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그들만의 저택’
국내 최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는 유독 삼성그룹 관련 인사가 많이 산다. 이 회장 최측근 모두 입주
지난 1월 14일 오전 8시, 타워팰리스 아파트 단지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삼성비자금 의혹을 조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압수수색 덕에 알려진 타워팰리스 삼성 임원 입주자 명단을 보면 이곳은 아파트라기보다 ‘삼성그룹 관사’에 가깝다.
우선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이학수 전략기획실장(G동 69XX호·69XX호)을 비롯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A동 59XX호·59XX호·B동 60XX호) △최광해 전략기획실 부사장(A동 54XX호·B동 61XX호)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G동 54XX호) 등이 모두 타워팰리스 산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A동 14XX호)과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G동 17XX호) △민경춘 삼성사회봉사단 상무(A동 49XX호) 등도 입주자 명단에 올라있다.
이외에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C동 52XX호·B동 65XX호) △이상훈 전략기획실 부사장 △장충기 전략기획실 기획홍보팀장 △이순동 전략기획실 사장 등 이루 셀 수 없는 삼성그룹 임원들이 타워팰리스 이웃사촌이다. 이들 삼성그룹 임직원 자택은 모두 남향이고, 타워팰리스 Ⅱ단지를 뺀 Ⅰ·Ⅲ단지에만 집중돼 있다.
삼성 임원의 타워팰리스 입주자 면면을 살펴보면 삼성 그룹의 권력 지형도를 알 수 있다. 고층에 사는 사람일수록 이건희 회장의 측근 임원인 셈이다. 계열사 임원들은 대체로 50층 이하에 거주하고 있다.
계열사 사장보다 더 우대를 받는 사람들이 바로 ‘전략기획실’ 임원들이다. 전략기획실 임원들은 50~60층 사이 고층에 둥지를 틀고 있다. 아파트 두 채를 개조해 하나로 터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룹 내 고위직일수록 고층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을 알려면 펜트하우스(가장 꼭대기 층)에 누가 사는지를 보면 된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G동 펜트하우스는 이학수 실장이 두 집을 터서 산다. A동 펜트하우스 두 채는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이 쓴다. 전체 지형도를 보면 가운데 B동 60층대를 중심으로 ‘좌청룡 우백호’ 하는 형세다.
B동 펜트하우스 4채 중 2채는 박명경 비서실 상무(B66XX호·B66XX호)와 박 상무의 직속상관인 김준 비서실장이(B66XX호·B66XX호) 쓰고 있다.
펜트하우스는 집값이 최고로 비싼 만큼 관리비용도 최고 수준이다. ‘타워팰리스는 1년 기본유지비가 1억원’이라고 할 정도다.
타워팰리스 410㎡(124평)의 경우 지난해 종합부동산세가 8100만원 이상인 데다, 관리비만 하더라도 3.3㎡(1평)당 1만7000원선으로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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