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 낙하산임원 구설수

수협중앙회가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한 바 있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전직 관료를 새 경제사업 대표이사에 추천해 회원 조합장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새 대표 후보에 박규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를 지난 21일 추천했다. 수협 경제사업 대표이사는 추천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후보를 추천한 뒤, 총회에서 중앙회장과 94명의 회원 조합장의 찬반 투표로 선출된다. 지난 25일 총회에서 찬반투표로 대표이사로 결정됐지만 30%가 넘는 반대 조합장들의 논란은 쉽게 가라않지 않을 전망이다.
새 경제대표이사 후보로 추천된 박규석 전 차관보는 ‘쌍끌이 조업’을 대상 업종에서 빠뜨려 어민들의 원성을 샀다. 어민들이 이 사실을 알리고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외하고 협상을 마무리 해 문제가 됐다. 지난 1999년 한-일 어업협상의 우리 쪽 수석대표였다.
그는 또 그 해 4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부정책자금인 원양어업 지원 자금을 특정업체에 배정해 주는 대가로 수산업체로부터 1억2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도덕성 논란 시비에도 불구하고 어민들의 정서와 정면 배치되는 인사를 경제사업 대표이사 후보자에서 대표로 선출한 수협 역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함께 나선 후보자 가운데는 경제사업의 부실을 털어내고 6년 연속 흑자경영을 실현해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현 대표이사도 있었다.
총회서 찬반투표로 결정
현 대표이사는 자본잠식에 반복적인 적자로 허덕이던 경제사업을 이끌면서 6년 간 누적흑자 982억원을 기록하고 자본을 다시 적립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이끌어낸 경영실적도 있다. 아울러 어업지원 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561억원을 지원하는 등 자체경영 개선은 물론 회원조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수협 안팎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전문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과 실적이 전무한 박규석 전 차관보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 대표 6년 간 흑자경영
일부에서는 객관적인 기준 대신 추천위원들의 주관적인 성향과 개별 후보자에 대한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결과 아니냐는 의혹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사업 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위원들의 추천 또는 후보 당사자의 지원을 통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면접을 거쳐 구성원의 2/3 찬성으로 대표이사를 선출한다. 위원회는 기획재정부장관과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각각 추천해 위촉하는 비상임사외이사 2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조합장 가운데 위촉하는 3명의 비상임이사로 구성된다.
익명을 요구하는 내부 관계자는 “수협중앙회장이 독립경영체제로 만들어진 경제부분과 신용부분의 귀속을 목적으로 자신의 인사를 심기 위해 조합장들에게 훗날 이권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매수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추천위원 구워삶기는 누워서 떡먹기”라며 “결국 회장이 자신의 이권을 위해 인사권에 개입했다는 설이 이미 파다하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보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 특보를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상임 전문위원을 맡는 등 현 정권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추천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무성해진 배경이다.
더욱이 4월 초 꾸려진 경제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위촉한 추천위원은 인수위 부위원장이었던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의 친형이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위촉한 추천위원도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였던 강만수 장관과 친척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보를 경제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한 데 대해 일부 회원 조합장들은 추천기준을 공개하라는 질의서를 추천위원회에 보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어민들과 회원 조합장들은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추천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협의 한 조합장은 “수협은 어민을 위한 조직인데 어민의 의사와 정반대되는 사람이 어민의 경제대표가 된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외부인사와 이권결탁
또 다른 조합장도 “특히 수협은 예전부터 공공연하게 외부인사가 낙하산으로 들어와 각종 이권과 관련돼 문제를 발생한 사례가 많다” 며 “경제사업은 수협 ‘바다마트’ 등 점포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점포당 30억이 들어간다면 인테리어 비용에서 1억을 빼는 건 일도 아닌 것이 비용을 높이 책정해주고 커미션을 먹거나 친인척, 친구 등의 땅을 시가보다 고가로 매입한 뒤 뒷돈을 챙기는 등 이권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 뇌물죄로 구속된 사람이 대표가 되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하는 한 수협직원은 “2001년 자본 잠식까지 갖다가 겨우 2002년 흑자로 경영 정상화를 일군 수협이 도덕성 시비로 문제가 된 비전문가를 추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며 “뇌물수수로 구속됐던 관료가 임명돼 제대로 못할 경우 수협이 다시 과거로 회기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수협은 지난 2000년 수협법 개정으로 부문별 독립사업부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경제사업, 신용사업 부문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경제사업 부문은 수산물 유통 사업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내 자리 내놔” 수협 감사위원장 자리 격돌
재정부 vs 농림부 파워게임 양상
수협이 감사위원장을 선출을 놓고 알력다툼이 벌이고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의 파워게임으로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미 두 기관의 추천을 받은 후보들의 갈등으로 두 차례나 선출 일정을 미루지는 등의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조직 개편 이후 부처의 영역조정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불과하다”는 의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수협의 감사위원장의 자리는 기본연봉 1억 6000만원에 인센티브와 업무추진비까지 2억원의 넘는 연봉에 수업의 업무 진행상황을 감하고 부정을 적발하는 감사업무의 전반을 총괄하는 노른자 위 중 노른자 자리다.
또한 누가 감사위원장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수협중앙회가 재정경제부냐 혹은 농림수산식품부의 권한아래 놓이는 영향력 장악의 싸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장은 노른자 중 노른자
수협 장악 위한 점입가경 경쟁
이러한 알력다툼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추천한 강병순 사외이사, 농림수산식품부가 추천한 이선준 사외이사다. 이들은 이미 감사위원장의 자리를 놓고 올인을 했다. 강 감사위원은 수산경제신문사 사장직에 사퇴를 했고 이 감사위원은 한국항로표지기술협회 이사장직에서 사퇴했다.
특히 강 감사위원의 경우 2004년 수협에서 상임이사를 역임했던 인물로 상임이사에 오른 지 6개월 만에 당시 중앙회장이 바뀌자 재신임을 묻기 위해 제출했던 사표가 수리되는 바람에 조직을 떠났다.
그러나 최근 재정부를 등에 업고 다시 수협에 다시 돌아온 케이스다.
또 이 감사위원은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국장이던 2005년 말라카이트 그린 파문 때 정책지도 미숙을 책임지고 사퇴했던 인물로 업무수행 능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지만 해수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을 부르고 있다.
즉 강 감사위원은 재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이 감사위원은 수협의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있어 언뜻 보면 후보 간의 다툼이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재정부와 농식품부의 전면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이들의 경쟁이 치열해 감사위원장을 선출하는 감사위원 회의는 지난 14일과 17일 양 이틀에 걸쳐 열렸지만 감사위원장을 뽑지 못한 채 회의를 끝냈다. 양측의 경쟁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이다. 이에 감사위원장을 선출하는 감사위원 회의는 30일 다시 열렸다.
하지만 이 감사위원과 강 감사위원의 자리다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둘 간의 자존심 다툼보다 재정부와 농식품부가 자리를 놓고 피하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자는 하나이지만 두 사람이 두 기관을 대신해 자리다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보기 사나운 권력 다툼 끝에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결국 자리다툼의 승자는 알력다툼의 승자라는 꼬리표가 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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