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종목에 장기 투자하라"

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금융시장위기 등 변동 장세가 이어지면서 워렌 버핏의 투자전략으로 유명한 ‘가치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워렌 버핏의 투자 기법은 간단히 말하자면 ‘저평가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들은 장기투자와 가치투자가 정석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돈이 오가는 투자에서 기다림의 끈기를 갖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개인들이 직접 투자로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방식을 따라 하기 힘들다면 ‘가치주 펀드’를 통해 흉내를 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치주 펀드’는 저평가된 종목 가운데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내 투자하고, 시간이 지나 기업이 갖고 있는 내재가치보다 가격이 오르면 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단기간의 큰 수익보다는 장기투자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장기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투자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를 분석한 뒤 우량 종목을 선정해 투자하는 ‘톱다운(Top-down)’방식이 아닌 종목 선정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바텀업(Bottom-up)’방식으로 투자대상을 고른다.
워렌 버핏의 투자 원칙은?
특히 가치주 펀드는 약세장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 시황에 흔들리지 않고, 저평가 종목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투자하므로 시장의 급등세가 꺾여도 일반 주식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
워렌 버핏은 90년대 후반 IT기업의 열풍으로 투자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리면서 IT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그를 질타할 때도 투자관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2000년대 들어서며 IT기업의 거품이 급속히 빠지며 IT기업 주가가 급락하자 그의 투자전략은 더 큰 빛을 발휘했다.
가치주 전문 애널리스트들은 “가치주 펀드의 경우 한 번 주식을 사면 적정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이 때문에 시장전체 지수와 관계없이 안정적인 수익실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워렌 버핏의 투자종목 선택은 시장의 인기가 아니라 투자 가치에 따라 결정하다는 것. 투자 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매입하는 데 모든 자금을 집중한다.
또 펀드 운영의 원칙은 장기적 관점에서 손해를 줄이는 데 있다.
더불어 펀드의 목표는 다우 평균을 10% 정도 상회라는 정도의 상대적 성과를 올리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워렌 버핏은 종목을 선정할 때도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세웠다.
그는 ▲시장 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독점적 가격 선도기업 ▲자본 이익률이 높은 기업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 내용을 가진 기업 ▲이익을 예상하기 쉬운 기업 ▲정부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는 기업 ▲재고 수준이 낮고, 회전율이 높은 기업 등의 조건을 들었다.
매수 타이밍 중요
가치주 펀드에 투자할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은 있다. 가치주 펀드의 성과는 시장 흐름보다는 종목을 고르고 매수 시점을 잡는 능력에 성패가 좌우된다.
따라서 주가 매입 타이밍을 결정하는 투자자나 펀드매니저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도 달라진다는 것.
투자자들은 운용사들의 과거 수익률을 보면 종목을 선정하는 능력을 읽을 수 있어 운용 능력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가치주들은 거래량이 적어 마음대로 사들일 만한 주식이 부족할 수 있다.
아울러 가치주 펀드는 워렌 버핏의 투자전략에서도 소개됐듯이 장기 투자가 기본이다.
느긋하게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단타 위주의 주식투자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단기투자를 선호한다. 오늘 주식을 사서 한 달 만에 2배가 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현실은 냉담하다. 대부분의 가치투자자에게는 주가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나 특정 산업의 성쇠를 정확히 맞힐 수 있는 통찰력이 없다.
사실 누구도 장기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에 도달할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다.
일본 최초의 독립계 투자신탁회사인 사와카미 투자신탁을 설립한 사와카미 아쓰토 사장은 일본의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다.
장기투자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올바른 투자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조류 밀려올 때 대비 배를 띄워라
“투자란 커다란 조류가 밀려올 것을 간파해 미리미리 배를 띄워두는 것이다. 얼마 뒤 조류가 밀려오면 배는 조류를 타고 크게 전진할 것이다. 가치가 높은데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싸게 팔릴 때 사두고, 낮은 곳에 방치된 가격을 시정하려는 조류가 차오를 때까지 그냥 기다린다.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원래 가치 있는 것을 싸게 사둔 것이므로 두려울 건 없다.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가치주 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트위디 브라운 자산운용사는 조사를 통해 ‘제 가격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구체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 회사는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거래한 유일한 회사였고, 워런 버핏이 초창기 버크셔 해서웨이 주식을 살 때 이용한 회사다.
트위디 브라운은 오랜 투자 경험과 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투자 수익의 80∼90%는 전체 보유기간의 2∼7% 기간에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결국 ‘2∼7%의 기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이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가치투자자들도 빨리 승부를 내고 싶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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