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vs 파라다이스 ‘카지노 전쟁’ 막전막후
워커힐 vs 파라다이스 ‘카지노 전쟁’ 막전막후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5-06 13:35
  • 승인 2008.05.06 13:35
  • 호수 55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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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합의서 효력이 관건
SK 워커힐호텔(위) · 파라다이스 그룹

SK그룹 계열사인 쉐라톤워커힐호텔과 이 호텔 지하 1층에서 카지노장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가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그룹간 다툼은 지난해 말 파라다이스가 현재의 영업장을 도심으로 옮기려하면서 비롯됐다. 앞서 국내 1호 외국인 전용 카지노 그룹인 파라다이스는 2006년 카지노 독점이 깨지면서 매출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유사 카지노 업체가 강남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난 까닭이다. 경쟁력 확보가 다급해진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중순 서울 외곽에서 벗어나 도심으로의 이전을 조심스레 추진했다. 쉐라톤워커힐호텔로서는 매년 수 억 원의 임대료를 꼬박꼬박 내오던 ‘황금오리’를 잃게 될 판국에 놓인 셈이다. 이에 워커힐호텔 측은 예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수 십 년 전에 맺은 합의서를 근거로 ‘카지노업 허가권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총성 없는 그들의 전쟁터로 들어가 본다.

파라다이스그룹이 SK그룹 계열인 워커힐호텔과 카지노 사업권을 놓고 법적분쟁을 벌이고 있다.

주한미군의 위락시설로 설립된 워커힐호텔 내 카지노 사업권은 애초 국제관광공사(현 한국관광공사)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카지노 사업이 좀처럼 ‘맥’을 못 추자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 차원이란 명분을 내세워 1973년 SK(당시 선경개발)에 카지노 사업권을 팔아넘겼다.


78년 카지노 허가권 양도서 촉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지노 사업을 떠맡게 된 SK는 당시만 해도 카지노 운영경험이 전무했다. 이에 SK는 당시 콘티넨탈관광이었던 파라다이스에 카지노 사업을 대신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1978년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가만히 둘 사이를 지켜보던 정부가 ‘카지노 사업을 허가받은 자가 타인으로 하여금 영업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법령을 공포한 것이다.

이에 SK는 ‘요청이 있으면 카지노 허가권을 다시 반환한다’는 합의서를 작성, 카지노 허가권을 파라다이스에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두 그룹 간 ‘윈-윈’ 전략은 2006년 카지노 독점이 깨지기 전까지 계속됐다.

파라다이스로서는 독점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거뒀고, 워커힐호텔에 임대료나 객실료 등을 넉넉히 지불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던 SK와 파라다이스가 본격적으로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파라다이스가 사업장 이전을 위해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영업장 소재지 변경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부터다.

그러나 파라다이스의 이러한 움직임을 가만 두고 볼 SK가 아니었다.

같은 해 SK는 워커힐호텔을 내세워 “호텔에서 카지노가 빠지면 수익성이 악화 된다”면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지노 허가권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두 그룹 간 사활을 건 법정다툼은 SK 승리로 돌아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말 워커힐호텔의 요청을 받아들여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파라다이스는 올 3월 말 다시 제소명령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자 마음 상한 워커힐호텔은 40년 전 합의서를 내세워 “그럴 거면 차라리 카지노업 허가권까지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당시 관련법규 때문에 워커힐이 직접 카지노업을 영위하지 못했다”며 “워커힐로서는 호텔 내에서 카지노영업을 계속하기 위해 허가권을 파라다이스에 넘겨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힐호텔 측 관계자도 “1978년 파라다이스에 카지노를 양해할 때 우리 호텔 지하 1층에서만 영업을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며 “그런데 파라다이스 측이 이를 어기고 도심으로 이전하려고 해서 부득이하게 가처분 신청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라다이스그룹 관계자는 “코스닥에 상장할 때도 아무런 말이 없다가 갑자기 워커힐 측에서 카지노 허가권을 내놓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업장 이전을 막아보겠다는 억지”라고 성토했다.


마지막 웃을 승자는?

한편, 이번 소송의 쟁점은 40년 전 작성한 합의서의 법률적 효력 여부에 달려있다.

이에 대해 파라다이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오랜 세월동안 권리행사가 없었던 만큼 합의서는 효력을 상실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워커힐호텔 측은 카지노 사업허가가 워커힐호텔에 국한해 난 것이고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원의 판단에 카지노 사업권의 실소유주가 가려질 전망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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