 직접 선처를 부탁했고, 보름 뒤 현금 1억원을 사당동 처갓집에 갖고 가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이씨는 자신이 직접 작성한 로비리스트를 증거품으로 제출했다.


로비리스트 등장인물은?

<일요서울>은 최근 한 제보자로부터 당시 이씨가 검찰에 제출한 로비리스트를 단독 입수했다.

A4용지 3매 분량인 이 문건에는 신성해운이 전방위 로비를 벌인 △시간과 △장소 △금액 △전달자 △받은자 △명목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특히 지금까지 큰 관심을 받지 않았던 검찰 관계자들의 이름도 다수 눈에 띄어 더욱 관심을 끈다.

우선 문제의 로비리스트에는 이씨와 신성해운 김 전무가 정상문 비서관을 비롯 국세청 · 검찰ㆍ경찰 관계자와 이들의 친인척 등 10명에게 수천만원~억대 금품을 건넨 내역이 적혀 있다.

이는 검찰이 김 전무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신성해운 측이 업무추진비로 10여억원을 지출한 내역을 확보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문건에 따르면 정상문 비서관은 2004년 4월 전 사위인 이씨로부터 신성해운에 대한 조사 및 수사 무마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받았다. 장소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1○○동 18○○호에서였다. 이곳은 정 비서관 자택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정 비서관은 당시 사위가 ‘집을 사느라 빚진 9000만원을 갚으시라’고 돈 가방을 들고 왔지만 버럭 화를 내며 그냥 즉시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검찰에서 “2004년 돈을 전한 날에는 처가에서 자고 왔다”며 “돈은 돌려받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리스트에는 또 정 비서관의 부인도 2004년 8월 13일 사위인 이씨에게 현금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관련 이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신성해운 김 전무로부터 5000만원짜리 수표 1장을 받아 국민은행 한티역 지점에서 전액 현금으로 바꿨다”며 “이날 오후 집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처가에 가서 국민은행 쇼핑백에 담긴 현금을 장모에게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리스트엔 이씨의 전 부인이자 정 비서관의 딸에게도 5000만원을 입금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씨는 2004년 5월부터 이듬해인 2005년 2월까지 매월 500만원씩 10회에 걸쳐 총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정 비서관 측은 그 같은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정 비서관은 한 주간매체를 통해 “우리한테 1억원 갖다 줬다는 그거는 바로 돌려줬다. 내가 버럭 화를 냈다. 그때 딸도 집사람도 들었다. 법적으로 딸과 집사람이 증언할 수 있는 게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국세청·검찰·경찰도 사정권

신성해운의 로비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음은 국세청 관계자들이 타깃이었다.

당시 신성해운 세무조사를 맡았던 기관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여기에 조사4국 K과장과 W사무관 지휘아래 C조사관이 조사반장을 맡았다.

로비리스트에는 신성해운 김 전무가 △현 국세청 실세에게 5000만원 △W과장과 C조사관에 각각 2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또 2004년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는 당시 총리실 사정팀에 파견돼 있던 경찰 간부 K씨를 통해 1~2회에 걸쳐 3000만~5000만원을 건넸다는 기록이 담겨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씨의 주장이 일방적인 진술이고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당시 법에 따라 세무조사를 했을 뿐”이라며 금품 수수 운운하는 것을 반박했다.

관계자는 이어 “일방적인 진술인데 뭔 말인들 하지 못하겠느냐.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으로 곧 모든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정인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 시시비비가 가려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건에 따르면 가장 많은 로비를 받은 인물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찰 고위간부 K씨다.

신성해운 박 대표와 대주주인 서씨 간의 고발사건으로 박 대표가 불구속 기소되고 서씨가 구속 기소된 후 집행유예 선처를 위해 K씨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이다. 신성해운 김 전무가 변호사와 함께 서울 서초동 모 술집에서 검찰 간부 K씨를 만나 억대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것.

그러나 K씨 측은 그러한 내용에 대해 부인하거나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검찰 주변에선 특히 K씨 부분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강도 높은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비리스트에는 당시 총리실 사정팀에 파견돼 있던 경찰 간부와 서울 방배경찰서 형사의 금품 수수 내역도 담겨있다. 신성해운 김 전무는 경찰 간부에게 3000만원, 방배경찰서 형사에게 2000만원을 각각 건넨 것으로 적혀있다.


로비리스트 진위파악 주력

검찰 간부는 총리실 사정팀 근무 당시 국세청 차장이었던 이주성 전 국세청장에게 “신성해운의 세무조사를 적당히 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신성해운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조사부에서 수사 중이던 신성해운 감세 로비의혹 사건을 특수2부로 재배당해 본격 수사에 나섰다. 우선 로비리스트의 진위 파악에 전력하고 있다.

검찰은 리스트에 로비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난 신성해운 김 전무가 “로비리스트 내용은 모두 허위”라며 금품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고 압수수색 자료 중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나타나 철저한 수사를 통해 리스트의 실체를 밝힌다는 입장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